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 6 감]

기묘한 소설을 읽었다. 독일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8세기 프랑스를 무대로 쓰여진 이 책은 악마적이면서도 천진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보통 사람은 시각과 청각으로 타인을 판단한다. 그러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후각만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기이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르누이는 그리말을 처음 본 순간, 아니 그 고린내 나는 체취를 맡자마자 조금이라도 반항을 하면 그가 자신을 무참하게 때려 죽일 지도 모를 것이란 두려움에 휩싸였다.”
여성의 아름다움도 향기로 판단했다. 향수제조인이 된 그르누이는 어느 여인의 아름다운 향기에 매혹된 나머지 그것을 얻기 위해 그녀를 죽이고 체취를 추출하여 향수를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향기로 사람들의 감정마저 마음대로 조종하기 시작하는데…….

1985년 발표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소설은 있을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로 읽는 이의 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그러나 정말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가? 시세이도에서 오랫동안 향수를 만들어온 어느 조향가의 ‘향기의 세계를 찾아서’란 책을 보면, 그다지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느 특별한 향수를 뿌린 여성을 후각만을 이용해서 찾아 낼 수 있을까?. 조향가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코끝에 정신을 집중하면 향기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알 수 있다. 공기 중에서도 농도의 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백배이상 민감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을 오감이라고 한다. 그 중 후각, 미각은 약 4억 년 전, 눈도 귀도 없는 원시적인 물고기가 진흙탕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처음 사용한 화학적 감각이라고 한다. 즉, 후각은 시각과 청각보다 한 단계 낮은 감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훨씬 감정적이다. 그리고 전혀 의식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여섯 번째 감각 즉, ‘제6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제이콥슨(Jacobsson), 코 안 쪽에 있는 이 기관은 냄새보다 분자량이 큰 물질을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제6감을 가능하게 하는 키워드이다. ‘냄새의 기억-알려지지 않은 욕망의 기폭장치: 제이콥슨 기관’에 의하면 제이콥슨 기관은 햄스터와 쥐의 성행동에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또 ‘냄새-비밀의 유혹자’에서 보듯 사람들은 이것이 인간에게 이미 퇴화된 기관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1900년, 미국 유타 대학의 한 연구그룹이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이콥슨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관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것은 뇌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슨 신호일까? 쥐의 예와 마찬가지로 실험에 참여한 많은 과학자들은 이성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처음 만난 이성이 서로 이유없이 끌리거나 적대감을 갖을 때. 바로 그런 감정의 내막에는 제이콥슨 기관이 관련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그의 제이콥슨 기관은 과연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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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na 2008-12-1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은 예전에 아사히 신문에 内山幸男가 쓴 서평이 아닌가요?
현재는 아사히닷컴에서 검색되지 않지만 원문을 갖고 있습니다.
서평이 좋아 번역하신거라면 출처를 밝히시는게 옳은게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