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난 테드 창.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ㅣ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전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모른다.

SF 장르 소설이 이런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것.

'네 인생의 이야기'의 퍼즐조각들이 결말에서 한꺼번에 맞춰졌을 때의 그 울림.

단편 '이해'에서의 결말에서 주제를 집약해 버린 한 마디.

한참전에 읽은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억에서 생생하다.

장르소설에 큰 흥미가 없음에도 이것만큼은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해 준 작가였다. 

몇 년만의 신작이어서 기대를 갖고 냉큼 집어들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아쉽다.

작가에게 실망하기는 이르지만, 기대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결말에서 보여주는 '한 방' 이 아무래도 중편인 이번 소설에서는 미약했다.

과정과정의 재미를 찾는게 이 소설을 읽을 때의 '팁'이라면 팁일듯 하고.

제목이 매력적이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저러했는지(저럴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소설의 내용을 떠나 흥미로운 점은, SF라는 장르소설을 통해 기술의 진보라는 것이 인간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와 무엇과 관계하든, 인간은 끊임없이 그 관계들을 물리적으로 확인하고 싶어하고, 기술은 그것을 결코 대신해 줄 수 없다는 메시지.

테드 창이 전하려는 주제는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에 실망하지 않고 앞으로를 좀 더 기대해야겠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만하게 전하는 작가도 흔치 않으므로.

그나저나, 이 책의 표지는 참. 너무 SF소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