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 헤어지고 싶지만 만난 적도 없는 너에게 - 집 나간 문해력을 찾아 줄 리듬과 비유의 세계 우리학교 책 읽는 시간
김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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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처음 만난 건 아마도 초등학생(그래, 정정할게. 초등학생 아니고 국민학생이었어) 때였을 거야. 교과서에 실린 너를 보고 간단한 모양새에 반했고, 방학 때마다 밀린 일기를 채울 때 너를 썼지. 그러다 연속해서 너를 쓰는 게 양심에 찔리면 너 대신 편지를 쓰곤 했고 말이야.

 

내가 너를 가장 자주 만났던 때는 고등학생 때였어. 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문학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하지만 문학 책에서 김수영의 <>을 읽고 전율했던 기억은 선명해.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는 문장이 내게 왔었지.

 

너에게 반해서 노량진에 있던 <국민문고>에 수시로 시집을 사러 다녔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땐 좋은 시를 볼 줄 몰라서 그저 사랑 타령이나 하는 시집을 사서 읽고 또 읽었지. 그리고 그 시를 따라 나도 너를 쓰기 시작했어. 기억하지? 내가 아래한글 문서에 썼던 200여 편의 시를. 파일에 걸어놓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서 그때의 너와 영영 이별을 해버렸지만 말이야. 지금생각해보면 그때 너랑 헤어진 건 다행이었어. 그때 내가 썼던 너는 진짜 시가 아니었으니까. 그저 내 감정을 토해 낸, 말장난이었을 뿐 시라고 할 수 없었겠지. 너는 쉽게 써지는 존재가 아니니, 그때 내가 쉽게 썼던 것들은 네가 아니었을 거야.

 

네가 참 어렵다고 느낀 건, 20때가 되면서부터였어. 사람들이 좋다는 시집을 사서 읽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너도 있었지만, 너를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무엇인지 고민해도 알 수 없을 때가 많았지. 그래서 너와 작별하고 소설을 만났어. 아주 오랫동안 너를 떠나 있었지.

 

내가 다시 너를 찾은 건, 작가가 되기 위해 문장 공부를 할 때였어. 책장에 꽂혀있던 시집을 꺼내 읽으며, 빈약한 내 문장을 구원해줄 너를 찾았지. 나이가 들면서 경험한 것들이 많아져서 그랬는지, 그제야 조금 네가 보였어. 너를 보면서 자주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했어. 노트에 너를 필사하며 가슴을 쓸어 올렸어. 그리고 생각했지. 너를 쓰는 시인들은 천재라고!

 

그때 느낀 심장 쿵을 다시 느낀 건, 몇 해 전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김경민,포르체)를 읽을 때였어. 작가가 선별한 시와 나름의 설명이 있는 글을 보면서 얼마나 뭉클했는지 몰라. 그런데 그 책을 쓴 작가가 너에 대한 책을 새로 냈다잖아! 그러니 어찌 읽지 않을 수가 있겠니? 소식을 듣자마자 냉큼 주문해 읽었지.

 

시랑 헤어지고 싶지만 만난 적도 없는 너에게(김경민, 우리학교)에 소개된 시를 읽으면 쿵쿵, 마음이 내려앉는 소리를 들었어. 네가 내 마음에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였지. <새해 첫 기적>, <결빙의 아버지>, <눈 오는 지도>를 읽으면서 너의 존재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내려앉은 마음을 다시 끌어 올려준 건, 시와 나란히 앉은 작가의 글이었어. ‘익숙한 사고에서 살짝 벗어나 상황을 뒤집어 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 시가 탄생한다(p36), ‘함축적 의미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상황과 맥락 속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의미라고(p40), 시란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하는 게 아니라 조금 숨겨서, 숨겨진 말을 독자가 생각해 보도록 절제 한’(p112)거라고 알려주는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 그리고 생각했어. 이 책을 나와 함께 글을 쓰는 청소년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말야. (물론 나도 너를 쓸 때 이런 것들을 기억해내자고 다짐했어. 그래서 얼마나 많이 밑줄을 그었는지 몰라.)

 

나는 네가 사람들하고 영영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때때로 너에게 무관심하고, 너를 잊을 수는 있겠지만 삶이 메마를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을 때 사람들이 너를 찾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지 않기를! 바라. 그러니 너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헤어지자고 하면, ‘누구세요?’라고만 하지 말고, 옆에 더 착!하고 달라붙어 있어! 알았지? 내 옆에서도 떨어지지 말고! 그럼 너의 영생을 기원하며 이만 줄일게. 안녕.

 

202312월 끝 무렵,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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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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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렉의 글을 처음 접합니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기대하고 있어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했던 페렉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남과 다른 생각을 연습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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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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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딘아, 너 왜 진작에 말 안했어? 네가 제때 알려주지 않아서, 나만 늦게 알았잖아. 이꽃님 작가 신작 나왔다고 왜 안 알려줬냐고!! 다음부터는 일 똑바로 해라. 알았지? (라딘 둥절)

 

각설하고! 어제 도착한 이꽃님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문학동네2023)를 읽었어. ! 이 양반, 진짜 플롯 장인이더라. 구성이 아주 그냥, 너무 흥미진진해! 아오!

 

내가 이꽃님 작가를 알게 된 건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문학동네2018) 덕분이었어.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편지 형식의 글이라고 해서 읽게 됐지. (너도 알잖아. ‘편지’, ‘서간체이런 거 들어가는 책 내가 엄청 사고 있다는 거. 다 너한테서 사고 있잖아.) 그 책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유리겔라라니! 푸하하하. 그래. 유리겔라아는 사람이야. 넌 그 사람 본 적 없지? 나는 봤어. 아마 그 때 온 국민이 TV 앞에 앉아서 그 사람이 초능력으로 숟가락 휘게 한다는 걸 봤을 걸? 아무튼, 책 속에 내가 살아왔던 시대가 녹아있어서 엄청 웃으면서 읽었어. 그러다가 나중에는 대성통곡했지만 말야. 이 책이 왜 청소년문학상을 받았는지 알겠더라.

 

이 책 읽고 이꽃님 작가에게 반해서,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문학동네2020), 죽이고 싶은 아이(우리학교2021),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우리학교2023)까지 섭렵했어. 모든 책이 진짜 할 말이 많더라. 청소년들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하기에 너무 좋았어. 그래서 이꽃님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또 읽으리라 마음먹었지. 그런데 네가! 나에게! 너무 늦게 알려준 거야. 네 죄를 네가 알겠니?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하지오유찬의 이야기야. 지오는 서울에서 엄마랑 둘이 살았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상도 정주로 전학을 하게 돼. 지오는 유도를 하는 선수인데, 정주가 유도로 알아주는 곳이라나 뭐라나. 암튼 엄마의 느닷없는 통보로 정주에 가게 돼. 유찬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야. 5년 전, 화재 사건을 겪은 후에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되지. 찬이가 바랐던 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들리기 시작 했을 뿐이야.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찬이는 그게 저주라고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하지오를 만나고 이상한 일이 생겨. 그게 뭐냐면...

 

안 알려줄래. 이건 스포거든. 너 스포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리뷰를 쓸 때마다 스포가 있는지 없는지확인하잖아. 있으면 체크하라고. 그러니까 안 알려줄래. 내용이 궁금하면 너도 읽어보든가. 그런데 이 책,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 중간에 쉴 수가 없어. 이꽃님 작가의 책이 다 그렇지만, 이 책은 더 그렇다고! 너무 유쾌하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따뜻해. 어떻게 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진심 부럽더라.

 

나에게도 청소년소설이라는 로망이 있어. 내가 바쁜 것 좀 끝나면 쓰기 시작할 거야. 그게 언제일지 모른다는 함정이 있지만, 암튼 너 딱 기다려. 내가 청소년소설 쓰면 너 엄청 바빠질걸.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누리는 게 좋을 거야. 그러는 중에도 이꽃님 작가 새 책 나오면 바로바로 알려주고. 알았지? 그럼 이만 줄일게. 왜냐고? 택배 왔다고 문자왔어. 네가 보낸 택배! 내가 주문하고 네가 나한테 보낸 거. 그럼 나 택배함 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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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김양미 지음 / 문학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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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었어요.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김양미,문학세상)라는 책이었지요. 책은 일곱편의 단편을 담고 있었고, 당신의 이야기는 <샤넬 No.5>에 있었어요. 고급 브랜드가 있는 제목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했어요. 명품을 좋아하는 혹은 동경하는 젊은이 이야기일까,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야기는 내 예상과 전혀 다른 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당신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글을 쓰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죠. 당신이 걸어왔던 길과 전혀 상관없는 길로 들어서며 당신은 화를 냅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글과의 싸움에 시간을, 삶을 투자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당신은 도전합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저 머너의 누군가가 ‘OK’를 외칠 때까지 읽고 쓰고 또 읽고 쓰죠.

 

당수동의 빌라를 나와 옥탑방을 얻고, 도서관에 다녔다는 당신이 늘어놓은 책 목록을 보며 나는 좀 울컥했어요. 그 대목을 보면서 당신을 만들어낸 김양미 작가가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 모습은 오래 전의 내 모습이기도 했어요. 그래서일까요.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의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삶을 다룬 <비정상에 관하여>에서는 지난날의 나를 만났고,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를 보면서는 참 많이 웃었어요. 가장 강한 존재와 가장 나약한 존재를 엮어 독자를 웃기며 생각할 무언가를 주는 작품이었죠. <내 애인 춘배>를 읽은 날은 어느 길가를 걷다 춘배라는 이름이 붙은 간판을 보고, 저 집 사장님 이름도 봄날의 꽃봉오리일까 생각했어요. 소설 속 춘배도 그 집 사장님도 봄날의 꽃봉오리처럼 예쁨 받는 날을 살아가길 바라기도 했죠.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되려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가슴에 이야기를 담은 사람은 써야 할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거든요. 저에게도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고, 어쩌면 평생 다 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알아봤어요. 당신은 써야 할 운명을 지닌사람이란 걸요. 어쩌면 당신의 엄마도 당신을 알아봤을 거예요. 백일장에서 상 한두 번 받아왔다고 알아본 게 아니라, 당신 마음속에 써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당신에게는 쓰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봤겠지요. 그래서 편의점과 식당을 돌며 삶을 연명하는 당신에게, 엄마는 쓰는 사람의 삶을 선물하고 싶었을 거예요. 어쩌면 당신도 원했을 삶을요.

 

당신이 쓴 열다섯 번째 소설을 ‘OK’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요. 당신이 소설을 쓰고 보상금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당신은 지금도 열심히 쓰고 있을 거란 걸요.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책을 낸다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은 아니지만, 내가 쓰는 이야기에 고개 끄덕여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게 또 다른 글을 쓰게 한다는 걸 당신은 알테니까요. 류진주, 당신의 글에는 제가 끄덕여주는 사람이 될 게요. 당신의 삶에서 내 삶의 조각들이 보여 나는 당신을 응원하기로 했어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당신의 이야기를 써주세요. 당신의 다음 작품들을 기다릴게요. 그럼 안녕.


- 당신의 글을 오래 오래 읽고 싶은 독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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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지음 / 이정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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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지니! 나는 편지요정이라고 해. 인간계에서는 나를 그렇게 부르곤 하는데, 요정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는 나의 존재를 잘 모를 거야. 요정 신입인 내가 요정계에 입문한지 천년이 넘은 너에게 반말을 하는 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너도 알지? ‘선배신입이니 하는 말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말이란 걸. 그러니 우리는 그런 걸 따지지 않기로 하자. (책을 보니 동안이도 너에게 처음부터 반말하더라 뭐.)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의 존재를 알았어. 어릴 때 네 이름을 들었지. 알라딘 램프 속에 살면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이라고. 어른이 된 후에는 너보다 램프 이름을 더 많이 듣고 불렀어. ‘알라딘이라는 내가 라딘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서점이 있거든. 맞아. 네가 등장하는 지니, 너 없는 동안(이은정,이정서재)도 그곳에서 구입을 했어. 책이 도착한 건 좀 됐는데 내가 책을 읽은 건 지난주였어.

 

사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하이디가 부른 진이라는 노래를 떠올렸어. 진이 너 없는 동안에 난 한 번도 널 잊은 적 없고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말이야. 그 후,  띠지에 ‘21세기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났다라는 카피를 보고는 네가 AI 쯤 되는 줄 알았어. ‘시리같은 그런 애 말이야. 그런데 넌, 진짜 램프의 요정’ ‘지니였더라! ‘엄지손가락만하고, 팬티 한 장을 입고, 요란한 털모자를 쓴 분홍색 생명체 지니!

 

네가 주전자에서 나와 동안이와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동안이는 무슨 소원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지. 그런데 뭐라고? 불행만 들어줄 수 있다고? 동안이가 아닌 타인이 불행해지는 소원만? 그런데 말이야, 나는 궁금했어. 동안이가 누구의 불행을 빌게 될지. 불행한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동안이는 어떻게 될지 말이야. 그래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거든.

 

책은 진짜 재밌었어. 지니 네가 불행한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보는 게 좋았어. 동안이는 동안이 나름대로, 설아는 또 설아 나름대로, 고은과 부단도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 ‘강요속박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 한 발씩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깊이 깊이 감동하기도 했지.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어. ‘! 이런 청소년이 어딨어? 이런 애들은 소설에나 있는 거야!’라고. 그런데 말이야 지니야. 나는 그런 아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세상이 뭐라해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아이들 말이야. 나도 그런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고 (내가 인간계에서 활동한 일들을 조사 해본다면, 내가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이 글을 쓴 이은정 작가도 동안과 설아, 부단과 고은 같은 아이들을 현실에서 만났을 거라고 생각해. 작가는 아마도 그 아이들을 통해서 어떤 희망을 보았고, 소설 속에 그들을 등장시켜서 세상에 밝은 빛의 가루를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은정 작가가 그동안 써온 책들과 다른 결을 갖는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하나의 결만 갖고 사는 건 아니니까. 이 또한 이은정 작가의 또 다른 결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은정 작가가 다음에도 평생 소설책 한 권도 완독한 적 없는 사람이 완독할 만한 소설을 또 써주었으면 좋겠어. 너는 불행한 소원만 들어주는 요정이 되었지만, 요정계에 민원접수라도 해서 내가 바라는 이 소원은 들어주기 바라


잠깐, 너 아직 거기’(에필로그 참고) 있어서 민원접수도 못하는 건 아니지? 너도 요정이니까 아무리 거기에 있더라도 이런 일은 처리할 수 있다고 믿어 볼게.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일게. 우린 다음에 또 만나자. 안녕.

 

20234월의 어느 날, 지상에 있는 편지요정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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