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떻게 난세의 승자가 되었는가 - 대항해시대의 일본 전국시대
아베 류타로 지음,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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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의 혁명사상을 그대로 계승하지 않고 수정, 보완합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부나가는 전국의 다이묘들과 그 가신들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떼어놓습니다. 그리고 고대 이후 이어진, 토지는 모두 국가(천황)의 것이라는 공지공민제에 가까운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시로와리'라는 이름의 무장해제 정책을 추진했고, 토지 조사를 시행해 영토의 생산량을 확정하며, 병농분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도 계승하고 재확립한 정책들이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는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천하인에 근접한 인물이 세 명이나 나왔으니깐요. 아니, 과연 세 명일까요? 아마 노부나가와 견줬던 다케다 신겐 또한 천하인에 가까웠을 겁니다. 호랑이라 불렀던 다케다 신겐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에 맞서 세를 불렀던 인물입니다. 책에서는 만약 다케다 신겐이 일찍 죽지 않고 버텼다면, 신겐이 구축했던 대對 오다 노부나가의 포위망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거라고 서술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들은 "바다 너머 세상"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린 흔히 오다 노부나가가 서양에서 조총을 받아 천하통일에 근접했고, 권력을 넘겨받은 히데요시가 막대한 조총을 들고 조선을 침공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틀린 얘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자 "아베 류타로"는 조금 더 '세계사' 시점으로 전국시대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당시 유럽은 '대항해시대'였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이 항해기술을 발달 시키던 때였습니다. 서로가 하나라도 더 영향력을 가지려던 유럽, 천하를 가지려던 일본. 어느 정도 관계가 있었을 겁니다.



저자는 포르투갈이 일본에 조총을 넘겼던 이유는 은광이라고 설명합니다. 당시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경쟁적으로 해외 영향력을 넓혔는데, 당시 스페인은 명나라로 은銀 을 가져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포르투갈도 밀리고 싶지 않아, 이와미 은광을 노리고 일본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조금은 다른 얘기이지만, 한국 대체역사 웹소설에서 이와미 은광은 자주 애용되는 소재입니다. 조선이라는 가난한 나라를 부흥 시키는 단골 소재이지요. 그만큼 이와미 은광은 막대한 매장량, 질 또한 좋아서 포르투갈이 점 찍었던 거 같습니다.



뭐, 아무튼 조총을 판다면, 탄과 화약 또한 자연스레 팔리게 됩니다. 당시 일본은 전국시대였기 때문에 강력한 조총은 매력적인 소재였을 겁니다. 일본에 진출한 예수회는 개종을 조건으로 다이묘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여기서 "기리시탄 다이묘" 즉, 크리스천 다이묘가 탄생합니다. 신자 그것도 지도자 층에서 생긴다면, 크리스트교는 자연스레 세가 강해집니다. 후에 오다와 히데요시는 세가 강해진 크리스트교 때문에 발목이 잡혔던 것 같습니다.



책은 분량이 짧지만 강의록 형식으로 쓰여 쉽게 읽힙니다. 무엇보다 소제목이 적절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무슨 주제를 얘기하는지 눈에 잘 들어옵니다. 또한 중간중간 일본 문화가 소개되어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취미가 아닙니다. 비즈니스나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됐습니다. 다실은 상업상의 거래를 위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사방이 꽉 막혀 있어 아무나 접근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실에서 열리는 다도회에 초대받는다는 건 최상류 계층의 비밀 모임에 초대받았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에야스는, 이번에는 슨푸의 이마가와 가문 인질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인질'이라는 단어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인질'이라 하면 '사로잡혀서 자유가 없는 옥살이'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객장'(손님 신분으로 보살핌을 받는 무장이나 장군을 의미한다.)으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소소한 당시 일본 문화 설명은 책을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일본 역사책은 사실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자주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만, 한자를 훈독으로 읽다 보면 '고소슨 삼국동맹', '세키가하라 전투', '미카와 잇코잇키' 같은 생소한 단어가 보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책은 친절하게 차근차근 나아갑니다. 전투 부분에선 도표가 있어 당시 상황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중상주의, 중앙집권제를 선호했던 거 같습니다. 노부나가는 예수회의 '명나라 출진'을 거부하고, 조정(일본 천황 또는 보조하는 귀족)을 밀어내고 천하인으로 군림하고자 했습니다.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기본적인 정책은 계승하지만 명나라 출진을 승인하고 조정과의 갈등을 피합니다. 최후의 천하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앞선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정책을 계승하지 않습니다. 임진왜란 출진에 병력을 지원하지도 않았고, 중상주의와 중앙집권제 또한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시 농본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본으로 하는 막번 체제를 부활 시킵니다. 여담으로 도쿠가와 막부는 육식을 막았습니다. 고기를 먹으면 힘이 생겨 칼을 휘두를 여지가 있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힘이 남아돌면 나가서 어떠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니깐요. 



아무튼 도쿠가와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하고, 히데요시 잔존세력과 예수회(중상주의)를 몰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는 진정한 천하인이 된 것입니다. (짝짝) 


이에야스는 평생의 목표 '염리예토 흔구정토' 더러운 땅을 정화한다. 즉,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뤘습니다. 누구든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열었습니다. 무장해제와 병농분리를 시행해 사적 제제를 막았습니다. 저자는 이에야스가 일본의 '중세적 자유'를 없앴다고 합니다. 현대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보장됩니다. 이에야스는 '중세적 자유' 즉, 사적 제제를 빼앗고, 정부(막부)가 안전을 약속했습니다. 



저자는 난세를 평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패자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패자에서 그치지 않고, 진정한 왕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에야스는 전국시대를 '세키가하라 전투'로 매듭짓고, 훗날 에도 막부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진정한 왕이 됐습니다. 그야말로 '염리예토 흔구정토'




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살짝 식은땀이 난 부분이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예수회의 명나라 출진을 승인하고 군함 대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수회는 자기들이 명나라에서 주도권을 갖고 싶었기에 혹시나 히데요시가 주도권을 가질까 봐 거절했다고 합니다. 만약 군함 대여가 성사되고 조선에 들고 왔다면 어땠을지···. 조선도 대항해시대를 맛보고 조금은 다른 길을 가지 않았을까라는 "만약에 역사"가 떠오릅니다.




(새가) 울지 않으면(鳴かぬなら)


오다 노부나가 - 죽여버려라(殺してしまえ)


도요토미 히데요시 - 울게 만들어 보이겠다(鳴かせてみせよう)


도쿠가와 이에야스 - 울 때까지 기다리자(鳴くまで待とう)


출판사(@paperroad_boo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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