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대를 위한 한문강의 - 개정증보판
김영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생결단으로 물적 교환가치와 스피드를 중시한다. 교육현장도 서점가에서도 경쟁과 효율성이 최우선 과제다. 사람이 아니라 선수를 만들어 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때때로 뒤쳐질세라 팽팽한 긴장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이 잊혀져 가고 배척 당하고 있다.

덕을 쌓고 공부를 하여 나아가 사해를 돕고, 때를 알고 물러나서도 도를 밝히고 성인을 따른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자신에게는 서릿발처럼 이웃을 경애하고 자신에게 엄격하여,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 가난해도 즐거워 하며, 예의와 품위를 지킬 줄 알며, 시와 음악을 즐기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선비의 삶, 그 정신은 과연 이 시대에 가치를 잃어버린 것일까?

다행히 이제 우리는 현대문명의 공허함와, 정신의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듯싶다. 여기저기서 결핍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선지 요즘, 전에 없이 고전이 유행이다. 그러나, 아직 고답적이거나 난해하여 대중의 갈증과 결핍을 채우기에는 거리가 있다. 특히, 인터넷 세상에서 엄청난 열정만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고전은 많은 필수자양분을 갖고서도 쉽사리 문을 열지 않는다.

이 책은 연암·다산 등 과거 우리의 대표 지성과 중국의 필독 고전들 속에서 여전히 살아 빛을 발하는 명구들을 뽑아 시원시원한 편집으로 눈에 쏙쏙 들어오도록 현대적인 감각으로 엮어졌다. 오랜 한문학 연구와 강의에서 우러난 엮은이의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고 날카로운 주해는 구슬도 꿰어야 보배란 말을 실감케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루에 한 구절씩 명상하듯 새겨 읽는다면,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은 열정과 패기라는 그들만의 장점에다 선인들의 지혜와 철학적 깊이를 더해 여유와 성숙함까지 갖춘 절대 가볍지 않은 당당한 신세대로 거듭나게 될 거라는 믿음을 준다.

그밖에 요즘 필요성이 강조되는 한자·한문 공부 자료며 서예실의 습자자료로서, 교실에서의 하루 한구절 교양과제로도,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권학의 선물로, 이첨럼 두루두루 안성맞춤인 책도 드물거란 생각이 든다. 깜찍하기까지 하다. 책꽂이가 아니라 책상위에, 식탁에, 침대머리에, 하물며 화장실 미니서가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그것은 이책이 모양도 좋고, 읽기도 좋지만, 좋은 재료(고전)를 골라 최적의 조건으로 잘 숙성시켜 감칠 맛을 우려낸 엮은이의 지성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또 뒤적여 마음에 새긴다.
'마음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大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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