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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죽으면 야스쿠니에 간다 - 제국 시대 일본군을 인터뷰하다
박광홍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8월
평점 :
야스쿠니 신사
너희는 죽으면 야스쿠니에 간다 – 박광홍
저자는 제주도 토박이며 대한민국 해병대 장교 출신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제주도는 불침항모(항공모함과 달리 침몰하지 않는 섬을 뜻하는 말)중 하나였을 것이다. 저자는 어렸을 때 봤던 부자연스러운 인공동굴을 얘기하며, 아마 그때부터 전쟁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제주도에 존재하는 부자연스러운 인공동굴은 일본군이 파 놓은 것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은 자폭공격을 감행한다. 당시 일본군은 미군의 노도에 밀려 전쟁의 승기를 잃고 있었다. 가망없는 전쟁은 자폭공격으로 치닫는다. 저자가 봤던 부자연스러운 인공동굴은 자폭보트 ‘신요 보트’를 배치하는 곳이었다. 저자는 그 얘기를 듣고 이상한 감정에 빠져다고 한다. 무엇이 일본군을 저토록 광기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저자는 의문을 가진 채 대한민국 해병대 장교로 부임하게 된다.
해병대는 알다시피 부조리가 만연한 곳이다. 전역을 해서도 선배에게 인사를 하는 문화를 우리는 종종 웃으면서 본다. 저자는 군생활을 하며 이래저래 많은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군가의 가사에 의문을 품고, 한국군에 존재하는 전 일본군의 ‘정신주의’를 생각한다. 실제로 저자는 한국군 초기에는 일본군 출신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군의 부조리는 거기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자폭보트 ‘신요 보트’
책을 살펴보면 저자는 전 일본군의 광기, 정신주의에 많은 호기심을 내비친다. 결국 그는 유학을 결심한다. 열심히 공부를 하던 그는 또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그들을 만나보자.” 저자는 전 일본군 출신을 찾아 인터뷰를 하자고 결심한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지만, 세 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터뷰를 요약하면 그들도 전쟁의 실체를 알게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승승장구 하는 모습에 “일본은 정말 강국이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인터뷰이들은 전쟁 막바지에 입대했고, 격전지에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명은 중국 하이난 섬, 나머지 두 명은 본토에 있었다. 본토에 있던 두 명중 한명은 공군 통신병과를 맡았다. 당시 가미카제를 활발히 출진시켰던 때라 많은 소년병을 봤다고 한다.
읽으면서 많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질문의 깊이가 약하고, 인터뷰이들도 하나마나한 얘기를 할 뿐이었다. 태평양전쟁을 전체 개괄해서 간단히 서술하면서 전개한 부분은 좋았지만, 책의 주제인 전 일본군을 인터뷰 하는 부분이 많이 약했다. 그래서 나는 왜 아쉬울까? 소재가 이렇게 좋은데, 별로 와닿지 않는걸까? 계속 생각해보았다. 우선 인터뷰이들이 전쟁의 격전지에 있지 않고, 총을 들고 현장에서 싸우지 않아서 경험의 깊이가 달랐던거 같다.(물론 생존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게 아니다! 말 그대로 소재를 생각해서 아쉬움을 논했을 뿐이다.) 그리고 저자의 질문이 너무 가볍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구타에 관한 얘기다.
박(인터뷰어) - 훈련받을 때 맞아보신 적 없나요? 상관이나 윗사람한데서?
히로토(인터뷰이) - 그건 자주 그래요. 그런 건 늘 그래. 하지만 육군만큼 맞지는 않았네요. 역시 그 연대 책임의 형태로 말이죠.
박 – 아, 연대 책임. 그럼 맞아도 연대 책임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나요?
히로토 – 응, 연대 책임으로, 뭐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주의가 내면화 되는 부분을 설명하려고 구타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 같다. 그런데 맞았다고만 물어보니 인터뷰이는 단편적으로 맞았고, 연대책임이다. 라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어는 질문을 상세히 하며 인터뷰이의 당시 생각과 감정을 이끌어내줘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나는 저자의 노력에 대해선 폄하할 생각이 없다. 그저 독서를 하며 아쉬웠던 점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저자는 석사논문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책은 22년 8월에 출판됐다. 그렇다면 지금은 박사학위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학문을 열심히 닦아 더 좋은 책을 저술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