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하여

리스트가 늘어만 간다.
예를 들어,

남을 취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만들되
자신에게 취하면 안 된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하지만
재미있어야 한다.

솔직해야 하지만
민폐이면 안 된다.

슬픔을 바라봐야 하지만
자기 연민이 섞이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해야 하지만
기존의 것도 지켜야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살되
거리를 잘 지켜야 한다.

한때 가득차 있던
‘해야 하는 것들‘ 리스트에는 이제

내일 병원가기.
우유 사놓기.
마감.

이런 것밖에 없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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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더미 위에 앉아서 생각해본다. 달그락달그락 핸드밀에 행복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은 내가 변해서일까. 아닐 것이다. 다만 알게 되었다. 달그락‘과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와 음반 판매고는 행복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 관계는 간접적이고 복잡한, 예를 들면 사다리타기 같은 예측 불가능한 관계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그것을 아직 모르겠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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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선 안 되는 말이긴 하지만,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예재작년 구국군사회의가 일으킨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그랬더라면 국방체제가 효율적으로 강화되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리고 제국의 전제주의와 동맹의 군사 독재정권이 우주의 패권을 걸고 싸운단 말인가? 그거 참 구제할 길 없는 전쟁이라는 생각 안드나?"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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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카츠 제독님, 그거 아십니까? 저는 저 아이가 군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사실은 명령을 해서라도 말리고 싶을 정도예요."
"그건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로군요." - P321

"제독님."
"뭐냐?
"정식으로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
"......"
"허락해 주실 수 없을까요? 그래도 절대로 안 된다고 하시면…… 포기할게요."
"꼭 군인이 되고 싶니?"
"예. 자유와 평등을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어요. 침략이나 압정의 끄나풀이 되는 군인이 아니라,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군인이요." - P344

"얘, 율리안, 어울리지도 않는 소리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만, 네가 군인이 됐을 때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군대란 폭력기관이며, 폭력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거지."
"좋은 폭력과 나쁜 폭력인가요?"
"그게 아니야. 지배하고 억압하기 위한 폭력과, 해방의 수단인 폭력이지. 국가의 군대란 것은 말이다…"
양은 상당히 식어버린 핫 펀치를 모두 마셔버렸다.
"원래부터 전자의 조직이야. 유감스럽게도 역사가 이를 증명해 주지. 권력자와 시민이 대립했을 때 군대가 시민 편을 든 예는 적어. 그뿐인줄 아니? 과거 수많은 나라에서 군대 자체가 권력기구로 변해 폭력으로민중을 지배하기까지 했단다. 작년에도 그런 짓을 하려다 실패한 놈들이 있었고." - P346

"루돌프 대제를 검으로 쓰러뜨릴 수는 없었어. 하지만 우리는 인류사회에 대한 그의 죄업을 알고 있지. 그게 바로 펜의 힘이란다. 펜은 수백년도 더 지난 독재자나 수천 년도 더 지난 폭군을 고발할 수가 있어. 검을 들고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펜이라면 그럴 수 있지."
"네. 하지만 그건 결국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뿐이잖아요?"
"과거라! 잘 들으렴, 율리안, 인류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한다면, 과거라는 건 무한히 쌓여나갈 거다. 역사란 과거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문명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 현재의 문명은 과거 역사의 집적 위에 세워진 거야. 알겠니?"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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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건은 잠시 보류하고, 다음 건으로 넘어가겠네. 도리아 성역에서 적과 싸우기 전, 귀관은 전군 장병에게 이렇게 말했다더군. 국가의 존망 따위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그말을 들은 여러 사람의 증언이 있는데, 사실인가?" - P183

"그것은 제가 한 말치고는 드물게 진중한 발언이었습니다. 국가가 세포 분열해 개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의지를 가진 개인이 모여국가를 구성하는 것인데, 어느 쪽이 주이고 어느 쪽이 종인지, 민주사회에서는 자명한 이치 아닙니까?"
"자명한 이치일까? 내 견해는 다소 다르네만, 인간에게 국가는 필요불가결한 가치일세."
"과연 그럴까요? 인간은 국가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국가는 인간 없이 존립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거 놀랍군, 귀관은 상당히 과격한 무정부주의자인 모양일세. 그렇지 않나?"
"아닙니다.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다만 먹음직스러운 고기 요리를볼 때마다 금세 계율을 어기고 싶어지지만요."
"양 제독! 당 사문회를 모욕할 생각인가!" - P185

"윗사람? 정치가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난 존재였지? 우리는 사회의생산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오. 시민이 납부한 세금을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재분배한다는 임무를 위탁받아, 급료를 받으며 그에 종사하는 존재일 뿐이지. 우리는 아무리 잘 봐줘도 사회 시스템의 기생충일 뿐이오. 그게 잘나 보이는 이유는 선전의 결과로 비롯된 착각에 불과하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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