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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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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진실

누군가 내게 가장 유용한 공공시설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도서관을 꼽을 것이다. 읽고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게 해주고, 대출서비스부터 기타 문화서비스까지 무료로 누릴 수 있는 공간. 가장 유용하고, 가장 평등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공간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는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을 읽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정치와 가장 거리가 먼 공공서비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혼란스러운 순간이 참 많았다. 특히 철도도서관에 관한 정보를 읽을 때 특히 그런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해방 이후 식민 통치의 '적폐'도 청산하지 못했지만, 식민 시대의 ‘유산’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식민 '잔재'는 청산하지 못하고, ‘유산’은 상실해 버린 불행한 역사가 압축된 곳이 바로 철도도서관이다. 불가항력이었던 상황도 있었지만, 최초의 전문도서관이자 공공도서관, 식민지 조선의 3대 도서관이었던 '철도도서관'은 그렇게 붕괴되어 사라졌다.”

친일파와 도서관, 역사를 배우면서 두 키워드를 같이 연상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생각보다 식민 시대때 도서관이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보며 좋아해야 하는건지, 슬퍼해야 하는건지 특히 혼란스러웠다. 결국 철도도서관이 붕괴되는 모습을 작가는 식민 잔재도 청산하지 못하고, 유산도 챙기지 못했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꽤 많은 공공도서관이 그릇된 정치 행각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어진 곳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시민을 위한 공간이 생긴 사실은 아주 기쁜 사실이지만, 역사적 사실 또한 같은 공간에 모두가 읽기 쉽도록 기록되어야 할 것 같다. 반성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으며,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너무나 많다.

역사를 따로 배우려고 하면 외울 게 너무 많고, 가끔은 졸리기도 하다. 그러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서관에 담겨있는 역사를 들여다보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도서관을 좋아한다면, 역사공부를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중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순서대로 읽어나가야만 하는 책은 아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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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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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정호승 시인 - ‘산산조각’ 중에서

좋아하는 시의 일부분이다. 이 시를 볼 때마다 산산조각이 나도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자주 생각하곤 한다. 비록 힘들 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문장이라 의미를 제대로 모르겠으면서도 자주 되뇌곤 한다….
지하철의 인파에 치이거나, 가족과 다투거나, 시험을 망치거나 나는 다양한 사소한 일들로도 산산조각이 나곤 한다. 그래도 괜찮다. 맛있는 걸 먹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대부분 다시 그 조각들에 테이프를 붙일 수 있으니까. 다만 내 눈앞의 사실들이 흔들린다면 마치 지하철의 사람들이 날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에도 나는 산산조각난 나를 보수하려 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열세 살에 조현병을 진단받고 18년째 그 조현병과 함께 하는 청년 ‘나무’와 그 삶을 함께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 씨는 엄마가 가짜 엄마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게 첫 증상이었다고 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엄마가 가짜 엄마처럼 느껴진다면 내 현실이 산산조각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그대로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내 약한 생각과는 다르게 나무 씨는 환청, 환각, 망상을 느끼면서도 그것들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다. 물론 그 옆을 지켜주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가족뿐만 아니라 나라의 제도도 이들과 동행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무 씨의 어머니가 써오신 이 기록들이 아니었다면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이토록 힘겨운 투병을 해오고 있음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신병은 잘못된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정신병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완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자기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완치는 다양한 치료에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사실 잘 몰라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증상이 발현될 때 주변에서 도울 방법을 숙지할 수 있게 카드뉴스 등이 제작되어 배포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폐소생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양하고 올바른 정보들을 접하며 현재는 어떻게 대처법에 대해 숙지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과 함께 하는 그들을 조각나지 않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에게 조각난 곳들을 이어붙일 수 있게 테이프를 주는 역할 정도는 모두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마음은 계속 무겁다. 뉴스에서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는 사람보다 그 병에 더 중요도가 치중된 데에 있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가해자인 게 아니라, 가해자가 정신병이 있었을 뿐이다. 죄인에게 죄가 아닌 정신병력만을 묻고 있다.
그러나 죄는 병이 아닌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을 이겨내기 위해 사투 중인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다시 한번 더 아프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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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김혜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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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 나는 책

초, 중 시절 백일장 수상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는 일은 너무나도 쉬웠다. 나 글 잘 쓰나봐. 어쩌면 작가 되는 거 아냐? 라며 부푼 꿈을 가지던 때가 있었다. 비록 고등학교를 가며 그 꿈은 아주 고이 접혔지만.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구나! 현실의 벽을 느꼈다. 이 책은 내가 느낀 현실의 벽과 가장 가까운 책이라고 느꼈다. 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배경, 사람들을 소재로 이렇게 글을 써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술술 읽히는 글들을 상대로 학창시절 아주 잠시나마 작가를 꿈꾸던 나는 질투가 났다.

: 사람을 사랑하는 책

사람은 입체적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착한 사람이 누군가에겐 답답한 사람일 수 있고, 싸가지 없는 사람이 또 다른 이에게는 시원시원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떻게 느끼냐에 따라 사람의 동일한 면은 다르게 느껴진다.
양현모 작가의 <호날두의 눈물>을 읽으며 특히 더 그런 생각을 했다.
그저 단순한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개저씨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내가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현실에서 이 주인공을 만났다면) 나도 똑같이 저 아저씨 이상하네! 라고 말했겠지만, 이야기를 읽는 나는 나이만 먹은 것처럼 보이는 소년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양현모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글에서도 입체적인 인간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부분을 꽤 찾을 수 있어서 맞아. 인간은 그래서 마냥 나쁜 존재일 수 없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 반짝이는 책

‘셋셋 2025’ 는 평범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써낸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슬쩍 들여다봤을 땐 사이비 종교를 믿었던 여자, 치매 걸린 엄마를 돌보는 가여운 딸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가들의 특별한 시선이 이들에게 닿으면 본인이 본인에게 구원을 선물해내는 여자, 가족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힘껏 끌어모아 다시 의지를 다지는 누구보다 강한 딸로 변모한다.

최근 들어 슬픈 뉴스가 많아 참 괴로울 때가 많다.
이지연 작가의 <아이리시커피>를 읽으면서 그런 일들에 대한 우리가 가져야 할, 가질 수 있는 마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가 아니었으니 됐다. 혹은 나는 다행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가 아닌 그들을 위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게 가장 필요한 요즘 아닐까?
우리에겐 충분하게 애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마음껏 슬퍼하고, 위로하고, 위로 받을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숨 쉴 구멍을 찾을 수 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네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아 읽고 나서 유독 여운이 많이 남았던 이야기였다.

셋셋 2025는 내가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쉽지 않은 한 해의 시작. 조금 더 따뜻한 마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본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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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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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을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어!
그런 밈이 있다. 악마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겠는가? 내가 말한다. 살을 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하겠어요! 악마는 대답한다. 그렇다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거라. 내가 원한 건 그런 정석이 아닌데…!
귀여운 펭귄을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던 내게 ‘나의 폴라일지’는 펭귄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남극에 가려면 뜨뜻한 옷들을 챙겨 비행기를 타고 가면 되겠지? 같은 뜬구름 잡는 생각만 했었다. 남극에 가려면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펭귄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선 ‘나의 폴라일지’ 를 읽고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먼저 본인과 대화를 해보기 바란다. 진정한 남극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펭귄을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진짜다...!
: “남극에 최소한의 자취만 남기는 게 과학자들의 룰이거든요.”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얼마나 지구에 상처를 남기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쿠팡으로 뭘 시켜야했더라?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갈 길이 멀어보인다…
앞으로는 분리수거를 열심히 할 생각 대신 최대한 지구에서의 내 자취를 덜 남기는 게 진정 지구를 위한 행동라고 생각했다. 남극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인간은 지구를 잠시 빌려 쓰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펭귄과 북극곰을 한 번쯤은 실제로 보고 싶어 남극에 가보고 싶어하던 내게 펭귄을 만나러 가는 길은 꽤나 험난하며, 북극곰은 북극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해줬다.

펭귄을 만나보고 싶다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폴라일지가 올해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펭귄을 만나보고 싶던 나의 욕망은 책을 읽던 중 만난 엽서에 담긴 펭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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