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5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끄럽게도 나는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아니 굳이 알아야 하는 이유도 모르는 채 그저 날짜를 암기해야 하는 따분한 국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 국문학사에 나오는 문학 작품들을 조금은 깊이 있게 접함으로써 어느새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출간되어 나오자마자 읽은 책이 봄날이었다.

책의 장수가 빨리 넘겨지고, 1권에서 2권, 2권에서 3권을 거쳐 5권으로 빠르게 손이 닿는다고 해서 흥미진진이라거나 재미를 느낄 일은 아니다. 이 책은 5.18 광주 민중항쟁에 대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며 픽션이나 논픽션이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 어느 전쟁영화 한편을 보는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분명 그러한 일은 있었으니까..

나와 같이 역사에 무심한 사람이 늘어갈수록 이러한 사실이 묻혀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스스로가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불의와 타협하게 될지도 신종 식민지를 자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봄날.. 광주시민들은 그들의 힘으로 봄날을 찾았다고 본다. 충장로 거리를 미친 듯 뛰어다니며 불의와 싸우려 했던 사람들, 군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이름 모를 여인의 절규어린 목소리,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가슴을 도려내야 했던 아이를 업은 아낙, 해맑던 어린 여중생의 흰 블라우스에 뭍은 선현한 피..

다섯 권이라는 책이 쉽게 넘어가 속독하게 될지라도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겪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나, 지역의,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욱이 정치라고 하면 다들 인상을 찌푸리는 현실에 살고 있는 지금에 우리나라는, 그로 인해 나도 모르게 외국을 지향하는 우리는 어떻게 봄날을 찾아야 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