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3일의 생존 기록은 보건의료 전문기자였던 저자가 정신 질환을 앓으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풀어낸 책이다. 책 제목은 연합뉴스 TV 기자였던 저자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은 후부터 이 책을 퇴고할 때까지의 기간이 3,923일이어서 지어진 제목이라고 한다.공황발작. 공황장애에 대해 숱하게 들어보기만 했지 이 정도일 줄이야. 일상생활이 불가한 병인 것 같다. 즐거운 감정도 조심해야 하고 감정을 중간 즈음으로 조절해야 한다니.. 정신 병동에 입원했을 때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을 관찰하고 써 내려간 부분이 있다. 원래는 건강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후천적으로 타의로 인해 정신적인 병을 얻을 수도 있고, 그저 기질적으로 타고난 성향이 정신적으로 아플 수도 있다.에세이지만 대화체가 많아 소설같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술술 읽었던 것 같다. 정신병동에서 겪었던 일들은 소설 같지만 실제 이야기들. 소설인가? 싶었는데 이쯤 책을 읽고, 아가랑 산책 다녀오는 길에서 마주친 분명 평범한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동을 하던 사람을 보고는 아.. 실제일 수 있구나..호스피스 병동에서 있었던 일들도 기록이 되어 있는데 내가 만일 지수 저자님처럼 눈앞에 그런 일들을 마주하고 담담히 살수 있었을까? 평범하게 사는 게 어렵다는 말이 조금씩은 와닿는다. 다양한 삶을 유튜브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면.. 삶은 고해가 맞는 거 같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꼭 이루고 싶은 꿈. 아이를 낳고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신랑은 매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 그 바쁜 와중에도 우울해하는 나를 살피고 몇 시간을 넘게 손녀 혼자 돌보는 딸래미 힘들까 한걸음에 달려와주시는 우리 부모님. 이토록 나를 살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사는 게 행복이란 걸 알았고 내 삶의 원동력이다.머리를 꽝 맞은 느낌이다. 후회 없이 살고 싶고 죽을 때 나 잘 살다 간다고 웃으며 눈 감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가 되고 근 2년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고 마음이 힘들었다. 방향을 찾고 싶었고 나에게 누군가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저 삶의 방향은 한곳이 아닌 다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여기로 갈 수도 저기로 갈 수도 있는 것이 삶이고 예상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도 삶인 것이고 살다 보면 견디기 힘든 것도 닥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 삶이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힘듦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견디기 힘든 것이 와도 꼭 다시 이겨내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것처럼, 잠시 뒤로 갈 수도 앞으로 나아 가기도 하는 것이 삶인 것 같다. 책 속에서 나온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닌 빗속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가라는 구절처럼.<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