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와 소셜 스낵 - 소셜미디어,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중독자들
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을 진단하고 대책까지 마련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 진단(판단)은 해도 대책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보 제공을 넘어 진실을 알리고 기술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 중독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해답이 있다. 알아야 멈출 수 있다. 간절함이 발견되어야 마음을 실을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이 책...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카지노와 소셜스낵] - 최영 지음

이 책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원로교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최영교수에 의해 저술, 출판되었다.

머리글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미래의 삶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불투명하다는 것,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 불안과 외로움과 고립감은 사람들을 소셜미디어에 기대게 하는 기제가 된다. 그러나 거기에서 만나는 공동체는 우리를 더 외롭게 하고 허무하게 한다. 안정적인 관계를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사용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카지노의 자극에 노출되어 계속 빠져들게 되는 것처럼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불안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해소되는 체험을 학습하면서 중독이 된다. 그래서 특별한 목적 없이 습관적으로 스낵을 먹듯 소셜미디어에 접근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사제(기술 권력)는 테크노폴리를 구축한다. 은밀한 감시와 통제를 통해 우리를 들여다본다.  테크노폴리에 속한 개인은 사색과 비판 없이 소셜미디어에  의해 조종받게 된다. 우리는 기술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 집단 이기주의 속에 파묻히고 급변하는 네트워크 사회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는 사회의 대표적인 병리현상 속에 놓인다. 과연 치료가 가능할까.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라고 강요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책은 Intro, 본문 3장, Outro로 구성되어 있다.

Intro는 테크노폴리를 설계하고, 통제하고, 유지하는 기술 전문가 집단은 신흥 종교의 사제와 같은 힘과 권력을 지닌다. 기술 사제에 의해 구축되는 네트워크 사회의 모습과 의미를 논의하였다.

1장 '기술과 디자인'은 테크노폴리 구축의 근간이 되는 다양한 설득 기술과 디자인에 관해 설명했다. '주목 경제'와 '행동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2장 '중독 사회'에서는 중독사회의 실체를 이야기하였다. '기술 중독'과 '인터넷 중독'에 대해 논의하고 '중독의 늪'에서 소셜미디어 중독 현상과 그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심리를 조망하였다.

시도 때도 없이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소셜 스낵킹social snacking, 상대방 앞에서 무례하게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퍼빙phubbing, 업무 중 딴 일을 하는 사이버로핑cyberloafing, 스마트폰 부재에 따른 공포를 의미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등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을 소개하였다.
배제됨의 공포를 의미하는 포모FOMO, 수치심, 공의존, 자존감 저하, 흔들리는 정체성 등의 논의를 통해 소셜미디어 중독의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3장 '중독 사회 처방전'은 중독 사회를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였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슬로우 미디어, 저정보 다이어트, 미디어 리터러시 등 소셜미디어 중독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과 관점, 한계와 문제점을 논의했다.

'마음챙김 가이드라인'에서는, 증상만이 아니라 기저 원인을 포함하는 병인론적 치유에 대한 논의를 통해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산책과 독서를 이야기했다.

Outro에서는 '쓸모없음의 유용함 usefolness of useless'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회에서 내버려진 가치를 되새겨 보고 능력주의, 신자유주의, 수치 경쟁 등 사회적 병리가 우리의 사유와 행위를 어떻게 옭아매고 신뢰와 사회자본, 공동체의 형성을 어떻게 저해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없음의 유용함을 시간, 장소,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펴본다.


(83p-84p)
소비자의 마음을 강탈하는 분위기와 환경에 대해 '해리스'는 여덟 가지 명제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 메뉴를 통제한다면, 선택을 제어하는 것과 같다.
- 수 억 명의 소비자 주머니 속에 간이 슬롯머신을 집어넣어라.
-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 사회적인정 욕구를 주목하라.
- 우리는 상호 호혜 속에 살아간다.
- 바닥이 없는 그릇, 무한한 욕구 그리고 자동화 환경에 주목하라.
- 끊임없이 방해하거나 그럴듯한 서비스를 제공하라.
- 서비스의 논리를 이용자의 논리와 묶어라.
문제는 현재의 기술, 특히 스마트폰에 내재된 설득 장치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흘리는 수많은 디지털 정보 부스러기들은 또 다시 기술 기업의 데이터 센터에 축적이 되면서 자체의 머신 러닝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장치와 기제를 개발하는 데 활용된다. 그렇게 다양한 자극과 인터페이스의 효과와 기능을 끊임없이 테스트하고 점검하면서, 우리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미래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우리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시켜 간다.


(220p)
침묵은 무엇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을 되새기는 것이다. - 고든 헴프톤
우리는 상존하는 실체 자체와 싸우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무언가를 바꾸려면 기존의 모델을 낡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227p-228p)
기술이 우리의 오감 전체를 다양한 설득 기제로 자극하고 우리의 뇌를 점령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서 마음챙김 등 면역을 길러야 하고, 회복 탄력성 이론처럼 무너져도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 내면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산책과 독서는 우리가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산책은 육체적인 활동이고 독서는 정신적인 활동이지만 두 가지 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부터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소셜미디어로 엉클어진 우리의 뇌는 산책과 독서를 통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9원칙을 잘 읽어보자.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녹아있고, 눈을 떠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보이며,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 9원칙
- 우리는 모두 소셜미디어 중독 상태이다.
- 소셜미디어 중독은 사회 중독으로 병리적 현상이다.
- 교육에서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 기술에 내재된 이데올로기와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 미래의 법, 코드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 소셜미디어의 중독을 소셜미디어로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소셜미디어 중독의 치유는 삶의 기본 조건 변경에서 시작해야 한다. 삶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은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 쉼과 멈춤의 유용함을 인식해야 한다.
- 독서와 산책을 통해, 기본으로 돌아간다.

(272p-마지막 페이지)
르네상스의 핵심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내재적 동기를 찾아서 자아 실현을 하는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걷고 읽자. 비상한 경계를 하지 않는 이상,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높다. 테크노폴리의 상곽 안에 갇혀, 어떤 곳인지도 인지 못하고,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방황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얼마전에 <IT 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읽었던 탓에 충격이 크다. 기술로 단단히 무장된 미래 사회가 나를 격앙시켰고, 조롱하듯 최첨단의 단어들이 주눅들게 했었다면, 이 책 [카지노와 소셜 스낵]은 그 깊은 늪에서 온 힘을 다해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IT 사용설명서>는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면, [카지노와 소셜 스낵]은 그 현실의 왜곡과 허상을 짚어주며 진짜 인간다운 삶이 뭔지 가르쳐준다.
물론 시대를 읽는 일은 중요하다. 미래의 예측하는 일도 필요하다. <IT 사용설명서>에서 접했던 많은 내용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카지노와 소셜 스낵]에서 짚어낸 우리의 적나라한 소셜미디어 중독에 대해서도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나의 허상, 나르시시즘, 가식으로 얼룩진 자기 표현이 소셜미디어에서 너무도 많이 떠다니고 있는 것을 맞닥뜨린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사진을 올리고 카페를 광고하면서 최대한 거짓을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 그래도... 덮어버리고 싶고 삭제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책을 읽으니 머리에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닐꺼라고 생각했었던 진짜 나의 실체가 이 책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발견한다. 나도 중독이었다. 스낵을 먹듯 소셜미디어를 섭취했고, 카지노에서 도박을 못 버리듯 당연하게 소셜미디어에 끌렸다. 내 시간에 구멍이 숭숭 뚤리면서 허약해져버린 실체성에 소름이 돋았다. 이건 경악해야 할 일이다. 미룰 수 없다. 지금 멈춰야 한다. 절제해야 한다.

멈출 수 있다.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책은 당장이라도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주었다. 기술의 맹신 없이도 살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쉼과 멈춤을 선택하라. 산책하고 독서하라.

● 이 글은 책의 '머리글'에서 많이 가져왔습니다. 정말 내용이 너무 좋아 다 옮겨 놓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머리말에서 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서평이라지만, 거의 머리말을 베껴놓은 듯 합니다. 기가 막히게 좋은 책입니다. 이 시대에 정신차리고 살라는 '성령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 이담북스에서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너무 좋은 책에 비해 많이 못 미치는 서평을 쓰려하니 심히 부담이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을 출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셜미디어중독 #소셜스낵킹 #인터넷중독 #미디어중독 #서평단 #이담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