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 예술계 하버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의 크리에이티브 명강
로드 주드킨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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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저히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다.

항상 가던 길과 노선, 동선으로만 다니며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늘 먹던 것으로만 선택한다. 

요리를 할 때에는 계량컵을 이용해 반드시 레시피에서 언급된 정량을 맞춰야 하고,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책에서 조언해주는 코스대로 모든 일정과 동선을 계획한다.

철밥통이면서 노후까지 탄탄한 공무원을 목표로 시험 준비도 두 번이나 했더랬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말도 '변화'였다.

일할 때도 나만의 메뉴얼이 확실하여 거기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고,

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는 슬라이드 노트를 작성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웠다.

나는 그렇게 해야 안심이 되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런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운전할 때에는 네비도 사용하지 않고 늘 (더 빠른)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려 하고,

요리할 때에는 다른 곳에서 먹어본 맛을 기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보려 한다. (미역국에 오징어를 넣기도 한다)

여행할 때에는 숙박조차도 예약하지 않는다. 현지에 가서 돌아보며 그날그날 잘 곳을 정하면 된다고 한다.

과거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때도 그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같은 슬라이드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즉흥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처하곤 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인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는

남편처럼 새로운 것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이들을 예시로 들며

그들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 이유를 '창의력'에서 찾고 있다.

우디 알렌, 스티브 잡스, 살바도르 달리, 아인슈타인, 마크 주커버그, 앤디 워홀, 조지 오웰, 프란츠 카프카, 코코 샤넬 등.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그들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상상력과 직관, 지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러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훈련받고 그 결과 움츠러든 삶을 살아간다. 학교와 가정, 친구들은 우리가 가진 능력에 대해 제한된 관점으로 우리를 관찰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달리가 다양한 매체에서 도전한 수많은 디자인과 영화, 실험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독보적인 창의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20p)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안정을 택하게 된다. 질서와 규칙, 메뉴얼에서 벗어난 삶은 곧 불안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들도 매번 성공을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활동을 하나의 실험으로 생각한다. 실패를 과정으로 여긴다.

그러한 시도들이 일반 사람들과 그들을 구분짓게 하고 그들은 그 자체가 고유한 브랜드가 되어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 천재로 불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예술 및 문학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위대한 과학자들 가운데에는 헌신적인 연구와 실험으로 빛나는 업적을 이룩하면서도 다양한 예술 분야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고, 실제로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조각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매일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어디를 가나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녔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인공두뇌학의 창시자인 노버트 위너는 소설을 썼고 다윈은 소설가 메리 셀리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셰익스피어를 흠모하고 찬양했다. 문화에 대한 이들의 폭넓은 관심은 각자의 연구 분야를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177p)

최근 대학의 인문학과들이 실용학과 위주로 통폐합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정리대상의 일순위 학과가 국문과, 독문과, 불문과라는 사실은 

독문학으로 제 2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모두가 취업을 준비하는 이 시대, 취업이란 곧 '좋은 회사',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이 때에

문학책을 옆에 끼고 캠퍼스를 오간다는 것이 한량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최종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장에 들어간 이후, 일이 적성에 맞는지에 대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모든 기업은 피라미드 구조이기에 자연히 내 밥그릇이 안정적인지 자문하게 된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실적경쟁이 치열하여 안정적으로 자리 보장을 받지 못하는 직종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직무가 '그 누구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십년 후, 과연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내 전문 분야를 가지고 싶었고

내 일에 있어서만큼은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었기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모두가 비실용적이라는 이유로 예술을 경시하고 문학을 멀리하는 이 때,

이 책은 무시되고 있는 그 것들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를 키우는 원동력인 '창의력'의 재료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이 것이 비지니스에 기여한 많은 사례들이 있고 (아이폰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이는 예술과 문학이 말랑말랑한 사고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는 이미 나있는 길을 남들과 같이 걸어가는 안정지향적인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불안하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시도해보는 것, 바로 그 것이 남들과 자신을 구분짓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성장하는 바탕에는 문학과 예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열심히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었고

항상 가던 길, 항상 먹던 음식만 먹는 나이지만 당장 오늘 저녁 메뉴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열심히 읽어대는 소설책들의 상상력을 묵혀두지 말고

현실에서 아이디어로 적용하여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문학은 어디에서 어떻게든 쓸모가 있다는 내 신념에도 힘이 실린다.

 

애초부터 독창적인 것은 없다.

영감으로 가득하고 상상력을 부추기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빌려오라.

옛날 영화와 새로운 영화, 음악과 책과 시,

그림과 사진 등을 닥치는 대로 탐독하고

꿈속 장면과 사람들의 대화, 건물과 다리와 거리의 이정표,

나무와 구름, 바다와 호수, 빛과 그림자를 무심히 넘기지 말라.

 

_짐 자무쉬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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