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개정판 한빛비즈 교양툰 36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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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가 진보와 우열을 뜻한다는 관점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잘못된 사고관의 잔재다.

몇몇 생물이 생존을 위해 이것저것 하다 보니

생명현상이 좀더 복잡해졌을 뿐 결코 진보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같은 시대의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문제는 같다."

저자는 이렇게 선언하며,

우리에게 존재의 이유를 묻는 대신

생존의 문제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관점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태도의 전환이다.

우월과 열등의 위계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존재들의 평등한 투쟁인 것이다.

생명체들은 경쟁하면서도 상생하며,

지리적 한계를 함께 극복하고

진화적 다양성을 넓히며 서로의 생존을 지속해왔다.

꽃과 꽃가루받이 생물의 공진화가 그 증거다.

꽃이 더 깊은 곳에 꿀을 숨기면,

상대는 더 긴 주둥이를 가지도록 변한다.

특정 색깔과 향기를 선호하는 생물이 나타나면,

꽃은 바로 그 색깔과 향기를 강화한다.

한쪽이 변하면 다른 쪽도 따라 변하는 춤.

수백만 년에 걸쳐 서로를 변화시키며,

둘 다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함께 진화한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오랜 협상의 역사다.

"뭉치면 강하다"—이 오래된 구호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생물학적 사실이다.

여러 개체가 군집하여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용할 때,

그들은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사회를 이룬다.

개체의 희생이 전체의 생존을 보장하는 시스템,

그것은 우리가 이해하는 사회의 원형이기도 하다.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로

군집 내에서 원하는 유전자가 퍼지게 만들어

말라리아 박멸을 시도하는 현대 과학의 전쟁 이야기까지 펼쳐진다.

생존을 위한 전략은 이제 실험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다른 생명의 유전자를 편집할 때,

생존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구의 생존인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우리는 서 있다.

만화라는 형식 속에서 저자는

3억 년 이상 지구를 지배해온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을수록 우리 인간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 책은 곤충의 진화를 다루는 척하는

철학책이며, 동시에 과학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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