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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유혹의 기술 -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했을까
오정호 지음, EBS MEDIA 기획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Uh~ 와쵸네임. 나의 존잴 모르기에 너희가 느끼는 공포감~!" -
<거북선> 中 자메즈
이 가사는 따라 부를 때마다 입에 착착
붙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올여름 등장했던 힙합곡 중 최고의 도입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 많은 사람들이 오빠차를 뽑으러 가는 지금까지도 이러한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 주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쇼미더머니4가 막을 내렸다. 사실 나는 자메즈가 떨어진 에피소드 이후 본방을
챙겨보지는 않았다. 대신 금요일 밤이면 쌓아뒀던 볼라뇨를 한 토막씩 꺼내 읽었다. 역시나 볼라뇨는 그럴싸한 대체재가 되었다. 이따금 랩을 하는
MC들에게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쇼미더머니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본방이 끝나면 온 미디어가 쇼미더머니를 이야기했다. SNS, 뉴스, 라디오 등 내 귀와 눈이 닿는 곳에는
늘 쇼미더머니가 있었다. 방송을 안 봤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용을 줄줄 꿰고 있었다. 준결승 라운드에서는 어차피 우승이라는 송민호 대신
블랙넛을 응원하고 있었고, 결승 라운드를 앞두고는 베이식의 우승을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었으니 말 다 했다. 지난 시즌들에 비해 라인업이 많이
가벼워졌고 매라운드 운영도 매끄럽지 않았던 시즌 4였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쯤 되면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가 아니라 '어차피 우승은 쇼미더머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이라는 수사는
오히려 찬사가 되었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유혹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고, 그것은 곧 돈으로 이어진다. 엠넷의 능숙한 제작진들이 또 한번
해낸 것이다.
"필요에 따라 있는
것을 대중을 유혹하는 사람들은 있던 것도 없애고 없던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요술도 마술도 아닌 하나의 기술이다. 앞으로 이
책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 42p
<대중 유혹의 기술>, 이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프로파간다>였다. 현대적 PR의 아버지,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PR을 PR하기 위해 썼던 그 책.
PR을 통해 모든 대중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프로파간다>의 주장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우리는 매순간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 <프로파간다>가 에센셜이라면, <대중 유혹의 기술>은 그 에센셜에 대한 한국적인
해석이자, 현대적인 사례 모음집이다. 허니버터칩, 레드불, 무한도전 등의 한국 독자에게 친근한 사례들이 요소마다 등장한다. 앞서 말한
쇼미더머니도 훌륭한 사례라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빠져있다. 기삿거리가 다 떨어진 어느 기자가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강한 프로그램이 되었나?>라는 칼럼을 쓴다 하면, 이 책에 실린 목차를 그대로 가져다가 써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그것이 그냥 캡쳐 몇장 떠서 올리는 기사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목차는 다음과 같다.
0.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했을까?
1. 볼거리가 최고다.
2. 입소문을
퍼뜨려라.
3. 그들의 귀에 드라마를
집어넣어라.
4. 공포와 분노가 더
빠르다.
5. 대중의 아이콘을
만들어라.
6. 대중은 진짜를 봐도 믿지 않을
것이다.
7. 대중의 무의식을
발견하라.
늘 스웩만을 외치던 참가자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노래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 논란이 될 장면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방송에 내보내는 순간들, SNS와 뉴스를 통해 일베충 또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쌓아놓고 의도적으로 악역을 만들어내던 미디어. 관객석의 특정 미녀들만 매번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등. 어떠한가? 각 항목마다
연관되는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떠올리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확실히 <쇼미더머니>와 <대중 유혹의 기술>간에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아마 버네이즈가 살아있었더라면 엠넷에 박수라도 쳐주지 않았을까? 썩 괜찮은 PR이었다고 말이다. 책을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읽는 게 귀찮다면 조만간 EBS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한다고 하니 그것도 나쁘진 않을 테고.
100% 리얼을 표방하는 그 어떤 것도
100% 리얼은 없다. 보이지 않는 의도가 숨어있다. 정치도, 블로그 서평도, 때로는 교육까지도... 이제 보니 내게 소개팅을 주선해주던
친구들도 늘 그래왔다. 결국 우리에게 스며드는 모든 것은 편집을 거친다. PR을 행하는 자들은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이 모두 PR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 SNS와 촬영 기술이 발달하는 요즘은 PR에 속도감마저 붙고 있다.
대중들은 PR의 존재를 모르기에 막연하게
느껴지는 공포감을 안고 살아간다. PR의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기서 다시 반대로 생각해보자.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수는 없어도, 총이 내 손에 있다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큰 틀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내가 적응해야 한다. 책을
읽고서 업무나 실생활에 PR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본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사무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히 PR이
필요하다. 수동에서 능동으로. 당하지 말고 내가 먼저. <대중 유혹의 기술>은 에필로그에서 착한 프로파간다와 좋은 대중을 꿈꾼다며
마무리한다지만... 과연 착한 프로파간다라는 게 가능하긴 한 것일까? 화려한 사례집에 비해 그 끝맺음이 조금 진부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그러니까 이 글도 따지고 보면 PR,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겠죠. 목차로는 2번 '입소문을 퍼뜨려라'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시카고 한
지역에서만, 그것도 일부 학교에서 시크한 소수의 아이들을 이용해 제품을 전파시키는 작전은 최근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국가별로 시차를 두어
시판하는 전략과 동일하다.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들보다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떠들어댈
수밖에 없다." - 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