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사회생활이란 시험 과목과 범위가 정해지는 학교 공부와 달리 모든 지식을 총체적으로 동원하고 종합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 해결법을 찾아 풀어야 하는 인생 종합시험이다. 이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공부는 새로운 생각과 정보를 꾸준히 접하면서 자기 생각과 태도를 늘 갈고 다듬어 예리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당신이 읽고 싶은 모든 책들이 이 공부에 필요한 참고서다. 읽으면 공부가 되면서 동시에 휴식이 된다. 이게 바로 죽어도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206p)
직장인에게 책읽기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
당장의 수면시간도 부족한 이들에게, 책 읽을 한가로운 시간이 어디 있으며,
읽는다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나 또한 직장생활 초반에는 책읽기에 무심했더랬다.
책을 읽는 호기를 부리느니, 잠을 한 숨 더 자고,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내가 읽은 책은 아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마저도 회사에서 (강제로) 읽으라던 경영서적, 자기계발서 종류.
나의 독서력은 고등학교 때 부터 입사 2년차 때까지는 거의 단절된 상태이다.
부지런히 책을 사다 주시던 부모님 덕에 시도 때도 없이 게걸스레 읽어댔던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문학소녀의 의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나이가 되며 사그라들었고,
사회에서 지성인이라고 부른다는 대학생의 신분이 된 이후에도
(책을 안 읽던 나쁜 습관의) 관성의 법칙 때문인지 열심히 놀기만 했다.
그 것이 회사원이 된 이후에까지도 이어졌던 것이다. 그야말로 내 독서 인생의 암흑기가 아닐 수 없다.
(너무 긴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다시 책을 잡게 된 것은 신입사원이라는 꼬리표를 슬슬 떼고 있을 때였다.
회사에서 추천하던 경영서적들 (억지로 머리에 우겨넣던 정보들..),
잡지 가십기사처럼 읽어치우고 말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나에게 진정한 독서의 물꼬를 다시 트게해준 책은 이덕일의 `조선 왕을 말하다`였다.
일단 재미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정도라고 알고 있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흥미로울뿐 아니라
저자의 필력 또한 거침없이 책을 읽어가게 만들었다. 강요된 독서가 아니었는데도 꽤 공을 들여 완독했더랬다.
그리고 나서 독서가 이런 맛이었지 마침내 쐐기를 박은 책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였다.
비현실적 상황설정, 그 와중 드러나는 현실적 인간세상의 어두운 단면들,
허구와 실제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와 시시각각 터지는 사건들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마지막 반전까지, 작가는 독자들을 완전히 자신의 손 안에서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었다.
거친 회사생활, 치이는 사람관계에 공허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느라 미드로 밤을 샌 적은 많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침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었던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찾게 된 것은 그간 잃어버렸던 나의 독서에의 욕망이었다.
그 때 이후였던 것 같다. 다시 내가 책에 빠지게 된 것이.
퇴근 후 집 앞 카페에서 책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은 날 서점에서 무더기 책 쇼핑을 하고
한가한 평일 저녁이면 책과 관련된 출판사 강의를 쫓아다녔다.
평생 책만 읽으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고
결정적으로 진로를 바꿔 대학원에 진학했다.
(물론 대학원 공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기는 하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회사생활 동안의 책읽기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니, 직장인에게 책읽기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나는 다른 꿈을 꾸고 최종적으로 직장을 떠났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의 나의 책읽기도 꽤 쓸모가 있었다.
내가 만나는 고객들 중에는 독서가가 많았고, 그 때문에 책 이야기가 종종 화제로 나오기도 했다.
내가 읽은 책을 추천하는 사내메일도 종종 썼다.
(우리 팀장님은 나에게 자꾸 헤르만 헤세 작품에 대해 얘기하곤 했었다)
사장님이 다독가였을 때는 점수따기도 쉬웠다. (안타깝게도 내가 회사 다니는 동안 사장님이 3번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일희일비하던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책 만한 것이 없었다.
(아, 물론 내가 가진 종교와 무한도전도 빼놓을 수는 없다)
밤 열한 시부터는 모든 일을 접고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었다.
나에게 그 정도의 여유도 허용하지 못하는 인생이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책에 관심이 가니, 다른 물건들(옷, 가방, 구두, 화장품 등등)에 대한 쇼핑욕도 사라졌다. 돈도 열심히 모았다.
가방 한 개 값으로 얻는 내 영혼의 즐거움은 아마 평생에 넘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직장인들이 책을 읽음으로 `나`라는 기업의 지식경영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저자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직종에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한 것처럼 보인다.
그 와중 많은 독서가들이 `문학읽기`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독서가들의 경우 실용적인 책들을 선호하여 소설을 읽지 않는 경향이 강한데, 자기계발을 하는 데는 소설 역시 꼭 필요하다고 독서달인들은 조언한다. 그 이유는 소설이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생각하게 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애매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 속 상황에 대해 독자들은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독자들은 깊은 사고 과정을 거치며 생각의 날카로움과 폭이 깊고 넓어진다. 질문력을 키워 말랑말랑한 사고력이 생긴다. (228p)
열심히 책을 읽어대는 나에게도 힘이 되는 이야기이지만
소설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에게 더 권하고 싶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읽은 책으로 이루어진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회사생활에도 도움이 되었던 책읽기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라는 존재를 완성하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