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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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네이버 그리고 오랜만에 다음에서 '후장사실주의자'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엊그제는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읽었으며, 덧붙여 작가와 관련된 몇몇 시시껄렁한 인터뷰도 찾아보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다시 한 번 poptrash의 트위터 타임라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해서 얻은 소득이라고는, 후장사실주의자의 후장이 바로 그 '후장'이라고 얼버무리는 정지돈의 인터뷰 답변 하나와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속 주인공들이 스스로 '내장사실주의자'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어 돌아다녔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야만스러운 탐정들> 1,2권은 몇 달 째 책장 속 가장 눈에 띄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읽고는 싶은데 선뜻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 같은 처지에 있는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역시 읽어야 하는 책이기는 한데, 과연 21세기안에 이 책들을 다 읽는게 가능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야만스러운 탐정들>의 겉표지만 익숙했던 나로서는 '내장사실주의자'와 '후장사실주의자'간의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짧은 추측만 가능할 뿐. 그 이상은 가늠할 수 없었다.


도저히 모르겠다. 그놈의 '후장사실주의자'가 뭔지 말이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인 것 마냥 달고 다니는 그들 패거리만의 무언가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지금까지도 이렇게 집착하고 있다. 가끔 보통의 남자들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자신의 끈기와 열정을 다시금 확인하고는 한다. 찌질해보여도 어쩔 수 없다. 무슨 소리냐고? 같은 남자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그럼 정정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애시당초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지도 않고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을 펼쳐본 게 화근이었다. 물론 당장 나에게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군지 묻는다면 서슴없이 '볼라뇨'라고 답할 수 있기는 하다. 지난 반 년간 <아이스링크>를 시작으로 <칠레의 밤>, <먼 별>, <부적>, <전화>까지 꾸준히 읽어왔다. 가장 유명한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마지막 목표로 삼아 하나씩 읽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쯤이면 나와 볼라뇨를 처음 만나게 해준 2,666원의 책 <볼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을 볼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착각이었다. 수 많은 볼라뇨 감염자들이 늘어놓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대표작들을 먼저 읽고 오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감염자들은 나만 쏙 빼고 자기들끼리 아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던 중 나는 볼라뇨 감염자를 자처하는 또 한 사람의 한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이름은 금정연이라고 한다. 그가 이 책에 남긴 <2012년 7월 10일, 서울 은평구 진흥로 3길>이라는 제목의 글. 이게 서평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책을 언급하고 있으니 서평이라고 해야 할 듯한 글. 이 글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줄거리 대신 그는 자신과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맴돌았던 이야기를 쓰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한 간증법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문득 나도 이 사람처럼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는 서평을 남기면서 콕 집어 누구처럼 써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금정연의 글은 내가 막연하게나마 생각해오던 글쓰기의 스타일과 닮아 있었다. 이내 그의 다른 서평들이 궁금해졌다. 필자 소개란에 따르면 그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인문 분야 MD로 일했으며, 다행히도 그의 서평들을 모아 낸 <서서비행>이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책이 잘 됐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를 수식하는 이 표현만큼은 못보고 지나쳤어도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후장사실주의자'였다


<서서비행>이 경유지인 옥천 HUB를 거쳐 성남 금광동의 한 아파트에 당도하기까지는 총 이틀이 걸렸다. 그리고 도착한 책을 다 읽기까지 다시 또 일주일이 걸렸으니 총 10일 정도의 긴 여정이었던 셈이다. 만족스러웠다. <서서비행>과 함께 한 여행(혹은 실린 글들)은 무척이나 프랜들리했다, (진짜로 그가 후장사실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LG트윈스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은 알게 됐으니까) 그가 책의 줄거리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았던 것처럼 나 역시도 여기서 <서서비행>의 내용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책 내용이야 다른 사람들이나 사이트가 세세하게 다 말해주고 있을 테니, 원한다면 여기보다는 그리로 가보는 게 좋겠다. 계속 말하지만 나는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진짜로 그래서 이 글도 남기는 것이다. 


그러니 한 가지만 부탁드린다. 혹 후장사실주의자에 대해서 뭐라도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로 좀 알려주십사 하고 말이다. 사례는 답글로 두둑하게 드릴테니. 거기에 원한다면 이 책 <서서비행>을 답변자에게 넘겨드릴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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