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S. 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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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 책을 불 꺼진 아파트에서 혼자 봤다면 어땠을까? 봉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세면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도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추리물은 아니다. 아주 잘 쓴 스릴러다. 파리라는 대도시와 '우리 집'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단어 하나하나에 음습함과 어둠이 스며있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한동안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는 꺼려질 것 같다.

 스테프는 말한다. “뜻대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 파국으로 치닫는 그들의 운명은 미레유의 자살처럼, 침대에서 쏟아지는 졸음처럼, 외투에 스며드는 피처럼 막을 수가 없다.


서사의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읽는 동안 숨을 쉴 틈이 없다. 장르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 모든 문학 작품이 그래야겠지만, 장르 소설은 특히나 더 그렇다. 독자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면 어떤 주제를 담고 있든 빛이 바랜다. 이 작품은 영화화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을 맡는다고 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생각하면 책의 긴장감과 마크의 내면을 아주 잘 살릴 것 같다.


 우리는 때로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그러나 과거를 피하지 않고, 극복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마크는 그렇게 하지 못해 자신을 파괴하고 가족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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