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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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쥬느비에브 브리삭 소설/ 조현실 옮김
열린원 펴냄
개정판 2021년 12월 25일 발행
275페이지/ 14,000원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던 그 수많은 날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이 소설이 깨우쳐준다. -김혜진 (소설가)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잽싸게 움직여야지. 우리 어디 갈 거야? 말 좀해봐. 설마 우리 둘이서만 멀뚱멀뚱 보내는 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한텐 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데, 우린 도대체 어쩔 셈이야?"
나이에 맞지 않게 영악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꿰뚫고 있는 아들 으제니오는 엄마 누크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한다.
누크는 저명한 화가였지만 꿈을 포기한채 남편과도 이혼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부터 두사람 누군가와 함께 하지 못하는 고독한 현실에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사람처럼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카나리아 한쌍을 사고, 트리용 전나무도 사서 화려하게 장식한다. 특별한 날 다들할만한 것들을 정석대로 즐긴다. 그러나 그렇게 애를써 행복하려 했던 크리스마스는 카나리아가 죽고 워터파크는 인파에 불쾌하고, 기분전환하러 나간 공원마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으제니오는 또 엄마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한다. 크리스마스 당일 친구 마르타의 집으로 초대를 받지만 그 가족들과의 크리스마스는 두 모자를 더 고독하고 외롭게 만든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픔을 주지 않는 엄마, 한없이 자애롭기만 한 엄마, 완벽한 엄마는 오로지 죽은 엄마밖엔 없을 거라고. 사실 내가 아들이 잠드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그 정적의 순간, 모든 것이 파르르 떨리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어서다. 잠드는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p.19
🌊무슨 소원을 빌지? 내 소원이 뭔지도 모르는군. 처량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크리스마스를 좀 그럴듯하게 보냈으면 하는 것 정도•••••. 이런, 소원을 빌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양초를 꽂은 순간, 모든건 이미 결정돼버린 것이다. p.64
🌊"네가 다시는 붓을 안 쥘 거라고 했을때, 그때거야 난 짐작할 수 있었어. 그전엔 네가 그냥 너무 갑자기 거머쥔 성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눈거라고••••.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뭔가가 있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거야 넘 정말 너무 달라졌어.네 아들은 너무 까탈스럽고, 넌 너무 마음이 약하잖아." 손에 아직도 역겨운 냄새가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감추고만 싶은 무언가가 거북스럽게 드러나듯.p.260

자신의 모든 걸 놓을만큼 아들은 사랑으로 키워 보려했지만, 외롭고 좌절뿐인 환경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이 주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아들을 망치는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마르타의 집에 누크의 전남편이 찾아오고 모두들 아이를 위해 누크가 키우지 않는게 낫다고 설득한다. 아이마저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끔 앞이 전혀 안 보일 때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길을 그린 그림도, 길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자신도 엄마로서 한계를 느끼고 체념한듯한 누크의 저 표현이 가슴을 후벼판다. 아들을 향한 그녀의 맹목적인 사랑이 포악한 이들의 횡포에 힘없이 놓아버려야 하는 그녀의 마음을 하는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가 가슴을 더 애리게 한다. 사랑에 정답이 있었나? 권위적인 사랑이든 나약한 사랑이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 뿐 어떤 사랑이든 사랑이 아닌것이 있을까? 나도 아이들을 키우며 내 양육법이 맞는건지 잘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은 없지만 서툴더라도 행복하지만은 않아도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아이들을 지켜내는 것이 나의 삶의 원천이자 살아가는 힘이다. 아이들은 언제가 떠나겠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성이라는 이 맹목적인 사랑의 실체가 실은 한 사람의 의지와 노력, 안간힘으로 지속된다는 사실도.
사실 완벽한 크리스마스는 존재하지 않는지 모른다. 모든 아아들은 실망스러운 크리스마스를 겪으며 성장하고, .....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던 그 수많은 날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김혜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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