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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리모노프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이런 얼굴이 아니었을까? 프레임에 가려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어깨선을 타고 따라 내려가면 왠지 그의 오른손 위에 손도끼나 장도리 한 자루쯤 쥐어져 있을 것만 같다.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그다지 많은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주치면 안 될 것 같다. 일단 휘두르고 볼 기세다.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잡지의 커버를 장식하고 있는 작가 천명관 씨의 표정은 그야말로 하드보일드 했다. 심지어 이 책은 창간호다. 그러니까 이 얼굴이 곧 <Axt>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첫 표정이라는 것이다.
소설을 이야기하는 잡지다. 근래 책을 이야기하는 잡지가 참 많이 나타났지만, 이 정도로 소설과 작가들에게 치중한 잡지가 있었나 싶다. 작가들이 작가들의 책을 리뷰한다. 그러다 중간중간 작가라는 인간 자체를 리뷰하기도 하고 인터뷰하기도 한다. 뒤따르는 소설은 부록이다. 값이 싸다 해서 결코 얇은 책자도 아니다. 무려 260페이지를 광고도 없이 달려간다. 역시 보통 잡지가 아니다. 나오기까지 날을 많이 갈았으리라 싶다. 앞에 실린 리뷰를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글마다 호불호가 갈렸다. 그만큼 색깔이 뚜렷한 리뷰들이 담겨있었다. (근래 익숙해진 후장사실주의자라는 작자들도 보였다.) 평소 독자가 작가에게 닿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리뷰 작성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Axt>를 읽어보니 그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 국내 한정이긴 하지만 이 잡지에 소개된 작가들은 자신들을 리뷰한 작가들을 불러내 소주라도 한 잔 사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김태용의 <벌거숭이들>을 리뷰한 정지돈의 글은 제목부터가 <리뷰 급구>다. 책이 나온 지 육 개월인데 리뷰가 하나뿐이라며 디스 아닌 디스를 하기도 한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했던 부분이다.
이를 보이면서 웃고 있던 사이, 드디어 커버의 그 작가 천명관 씨가 나타났다. 인터뷰의 제목은 무려 '육체 소설가의 9라운드'. 나도 자연스레 각을 고쳐잡고 인터뷰를 정독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정말 제목에 걸맞은 거침없는 인터뷰였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 수위가 상당하다. <Axt>와 천명관 씨가 작정하고 도끼를 휘둘렀다. 대상은 한국 문학계를 주름잡는 '문단 권력'이라는 이름의 선생님들과 그 시스템. 앞서 전반부에 실린 리뷰들이 해당 작가들에게 날아가 닿았다고 한다면, 이 인터뷰는 해당 작자들에게 날아가 찍혔으리라. 잡지 표지 뒷면에 카프카의 문장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를 적어 넣을 수 있었던 자신감 혹은 전투의지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멋있다. 아직까지 천명관 씨의 소설을 꺼내 읽지 않았던 게 아쉬울 따름이다. 다행히 책장 두번째 칸에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가 꽂혀 있다. 이 책은 조만간 스파링하는 기분으로 읽게 될듯하다.
<Axt>는 첫 휘두름부터 상당히 묵직했다. 아직 뒤에 딸린 소설들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 앞부분까지만 봐도 이미 증명은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벌써 정기구독하고 있는 잡지와 신문이 있어서 정기구독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공식적인 슬롯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접속하는 각 서점의 홈페이지에서, <Axt>의 다음 호 소식을 듣는다면 내가 이 책을 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난 나를 믿지 못하겠다. 다만 <Axt>의 격을 믿을 뿐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런 문장이 나오게 된다. 믿는 <Axt>에 발등 찍힌다?? 그렇다. 찍혀도 좋고, 아파도 좋다. 나는 벌써부터 <Axt>의 다음 호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