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의 XXX 1
모리나가 아이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리스 로마 신화 중에, 제우스와 헤라가 사랑을 나누면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이 사랑을 나누면 더 득을 보는지 다투는 내용의 이야기가 있다. 결국 여자와 남자 모두를 경험해 본 테네시아스(?)에게 의견을 구하고, 여자 쪽이 더 기분이 좋아 득을 본다고 말한 테네시아스는 헤라에게 벌을 받아 눈이 멀게되나 제우스에게는 선물을 받아 최고의 예언자가 되었다.

고대 신화까지 수록될 만큼 이러한 상상은 보편적이다. 나는 네가 아닌데, 상대방 성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영영 불가능한 탓이다. 굳이 거창하게 신화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 피 끓는 사춘기 시절에 상대방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신이 다른 성이 되보는 상상, 한번쯤은 해보지 않는가? 이러한 류의 상상력을 충족시켜주는 만화는 이미 무수히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사춘기 청소년의 호기심이나 찝쩍거리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와 그녀의 xxx도 그러한 류의 만화 중 하나다.(그것도 지극히 남성취향의. 그림은 순정체지만 그에 속으면 안된다.) 성이 바뀌면서 소동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궁금했던 상대방의 몸을 관찰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 같은 성이었던 친구에게 사랑받는 난처한 구도에 쳐하기도 하고, 한 술 더 떠 동성애에 까지 이른다. 그냥 낄낄거리며 즐기면 되고, 평소에 말로 표현 못했던 야리꾸리한(?) 욕구를 충족시키면 된다.

 다만 나와 그녀의 xxx를 페미니즘 만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전혀 다른 의미의 만화가 된다.  남성이었던 아키라가 여성 나나코가 되면서 겪는 온갖 억압과 불편은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댄지를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하게 해준다. 반면 아키라의 몸으로 들어간 나나코의 폭력, 야만적 행동들을 보면 남성으로서의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해 볼  기회가 가져보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은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는 내  멋대로의 유추에 불과할 듯 뵈지만. 

 춘기 청소년이라면 딱 좋을 것이요, 그렇지 않더라도 야릇한 상상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파릇파릇한 청춘들이라면 읽어보시길. 그리고 한 번쯤 저렇듯 뒤집어 생각해 보며 반성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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