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부터 - 산골 청소년과 놀며 배우는 배추쌤
이재명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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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것부터》를 쓴 이재명 선생님은 전라도 장수에 있는 YMCA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있는 분이다. 아이들에게는 ‘배추쌤’이라고 불리고, 어릴 때는 ‘주의가 산만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저자소개에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쌤이 이런 ‘호기심 천국’이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배추쌤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공감했던 부분은 ‘사나운 개, 윌리’의 이야기였다. 윌리는 지인이 키우는 개 이름이다. 지인의 집에 가면 늘 마주치게 되는데, 들어갈 때는 아는 척도 안하던 윌리가, 그 집에서 사람이 나오기만 하면 사납게 짖었다고 한다. 얼마 동안 윌리를 맡아 데리고 있어야 했던 쌤은 윌리가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관계맺기’에 대해 생각하고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본다. (어떤 방법인지는 책에서 확인하시라!) 시도는 성공이었다. 쌤은 윌리와 관계 맺기를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맺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크게 공감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기>라는 꼭지였다. 이 책에는 이런 질문이 나온다.
“이 소리는 무게가 몇 그램이나 나갈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리에도 무게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리는 무게를 잴 수 없지만, 무게감이 있다. 또 작은 소리, 큰 소리, 찢어지는 소리, 울려 퍼지는 소리 등 모양과 형태도 다양하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도 일종의 소리다. 하루 동안 나에게 어떤 소리가 들렸는지 떠올려보면 정말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P69)

이 문장을 읽고 아이들이 느끼는 ‘하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게 됐다. 새털처럼 가벼운 하루는 아닐지라도, 온 몸에 쇠사슬을 달고 있는 것처럼 무거운 하루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의 ‘하루 무게’를 때때로 내가 좌지우지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내가 밖에서 만나는 아이들이든, 집에서 만나는 아이들이든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소리의 무게를 글쓰기 수업에 어떻게 접목해 볼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다.)

《할 수 있는 것부터》에는 청소년과 함께 수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코로나 때 아이들을 만날 수 없어 여러 가지 재료를 집으로 보냈던 ‘질문 꾸러미’는 나도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였고,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같은 학급에서 만나야 하는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알 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관계를 회복시키는데는 꾸준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깊이깊이 공감한다고 전해드리고 싶었다. (관계 회복을 하루 만에 하라는 공공기관들아, 그러지 말자. 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청소년들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맘이 좀 벅찼다고나 할까. 그리고 배추쌤처럼 아이들의 ‘내면을 지지와 격려로 채워’주고, 아이들이 ‘자기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분들과 만나 함께 노는 날이 오기를 꿈꾸게 됐다. 우리가 노는 게 그냥 노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린 또 너무 잘 아니까! 이걸 아는 사람이라면 자,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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