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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평점 :
어린 시절 아빠가 사극이나 세계사 관련 책을 읽고 있으면 이해하지 못했다. 현재와 관련된 책이 아니라 왜 어른들은 역사를 좋아할까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꼬마가 내일 모레 앞자리를 3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역사는 반드시 중요함을 깨달아서 그런지 앞장부터 참 흥미로웠다. 저자들은 스무 편의 작품을 통해 각각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설명하고, 설명한 배경이 독자들에게 더 넓은 관심과 탐구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에 읽은 부분은 < 4장 빈부격차와 분노 > 그리고 < 5장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들 >이다.
4장 '빈부격차와 분노'에서는 현대판 빈부격차와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악명 높은 신분 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한 인도의 빈부격차를 까발리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긴 인도의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다룬다.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 〈뤼팽〉은 세네갈 출신 주인공이 프랑스 최고 재벌에 맞서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의 이주민 문제를 촘촘하게 다루며 인기를 끌었는데, 소설가 로맹가리는 진즉 파리의 이주민 이야기를 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풀어낸 적이 있다. 소설의 물음은 〈뤼팽〉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다르지 않으며, 이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질문을 던진다. 아프리카는 어떤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여전히 굶주림에 처한 나라가 있다는 건 여전히 믿기지 않는 일이다. 굶주림이 해당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지표를 통해 드러났다. 그렇다면 과연 아프리카의 굶주림은 아프리카가 만든 것인가?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극심한 가뭄으로 굶주림에 시달렸던 동아프리카 국가 말라위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다룬다. 유럽과 미국의 힘 싸움, 유전자조작변형된 옥수수에 담긴 여러 의문들, 거주지역은 물론이며 자연이 황폐해지더라도 담배 농사를 계속해서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영화가 막바지로 흘러갈수록 우리는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가 굶주리는 데 대한 책임이 아프리카에는 없다. 그들이 겪은 피해엔 전 세계의 책임이 반드시 있다.
5장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에서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사건과 이념 분쟁, 젠더 갈등을 다룬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고아원에서 성장한 소녀가 체스로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퀸스 갬빗〉은, 미소 갈등과 이념 분쟁 그리고 젠더 갈등까지 그려낸 수작이다. 또 다른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MK 울트라' 실험의 연구대상인 초능력 소녀와 다른 차원에서 온 괴물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실제 미국에서 벌어진 각종 생체 실험을 비중 있게 이야기한다. 여전히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끔찍하고 비인격적인 생체 실험을 두고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괴물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디에 있나? 〈기묘한 이야기〉가 답한다. 괴물은 이 세계에 있고 실은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이외 전미화물운송노조를 거대한 집단으로 만든 노동계의 대통령 '호파'의 여전히 풀리지 않은 죽음을 다룬 영화 〈아이리시 맨〉, 개인이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묻는 영화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12년의 밤〉을 통해서는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의 나라 우루과이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투쟁했던 역사를 돌아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넷플릭스의 작품들을 더욱 흥미롭고 슬기롭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재미뿐만 아니라 배경에 있는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알려주며,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건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알면서 비로소 보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한다.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를 알고서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언급한 "피해만 주고 살지 말자"라는 말에 공감하며, 우리는 상호간에 피해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은 작품의 수가 적지만, 인종과 문화를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발판을 제공한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의 바다'에서 선택된 스무 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작품들은 단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독자들에게 더 넓은 관심과 깊은 탐구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즐기는 동시에 세계사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작품들은 여러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우리에게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시각과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