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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 야수들의 밤 ㅣ 밀리언셀러 클럽 80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06년도 겨울 무렵. 기말고사 공부가 한창인 도서관 한 구석에서는 나는 밤을 새워 블러드 플러스를 보고 있었다. 겨우 며칠만에 50화 짜리 애니메이션을 다보고 한동안 지독한 휴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 블러드 플러스의 원작이라니! 100일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중 하나였다.
기대했던 첫번째 만남은 변설에 질려 구석에 던져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책을 구매한지 1년이 지나 이젠 '꺽상'이 되어 휴가 복귀하는 길에 다시금 책을 펼쳐들었다. 떠들썩한 영화 얘기를 들어서 말이다. 별 기대 없이 딱 펼처보니,왠걸 이책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그저 유행처럼 학생운동에 참가하던 주인공이 본 충격적인 참살 광경. 그리고 그런 주인공에게 찾아온 의문의 형사. 도대체 사야는 누구이고, 그날에 일어난 일은 무엇인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은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어떠한 사상, 신념도 없이 학원투쟁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오사이 마모루 자신의 이야기일터. '인랑'에서도 익히 본 60년대 학원투쟁 얘기는 참으로 생생했다.
시체 처리법'에 대한 얘기로 부터, 철학과 과학이 보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한 (사실 오사이 마모루 자신도 주인공 입을 빌려 '주제와 관계없는 쓸데 없는 얘기'라고 했지만) 얘기까지. 지적 호기심을 한껏 유발하는 대화들은 '변설'은 커녕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설판의 백미다. 저토록 다양한 지식들을 습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겠으며, 일목요연, 누구나 알기 쉽게 쓰기 위해서는 얼마만한 내공이 쌓여야 할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토록 많은 책을 읽었기에 공각기동대가 있고, 블러드가 있고, 인랑이 있었겠지.
블러드를 읽고나선 흥미진진한 전개와, 철학과 과학에 대한 얘기에 들떠 한동안 그 끔찍하다는 휴가 복귀의 압박까지 잊을 수 있었다. 머지 않아 개봉한다는 전지현 주연의 영화, 과연 이 명작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로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