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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3년 전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때는 너무 반감이 들어서 읽지를 않았다. 왠지 너무 극단적이고 과격한 사상서라는 거부감이 들었다. 인간 사회 근본의 평화에 대해 이다지도 절실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몇 년전 내 자신이 폭력과 권력의 횡포에 너무도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인문서를 보고 울었던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반감을 참아가며 다 읽고 나니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히려 진보하는 내 자신에게 감사했다.
막연하게 국가 권력이나 다수의 횡포를 생각했었는데 뼈져리게 거대한 벽에 부딪혀 본 다음 이 벽은 올바르거나 그렇지 않거나 넘어설 수가 없구나라고 느꼈다. 온 세상 보다도 사람 하나가 소중하다고 교과서처럼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 위에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버티고 있었다.
박노자 이 분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분은 시원시원하게 뱉고 욕 할 수 있지만 나는 부딪히면서 아파하고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우리들의 대한민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서 자유로움속에서 행동 하실 수 있겠지만 보통의 한국 사람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침묵 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싫어도 누군가는 총을 잡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어느 것도 폭력을 미화 시킬 수는 없지만 세상에는 이성의 한계가 있으니까.
사실 국가의 권력 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사람답지 못한 사람의 집단적인 내면의 폭력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그 사장님들만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묵인하고 용인하는 내 자신의 폭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더 두려운 것이라는 생각에 많이 반성했다.
음란물을 보면서도 그런 것들을 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소중한 영혼이 그런 시장으로 내몰린다는 당연한 논리도 생각해 보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폭력의 응원자와 후원자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산다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 기쁨을 위해서 주위의 많은 것들과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저렴하게 사용하는 물질들이 누군가의 피와 눈물의 착취의 성과물일 수도 있다는 것은 사는 것이 끊임없이 주위를 돌아보고 장님의 등불처럼 남에 대한 배려가 그 기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누리는 자유와 배부름이 있도록끊임없이 민주화를 위해 피흘린 이들처럼 용기 충만 하지는 못하지만 정의 옆에 서 줄 수는 있도록 내 자신을 채찍질해 준 이 책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