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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개인
이선옥 지음 / 필로소픽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단단한 개인. 이선옥. 필로소픽. 207쪽. 2020년 3월 30일. 13,500원.
어느샌가 우리는 늘 대립하고 있다. yes or no를 정해놓고 서로에게 돌을 마구 던지고 있다. 농담이 혐오발언으로 둔갑하고 유머가 불편함으로 변하면서 서로에게 화살을 쏘고 있다. 한 쪽이 이겨야만, 반대쪽은 죽어야만 끝나는 갈등을 나는 무섭게 바라봤다.
작가 이선옥은 이러한 현실을 진단하며 혐오발언과 가짜뉴스, 편 가르기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개인’으로 있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 하나의 이념으로 현실을 진단하지 않고 인간의 기본권, 즉 헌법정신을 토대로 현 사회의 문제점을 말해준다.
제목의 <단단한 개인>은 개인주의를 강조한 뜻이 아니다. 가짜뉴스와 편 가르기의 파도에 쓸려나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개인을 뜻한다. 한 쪽 진영에 속해 반대쪽과 대립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편하다. 늘 긴장을 유지하지 않고 집단의 논리를 따르면 된다.
이선옥은 ‘페미니즘 제자리 찾기’를 통해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의 페미니즘이 세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세 가지로 답했다. 첫째, 기본권을 후퇴시키고, 둘째, 인간의 주체적인 삶에 타격을 주며, 셋째, 반지성주의를 강화하기 때문이라고.”
페미니즘에 매몰된 사람들은 모두에게 페미니즘을 강요하고, 부정을 용납하지 않는다. 본인은 역사 속 한반도는 이념을 ‘죽고 사는 문제’로 여겨졌다고 생각한다. 과거 ‘남이냐 북이냐’라는 이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가. 물론 페미니즘은 과거의 이념이랑 성격이 다르다. 본인은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하고 싶다.
한 때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이 사회적 이슈였던 적이 있다. 이선옥은 ‘말의 무게’를 언급하면서 단어의 개념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잠재적 가해자는 재범을 우려해 전자발찌를 채워지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선옥은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면 여성도 ‘잠재적 꽃뱀’이냐고 반문한다.
“개념을 만들 때는 신중하게, 사회 보편의 규범과 생활인들의 인식에 맞는 언어를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 전반부가 ‘단단한 개인’을 성취에 필요한 전제라면 후반부는 구체적인 사안을 통한 ‘단단한 개인’으로 가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책의 후반부인 4부에서는 사회이슈를 끌고 와 헌법적 사고와 권리논증에 대해 쓰고 있다. 차근차근 책을 읽으면서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은 ‘용기’다.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천천히 사고한다면 양 쪽에서 나를 짓누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 편집 넋두리
김지형 전 대법관은 추천 글에 “참 좋은 글이다. ‘보면 안다.; 법률가의 글인 양 치밀한 논증이 설득력을 높인다. 사변적이지 않고 사안 중심적이다.” 라고 적었다. 보통 사람들은 법률가들은 현학적이지 않고 질서정연한 사고판단을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가의 추천사는 독자에게 이 책 또한 법률가의 책처럼 질서정연하다는 간접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했다.
2. 표지그림의 여성은 분명 작가 이선옥이다. 사막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보이나 뒤에 산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언덕정도로 보인다. 홀로 서있는 모습이 제목 <단단한 개인>과 어울린다. 외로워 보이지 않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림은 <단단한 개인>은 ‘외로운 개인’이 아니라 ‘주체적인 개인’으로 느껴진다.
3. 목차는 대제목과 소제목으로 구성됐다. 무엇을 주장하는 글은 목차가 중요하다. 독자는 목차를 통해 ‘어떤 파트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야 한다.
4. 이선옥 작가를 처음 접했다. 정말 재밌게 읽어서 작가의 전작인 <우먼스플레인>도 읽어볼 계획이다.
ㆍ본 리뷰는 서평단 당첨으로 인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