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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사람들은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한다. 결혼 18년차에 남편과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요즘 들어서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지를 늘 생각한다. 특히,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 많아질때면 더욱 더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하게 된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는 비론이지만 어쨌든 잘 살고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고 상담사일을 하고 있는 작가는 부산에서 올라와 집값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허탈감을 갖기도 한다. 또한 박봉으로 쪼들리는 삶을 힘겹게 느끼기도 한다. 혼자 살아서 아플때도 스스로 119에 전화해 홀로 응급실에 가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삶을 비관적이거나 비참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충분히 혼자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충실히 즐기면서 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작가와 같은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나 또한 처한 현실에 적응하면서 뭔가 살아갈 이유를 찾으면서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내 삶을 생각해봤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작가의 삶과 별다르지 않다. 집값의 허탈감, 월급쟁이의 서울살이, 가족이 있기는 하지만 아플땐 결국 혼자가 되는 이상한 외로움 등 살아가는 모습들은 결혼이나 비혼이나 비슷하게만 보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인 불안정성, 여행의 로망, 직업에 대한 고민, 정서적인 외로움과 고독 등 경제적인 것부터, 사회적, 심리적인 문제까지 모두 같다고 볼 수 있다. 운이 매우 나쁜 경우엔 결혼을 안하니만 못한 비참한 삶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앞으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아이를 낳는 것도 선택이며, 결혼이 아닌 다른 방식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식들도 모색하고 있다. 벌써 세상은 변했고 앞으로 더욱 변해갈 것이다. 나부터가 나의 세 아이들에게 결혼이나 아이를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다. 결혼을 해서 불행해지느니 혼자 살면서 불편한 점을 느끼며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일단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여자에게 매우 불리하며, 손익을 따진다면 손해가 더 많은 제도임이 여전히 분명하다. 내 딸들은 그런 불합리를 견디면서까지 결혼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김지선 작가가 쓴 [우아한 가난의 시대]가 80년생 기혼자들의 현재 삶을 가감없이 쓴 책이라면, 권미주 작가의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는 70년생 여자 비혼자가 한국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결론적으로 기혼이든, 비혼이든 삶의 무게는 같다고 본다.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현재를 살아남으려면, 누구든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있다. 나 또한 아이들과 남편의 미래도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의 현재 삶과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구체적으로 준비하며 현재를 즐기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글은 이담북스 협찬을 받은 책이지만 개인적 견해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