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묘점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월
평점 :
“이 두 가지 사실이 각각 떨어진 점일 수도 있고, 하나로 이어지는 선일 수도 있어.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야. 다만 두 개의 점 사이가 가깝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
자극적이고 반전이 충격적인 추리 소설이 많이 나오는 지금, 세이초의 <푸른 묘점>은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린 피자 빵보다 카스테라가 생각날 때가 있다. <푸른 묘점>은 카스테라 같은 소설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 답답함이 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부각하려면 시궁창에 빠지는 등장인물이 꼭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이초의 <푸른 묘점>은 목막힘만 있지 않고 달달함도 첨가되어 있다. 달달함과 목막힘. <푸른 묘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반 세기 전 일본이 배경이다. 문학잡지 편집자 ‘노리코’는 인기작가 ‘무라타니 아사코’가 마감 직전 하코네(일본 온천이 유명한 곳, 도쿄랑 가깝다.)로 도망친다. 편집장은 노리코에게 직접 가서 마감 독촉을 명한다. 노리코는 하코네에 가서 아사코를 만나 마감 독촉을 하고, 삼류 기자 ‘다쿠라’도 만나게 된다. 겨우 원고를 받은 아사코는 여관 종업원에게 ‘다쿠라’가 추락사했다는 것을 듣게 된다. 잡지사로 돌아온 노리코는 직장 동료들에게 다쿠라 사망 사실을 알린다. 문학잡지 편집장은 사건을 듣고 이상함을 느껴 노리코와 ‘다쓰오’에게 취재를 명한다.
줄거리가 너무 평범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서사 진행은 도화지 여기저기 점이 찍히듯 미스터리하게 진행된다. 또 노리코와 다쓰오가 함께 취재하며 서로 간의 애정도 느끼게 된다. 사건의 우울함과 노리코와 다쓰오의 약간의 달달함은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초콜릿을 생각나게 한다.
지금 읽기에는 심심한 작품이지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화지에 찍힌 점이 결국에는 이어지는 것을 보고 세이초의 저력에 놀랐고,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을 읽고 씁쓸한 여운에도 빠졌다. 천재가 의자에 앉아 추리하지 않고, 잡지 편집자라는 생계 최전선에서 추리하는 노리코와 다쓰오 커플의 노력도 보기 좋았다. 이제나저제나 사랑은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