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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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 기분 좋은 소설은 아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교사인 내가 보기에는 소설이 가진 메시지가 불편했다. 또한 전체적인 소설 구조가 그다지 치밀해보이진 않았다는 점이 눈에 거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본 문제의식에 공감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로젠탈 스쿨이라는 가상의 학교서 일어나는 억압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이 우리 교육의 현 모습이라고 상정하고 본다면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글의 주제를 위해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억지스런 전개가 있었지만 저자가 아이들은 이름을, 어른들에게는 성만 붙였다는 점은 인상깊었다. 글을 관통하는 몰개성을 요구하는 교육 현실을 비꼰 점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자인양 가면을 쓰고 사회의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교장의 말. 그리고 약을 먹이고 아이들을 단순노동 속에서 기득권에 저항하지 않는 침묵하는 순응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의 교직원들. 그들이 역겹게 느껴졌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지 않는 것이 교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의 다양성을 기르는 사람인가 아니면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현실을 강요하는 사람인가. 아이들 앞에서 시험을 잘 보려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소각되지 않는 구제불능의 잔여물을 그나마 재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복구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 입니까?”

- 교장 -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조각품이 아니다. 조각에 숨을 불어넣은 신이 사람이 아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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