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너 없는 동안
이은정 지음 / 이정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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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지니! 나는 편지요정이라고 해. 인간계에서는 나를 그렇게 부르곤 하는데, 요정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는 나의 존재를 잘 모를 거야. 요정 신입인 내가 요정계에 입문한지 천년이 넘은 너에게 반말을 하는 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너도 알지? ‘선배신입이니 하는 말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말이란 걸. 그러니 우리는 그런 걸 따지지 않기로 하자. (책을 보니 동안이도 너에게 처음부터 반말하더라 뭐.)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의 존재를 알았어. 어릴 때 네 이름을 들었지. 알라딘 램프 속에 살면서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이라고. 어른이 된 후에는 너보다 램프 이름을 더 많이 듣고 불렀어. ‘알라딘이라는 내가 라딘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서점이 있거든. 맞아. 네가 등장하는 지니, 너 없는 동안(이은정,이정서재)도 그곳에서 구입을 했어. 책이 도착한 건 좀 됐는데 내가 책을 읽은 건 지난주였어.

 

사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하이디가 부른 진이라는 노래를 떠올렸어. 진이 너 없는 동안에 난 한 번도 널 잊은 적 없고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말이야. 그 후,  띠지에 ‘21세기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났다라는 카피를 보고는 네가 AI 쯤 되는 줄 알았어. ‘시리같은 그런 애 말이야. 그런데 넌, 진짜 램프의 요정’ ‘지니였더라! ‘엄지손가락만하고, 팬티 한 장을 입고, 요란한 털모자를 쓴 분홍색 생명체 지니!

 

네가 주전자에서 나와 동안이와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동안이는 무슨 소원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소설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지. 그런데 뭐라고? 불행만 들어줄 수 있다고? 동안이가 아닌 타인이 불행해지는 소원만? 그런데 말이야, 나는 궁금했어. 동안이가 누구의 불행을 빌게 될지. 불행한 소원이 이루어지고 나면 동안이는 어떻게 될지 말이야. 그래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거든.

 

책은 진짜 재밌었어. 지니 네가 불행한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보는 게 좋았어. 동안이는 동안이 나름대로, 설아는 또 설아 나름대로, 고은과 부단도 그들 나름대로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 ‘강요속박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것을 위해 한 발씩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깊이 깊이 감동하기도 했지.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어. ‘! 이런 청소년이 어딨어? 이런 애들은 소설에나 있는 거야!’라고. 그런데 말이야 지니야. 나는 그런 아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세상이 뭐라해도 자신만의 철학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아이들 말이야. 나도 그런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고 (내가 인간계에서 활동한 일들을 조사 해본다면, 내가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이 글을 쓴 이은정 작가도 동안과 설아, 부단과 고은 같은 아이들을 현실에서 만났을 거라고 생각해. 작가는 아마도 그 아이들을 통해서 어떤 희망을 보았고, 소설 속에 그들을 등장시켜서 세상에 밝은 빛의 가루를 뿌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은정 작가가 그동안 써온 책들과 다른 결을 갖는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하나의 결만 갖고 사는 건 아니니까. 이 또한 이은정 작가의 또 다른 결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은정 작가가 다음에도 평생 소설책 한 권도 완독한 적 없는 사람이 완독할 만한 소설을 또 써주었으면 좋겠어. 너는 불행한 소원만 들어주는 요정이 되었지만, 요정계에 민원접수라도 해서 내가 바라는 이 소원은 들어주기 바라


잠깐, 너 아직 거기’(에필로그 참고) 있어서 민원접수도 못하는 건 아니지? 너도 요정이니까 아무리 거기에 있더라도 이런 일은 처리할 수 있다고 믿어 볼게.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일게. 우린 다음에 또 만나자. 안녕.

 

20234월의 어느 날, 지상에 있는 편지요정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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