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정치발전소 강의노트 1
조성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수의 선택은 탈당이었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더 이상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면서 말이다.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그는 말했다. 야권이 또 한 차례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여당에게는 나쁠 것이 없는 장면이었다. 평소라면 서프라이즈가 책임졌을 일요일 아침 11시. 오늘은 안철수의 기자회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프로그램 시청 소감보다 더 많은 네티즌 의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철수에 대한 실망과 성토의 의견이 주를 이뤘고, 간간이 안철수를 응원하겠다는 의견도 나타나기는 했다. 실제 국민 다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그랬다.

 

기자회견의 전문을 재차 읽어보았다. 안철수, 그가 바랐던 혁신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완벽한 백신이자 드라마틱한 한 방. 그의 머릿속에 있던 혁신 한 방이면 정말로 다음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었을까? 답을 확인할 길은 사라졌다. 적어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말이다. 대신 이것만은 확실하게 남았다. 문재인 당 대표는 안철수를 설득하지 못했고, 안철수는 당을 설득해보려는 의지 자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갈등이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모든 집단과 계층은 자기 이익을 우선시한다.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어떻게든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타협해야 한다.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안에서 서로를 직시하고,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 책,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에서는 위와 같이 민주주의를 정의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때, 안철수의 이번 탈당 행보는 그다지 노련해 보이지 않는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그는 링 위의 룰을 무시한 채 끝까지 밀고 나갔다. 그에게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절대적 교리나 이론이 세상을 모두 설명해준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고 알린스키는 끊임없이 말한다. 그렇게 믿고 있을 때 현실의 '무질서'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받아들이고 변화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상을 바꿔 나가고자 하는 사람은 비록 자신의 주장이 '1백 퍼센트 천사의 편'에 있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하되, 반대로 문제 해결의 순간에는 50퍼센트, 때로는 10퍼센트의 정당성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략) 그렇지 않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1백 퍼센트의 정당성과 진리가 있다고 믿는 바로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 때 너무나도 쉽게 냉소와 환멸로 빠져들게 된다." - 109p

 

발췌한 내용대로다. 안철수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안다. 다만 정치적으로는 조금 더, 아니, 아직 한참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국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말뿐인 혁신 대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구태의연, 호남당 이미지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그 무언가를 말이다.(아직까진 그 스텝이 불분명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 인생도 이대로 끝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총선을 넉 달 앞두고 벌어진 이번 탈당 사태의 후폭풍으로 인해, 야권의 월요일은 어느 때보다 분주할 것이다. 부디 당과 각 개인들의 현명한 처신이 있기를 바란다. 공통의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면서 말이다.

 

PS. 책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 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없어서 덧붙여 본다. 이 책은 진보 진영의 정치인, 약자 진영의 정치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 진보 진영의 아버지 알린스키의 사상을 담은 책,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규칙』으로 들어가는 입문서 격으로 읽히기도 한다. 뜨거운 심장보다는 차가운 머리의 정치를 강조한다.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하다. 갈등이 있는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게다가 쉽고 짧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