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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를 위한 첫 성평등 그림책 ㅣ 첫 성평등 그림책
줄리 머버그 지음, 미셸 브러머 에버릿 그림, 노지양 옮김 / 풀빛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 82년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나 역시도 한국 사회에서 일평생 여자의 입장에서만 살아왔기에 소설 속 김지영에 크게 공감했고, 처음으로 과거 나에게도 일어났던 여러 차별적인 발언들과 상황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별 생각 없이 그저 내가 들었던 대로 그냥 내뱉었던 말들을 내뱉기 전 한번 곱씹어보고 그 말이 과연 마땅한지 적확성을 따지게 된 것이.
그러던 내가 몇 해 전 남자 아이를 출산하였다. 신생아 시절을 지나 놀이터에 나가 노는 시기, 소위 아이의 사회생활이 시작되자 예기치 않은 많은 상황에서 남자 아이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하게는 '남자는 이런 일로 우는 거 아니야.'에서 부터 '남자 아인데 왜이렇게 주방놀이(소꿉장난)를 좋아해?'와 같은 말들이었다. 그중 대부분은 부모 세대로부터였지만 때때로는 동년배로 보이는 아이들의 젊은 부모로부터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지금의 부모 세대 즉, 8090 세대의 부모에게마저 머릿속 어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남자라면 이래야만 해.'의 잘못됨을 친절하게 바로 잡아주는 책이다. 예를 들면 '남자는 이런 일로 우는 거 아니지?'와 같이 무심코 튀어나오는 부모의 말이 더이상은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아무런 여과 없이 전해지지 않도록 "울고 싶을 땐 펑펑 울어도 돼."라고 말해주고 있다. 또한, 남성이 신체적으로 강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설명하고, 설거지나 빨래, 정리정돈 같은 일들은 그저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지 결코 여자의 일, 남자의 일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귀여운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그림책이기는 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거나 간단하지 않다. 책에서는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은 당연하지 못한 많은 성차별적 현상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우선 많은 부모에게 읽혀졌으면 좋겠고, 그 부모의 입을 통해 많은 아이들에게 들려진다면 좋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