검은 꽃 (리커버 특별판)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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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고 낯선 땅으로 향하는 쇠로 지은 거대한 배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들. 선택을 했으나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 더 나은 삶을 꿈꾸면서 조선을 떠나 멕시코를 향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노예와 같은 생활. 태평양의 거친 파도에 함선이 흔들리듯이 시대라는 조류에 수 많은 사람이 휩쓸린다. 그래서 이 소설이 정말 사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착취한다. 누군가는 방관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못하는 가운데서 도덕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속에서 나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시대는 개인의 선택의 변명이 될 수 있는가?

 문명이나 문화에 우위가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간이나 사회의 행위에서 최소한으로 지켜야할 기준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고한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 원칙만 지킨다면 문화나 개인의 다양성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본의 식민주의 근대화론이 틀려 먹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저 자신들의 착취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반복되고, 증오는 연쇄 된다.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태인들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다. 우리가 과거를 알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다. 우리도 베트남에 진심으로 사과해야겠지만. 

 이 소설은 문장이 좋다. 간결하고 쉽게 읽힌다. 글이 살아 있다. 그래서 더 현실 같다. 정말 어딘 가에 있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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