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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큰 개 파이
백미영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결혼했더니 신랑이랑 개큰 개가 생겼다...!
작년부터 둘째 딸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난리다. 그럴때마다 난 "강아지를 키우려면 똥도 치워줘야하고 산책도 시키고 밥도 줘야하도 목욕도 시켜야 하고.... (마지막으로) 엄마도 강아지 좋아해! 하지만 엄만 너희 셋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라고 말하면 자기가 다하겠다고 난리다.
내가 그런집을 한 두번 보니? 키우고 싶다해서 데려오면 결국 엄마 몫이 되버리는걸... 반려견과 함께 한다는 의미는 분명 뒤치닥거리로 내 일이 과중되는 것만은 아닐것이기에 궁금도하고 아이에게 한 생명체와 반려자가 된다는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작가가 결혼해서 남편과 개큰 개 파이와의 삶을 그려낸 책이다. 한국에서의 6개월간의 삶과 터기로 가는 중의 우여곡절과 터키에서의 1년동안 삶들이 지루할 틈없이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개큰 개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에 집에 건장한 남성과 그에 못지않은 개 한 마리 가 더해지자 거짓말처럼 협소해졌다. 켄넬의 외적인 날 것 그대로의 아우라 때문인지, 거실의 매력 포인트로 활약하던 올리브색 2인용 소파, 넓지만 슬림한 다리를 뽐내던 책상, 꽃병이 얹어진 사각 워녹 식탁•••켄넬은 집 안 어느 물건과도 어우러지지 않았다.
내게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이 있었다. 커피를 내리거나, 아침 식사를 준비를 위해 토스트를 굽거나 하는 향기로운 아침을 일깨우는 일들이 그러했다. 건강한 개의 똥을 줍는 일이 그 중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미쳐 상상하지 못했던 나였다.
그 외에도 적응해야 하는 것이 이곳에 다 나열하지 못할 만큼 많았다.
혹은 밤이면 술 취한 아저씨처럼 코를 고는 탓에 쉽게 잠들기 어려웠다는 식의, 자잘하지만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들이 그러했다.
🏷주인이라 하기엔 아직 먼, 가까운 친구라기엔 너무 끈덕진 우리들의 관계
함께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시절 개는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환경을 살피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 같다. 개는 조용히 나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나갔다.
개는 남편을 대하는 방식과 다르게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기령, 밥이든 산책이든 뭔가 필요하다 싶으면 나에게로 와 요구 신호를 보냈다. 반대로 본인이 보호받아야 할 상황에서는 내가 있는 방향으로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나는 나와 개의 '관계'가 내 결정이 아닌 개가 나를 대하는 태도로 결정된다는 걸 그때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다
🏷큰 개와 산책하는법 배우기
개의 뒤를 따르는 내 콧속으로 나무 냄새가 짙게 뱄다. 예전에는 '개 산책'은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는 일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처음으로 개가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을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일, 그것이 산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 생명과 함께 한다는 건 나의 공간을 한켠 내어주고, 온전히 나만을 위했던 삶에 누군가 들어와 마음대로 내 삶에 자취를 남기는 거 같다. 원하든 원치않든 그 존재가 남긴 자취는 나의 삶을 통째로 바꾼다. 자식을 키우는 것과도 닮았다. 자기 주인만을 온 우주라 생각하는 반려견, 모든 신경을 동원해 말 못하는 반려견의 마음을 읽어 주는 주인, 내가 생각했던거 보다 깊은 교감에 왠지 뭉클함이 감돈다. 말 못한다는 이유로 감정이 있는 개를 고양이를 데리고 와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 안되고 선택에 더 신중하기를 바래본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무지한 저에게 이 책을 보내주신 @txt.kcal_book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