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전쟁 - 강대국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김정섭 지음 / 프시케의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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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섭"은 세 개의 전쟁을 논하면서 강대국은 세계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서술한다. 전쟁은 현상 변경을 원하는 자들에게서 일어난다. <세 개의 전쟁>은 태평양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대만전쟁을 다룬다.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서술한 책은 단순히 전쟁사를 기술하지 않는다. 전쟁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고, 전쟁의 원인과 성격을 논하고, 평화와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한다.

"다시 말해 전쟁은 하나의 렌즈일 뿐이다. 이를 통해 국제정치의 본질에 다가가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다. 전쟁과 같은 국제적 대사건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느 하나로 해석하기 어려운 중층적 성격이 내재되어 있고, 역사적 평가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올바른 교훈은 무엇인지 논쟁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면적 해석을 경계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논쟁적 이슈들은 가급적 역사적 맥락, 비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국제정치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통상 특정한 맥락에서는 유사한 선택이 내려진 경우가 많았다. 보다 긴 호흡으로 오늘의 뉴스를 바라본다면, 단편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무쪼록 이 책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작은 참고라도 될 수 있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과거 - 태평양전쟁

현재 - 우크라이나 전쟁

미래 - 대만전쟁

저자는 각 부마다 하나의 전쟁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현재 세계는 다극화되고 있다. 과거 미-소 냉전처럼 세력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저자의 따르면,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서로의 선을 알았다. 이 선을 넘어가면 어떤 반응을 할 지 정확하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럽,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대만, 일본, 한국, 중동. 세력은 서로 얽혀있다. 과거 한미일 뭉쳐서 공산권에 일대일로 대립했던 시절은 지났다. 독일은 미국에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에너지 협약을 맺기도 했다. opec은 미국의 석유 증산을 무시하고 석유 위안화 결제를 하기도 했다. 미국의 패권이 막을 내리는 것일까? 그 유명한 '투기디데스의 함정'이 일어날까? 그렇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소시민이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묶인 것을 모르듯이 우리도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묶인 것을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많은 데이터가 있다는 점이다.

태평양전쟁을 포함한 2차세계대전은 강력한 현상 변경을 원하는 독일과 일본에 의해 일어났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잇달아 승리한 일본은 어느 일본 소설가가 말했듯 '언덕 위의 구름'과 같았다. 구름을 보고 언덕 위를 오르는 일본제국. 하지만 언덕을 올랐다면 이제는 내려갈 일이 남았다. 태평양전쟁은 '언덕의 내리막길'이었다. 그들이 언덕 위에 있던 심정을 인용하겠다.

"오늘은 모두 얼굴에 회색이 만연하고 밝다. 어제와는 전혀 다르다. 이 전쟁은 밝다. 국민이 행복과 불행을 서로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 대동아전쟁 직전의 무겁고 괴로운 기분이 사라졌다. 실로 이 전쟁은 좋다, 밝다."

"우리가 마침내 해냈다는 행복감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영국과 미국같은 오만한 열강과 백인들에게 일격을 가했다는 행복감이었다. 승전보가 하나씩 전해질 때마다 걱정은 사라졌고, 두려움은 자부심과 기쁨으로 변했다. 후진국 출신 유색인종이 선진국 백인에게 느꼈던 열등감은 그 한 번의 급습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기점으로 바뀐다. 바로 폭격이다. '언덕 위의 구름' 너머로 몰려오는 미군의 폭격기는 구름을 가릴 정도였다. 여담으로 지브리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표현된, 하늘에 펼쳐진 수 많은 폭탄은 일본인의 트라우마를 표현했다는 평이 있다. 신문에 쓰여진 '대동아전쟁'은 이상이었지만, 폭격은 현실이었다.

연합군 항공 장교들은 민간인 폭격을 정당화하기 시작한다. 현대전은 민간인과 군인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국가총동원령은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손길을 뻗쳤다. 우리가 아는 전략 폭격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적국의 전쟁 의지를 상실시키려면 전쟁에 대한 지지를 낮추면 된다. 국민은 전쟁에 대한 지지를 보낸다. 전략 폭격은 이러한 지지를 없애려면 민간인, 군인 구분하지 않고 대량 살상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대공습은 그러한 전략 일환으로 이루어졌고, 일본인의 전후 트라우마에는 총알보다는 하늘을 수놓는 폭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같은 일본의 안보전략 변화는 불확실한 국제질서를 헤쳐 나가려는 전략적 사고의 산물이다. 북한의 핵위협과 중국의 굴기라는 안보 환경 변화에 직면하여 더 이상 부전 국가에 머물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평화 국가라는 자기 구속과 결별하고 안보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나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일본은 미국 중심 동맹에서 주변부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비슷한 안보 중심국가로 거듭나려 한다. 우습게도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안보전략 변화에 부정적이게 반응 하면서도 제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은 아니지만, 공통된 동맹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나아가서 중국의 굴기, 러시아의 패권 회복, 북한의 핵도발은 일본과 강제적으로 손을 잡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 국내 상황은 이를 가만히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역사 문제를 해소하고 어떤 식으로 손을 잡을지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할 안보전략 숙제다. 난제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은 다루기 어렵다고 한다. 현재 진행형인 전쟁이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넌지시 말한다. 개인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EU의 전략 실패라고 본다. 소련이 무너지고 나토의 존재 의의가 희미해질 때, 미국은 러시아에게 나토는 더 이상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마이단 사태가 터지면서 서방은 은글슬쩍 동진한다. 저자는 체제 전환 중인 러시아는 굴욕감과 상실감이 상당했을 것이라 말한다. 나토의 동진으로 옐친은 클린턴에게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한다면 러시아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는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범유럽 구조가 필요하다. 다른 것은 나와 러시아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지정학적 강점도 잃게 된다. 발트해가 차단되고, 우크라이나라는 거대한 영토를 잃게 됐다. 현재 러시아가 하는 행위는 과거의 지정학적 강점을 회복하려는 것과 같다. 저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라시아 경쟁은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냉전을 통해 반복됐다.

하지만 다른 점은 과거와 달리 세력 균형이 정확히 양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일본-대만을 포함한 서방 민주 세력, 중-러 권위주의 세력, 아랍-동남아와 같은 제 3세력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억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강압해서 손해를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됐을 시 현상 변경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억제가 통하고 있다는 것은 강압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강압이 통한다는 것은 억제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어느 한쪽이 더 이상 밀려서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했을 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만약 전쟁이 재래식 한정으로 일어난다면 인명 피해는 최소 수만명에 이른다고 예측한다. 이것은 재래식 전쟁 한정일 때 얘기다. 서로 고삐가 풀려서 핵전쟁으로 확전 된다면, 피해는 추산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의 국제정치학자 마틴 와이트의 "강대국 지위는 그것을 쟁취할 때처럼 폭력에 의해 상실된다. 강대국은 침대에서 죽지 않는다." 말처럼 강대국은 패권을 순순히 내려놓지 않는다. 저자는 낙관론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만약 대만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워게임'을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한국 외교에 대한 발언으로 마무리 짓겠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정확한 정세 인식에 기초해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절실하다. 현재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와해 움직임은 분명히 보인다. 그러나 국제질서의 향방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불확실하다. 미-중 전략경쟁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궁극적 승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신냉정이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과 대결의 시대이며 국제질서의 전환기적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대외전략이 유동적이라 워싱턴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을 경우 미국의 동맹 정책, 미-러 관계, 그리고 미-중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강대국의 변덕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나친 진영 외교를 자제하고 국익에 기초한 유연하고 면밀한 외교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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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전쟁 - 강대국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김정섭 지음 / 프시케의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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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미래. 전쟁은 현상 변경을 원하는 자들에게서 일어났다. 전쟁으로 본 강대국의 시선은 냉혹하다. 미래를 서술한 대만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중국과 미국의 전략은 서로 상반된다. 한 쪽이 밀리게 되면 결국, 현상 변경을 원하는 세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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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 -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
래너 미터 지음, 기세찬.권성욱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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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군대, 장제스의 국민당. 잊혀졌다고하면 남일이 아닌것 같다. 한국전쟁도 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이라 불린다. 국민당은 홀로 일본제국과 싸웠다. 저자는 중일전쟁을 장제스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결과는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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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이세형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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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 침대축구 말고는 중동에 대한 인상이 없었다. 이세형 기자는 중동의 복잡한 문화를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중동 역사책을 읽기 전에 입문용으로 좋다. 한반도와 같은 화약고를 살펴보자. 저기는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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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의 서재 - 독재자의 책읽기와 혁명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6
제프리 로버츠 지음, 김남섭 옮김 / 너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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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스탈린의 업무량을 생각해보면 하루에 300~500면 읽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확실히 독서량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다양한 책과 인물을 토대로 스탈린을 탐구한다. 친절한 각주는 독서를 밀도 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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