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 가족의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양주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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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책이었다. 누군가의 죽음과 살아왔던 삶을 훑으며 내가 어떤 깨달음을 얻어도 되는건지 혼란스러웠고,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사회에 통탄스러웠다.

<양양>의 작가 양주연 씨의 아버지와 통화를 하다가 존재도 몰랐던 고모가 있었음을 알게 됐고, 또 고모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그때부터 고모의 죽음부터 거꾸로 살아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70년대 대학생이었던 고모 양지영 씨는 요즘의 우리보다 더 진취적이고 당당한 모습이다. 동아리에 가입해 자기소개를 하며 ‘좋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거나, 요즘도 괜히 공개하기 쉽지 않은 CC (캠퍼스커플)를 하면서도 공개연애를(!) 한다.
양지영 씨의 삶을 되돌아보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참 많이 떴다. 이토록 진취적이고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 왜 갑자기 스스로 죽음을 결정했을까? 그리고 그녀는 왜 남자친구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양주연 씨는 양지영 씨의 삶의 퍼즐을 맞춰가며 그녀가 겪은 교제 폭력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당시 그 남자친구에 대한 깊은 조사가 이뤄졌으면 좋았겠지만 그 시대상에서 그녀는 남자친구 집을 드나들었던 되바라진 여성이었을 뿐이다. 죽음을 감추는 게 먼저였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숨겨야 할 일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제대로 된 장례도 없이, 그저 없었던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 사회와 가족 속에서도 사라져버린다. 그저 가족들의 기억 속에만 희미하게 존재한다.

고모에 대해 이야기를 꺼렸던 양주연 씨의 아버지는 고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고모처럼 되지말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양주연 씨는 수긍하거나 순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모가 겪었을 지도 모를 교제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여성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확장시켜 나간다.
지금도 연인과 교제하며 일어나는 폭행이나 살인 사건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70년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에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여성들이 지금은 참지 않고, 그 사건들을 공론화시킬 뿐이다. 피해를 입은 여성을 위해 다른 여성들이 같이 연대할 뿐이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피해자가 홀로 져야하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이 무게를 사회가 같이 나눌 수 있도록 제도적 개편, 처벌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꽤 오랜 시간 나는 양지영 씨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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