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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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정호승 시인 - ‘산산조각’ 중에서

좋아하는 시의 일부분이다. 이 시를 볼 때마다 산산조각이 나도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 자주 생각하곤 한다. 비록 힘들 때 힘을 불어넣어 주는 문장이라 의미를 제대로 모르겠으면서도 자주 되뇌곤 한다….
지하철의 인파에 치이거나, 가족과 다투거나, 시험을 망치거나 나는 다양한 사소한 일들로도 산산조각이 나곤 한다. 그래도 괜찮다. 맛있는 걸 먹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대부분 다시 그 조각들에 테이프를 붙일 수 있으니까. 다만 내 눈앞의 사실들이 흔들린다면 마치 지하철의 사람들이 날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에도 나는 산산조각난 나를 보수하려 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열세 살에 조현병을 진단받고 18년째 그 조현병과 함께 하는 청년 ‘나무’와 그 삶을 함께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 씨는 엄마가 가짜 엄마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게 첫 증상이었다고 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엄마가 가짜 엄마처럼 느껴진다면 내 현실이 산산조각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그대로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내 약한 생각과는 다르게 나무 씨는 환청, 환각, 망상을 느끼면서도 그것들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했다. 물론 그 옆을 지켜주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가족뿐만 아니라 나라의 제도도 이들과 동행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무 씨의 어머니가 써오신 이 기록들이 아니었다면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이토록 힘겨운 투병을 해오고 있음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신병은 잘못된 게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정신병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완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자기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완치는 다양한 치료에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사실 잘 몰라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증상이 발현될 때 주변에서 도울 방법을 숙지할 수 있게 카드뉴스 등이 제작되어 배포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폐소생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양하고 올바른 정보들을 접하며 현재는 어떻게 대처법에 대해 숙지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과 함께 하는 그들을 조각나지 않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에게 조각난 곳들을 이어붙일 수 있게 테이프를 주는 역할 정도는 모두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마음은 계속 무겁다. 뉴스에서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는 사람보다 그 병에 더 중요도가 치중된 데에 있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가해자인 게 아니라, 가해자가 정신병이 있었을 뿐이다. 죄인에게 죄가 아닌 정신병력만을 묻고 있다.
그러나 죄는 병이 아닌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을 이겨내기 위해 사투 중인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다시 한번 더 아프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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