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하루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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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잠시 책소개를 하자면 이 책은 박완서 작가님의 마지막 소설집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등단하여, 많은 작품 활동을 하셨고,

책의 앞 부분에 나와 있듯, 꿈꾸시던 대로 돌아 가실때 까지 현역 작가로 남아 많은 글을 남기셨다.

이전에 발표 되었던 단편들중 엄성된 작품과 새로 쓰인 단편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빨갱이 바이러스>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카메라와 워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닮은방들> 이렇게 총 6편이 실려 있다.

 

<마음에 든 단편-빨갱이 바이러스>

"외딴 시골길은 앞뒤가 확 뚫려 있는데도 나는 갑자기 속도를 줄이고 멈칫대며 차를 몰았다."

어떤이는 모든 글의 첫문장은 책의 맛과 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했다.

내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빨갱이 바이러스>라는 단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한줄의 문장이 벗어 날 수 있지만 엮여야만 하는, 어쩔수 없이 거쳐야 하는 사람의 운명을 이야기 하는 듯했다.

그래서 이 글이 마음에 들었고,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했던 어떤이의 말도 같이 생각나게 했다.

이 책은 제목 부터가 그녀의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일생을 표현해 주는것 같은 느낌이었고, 작가 본인만이 아닌 후배 작가들이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까지도 그려내며 왠지 모를 "자서전" 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풍겼다.

빨갱이 바이러스도 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은 아닐까?

외딴 시골길, 차를 몰고 지나가던 주인공은 반대쪽 차선에서 서성이는 여자 셋을 보게 된다. 차림새나 행동들이나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았으며, 얼마전 수해로 인해 이 시간엔 버스가 지나가지 않는데 저리 기다리는걸 보면 외지 사람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 끌려 갔다.

그렇게 그들을 자신의 옛집으로 안내하고 여자넷은 기묘한 하룻밤 동거에 이른다.

주인공은 그들을 첫인상으로 소아마비, 뜸, 보살님이라 칭하고, 자기 나름대로 그들을 판단해 버린다. 하지만 곧 그렇게 단정지어진것중 그들을 제대로 판단한 것은 없었으며,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그들의 굉장한 비밀들을 하나씩 듣게 된다. 무언가에 홀린듯 그녀들은 처음만난 다른 그녀들에게 자신의 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 내고 가뿐한 마음이 되어 아침을 맞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럴 수가 없다.

너무나 크고 엄청난 비밀이며 그것은 상처가 되어 내몸과 하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이해 하기 위해서 몇 번씩 다시 읽어야 했다. 좋아했던 삼촌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자신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상처를 떠안고 살았다는 말일까, 혹은 북으로 넘어가 북에서 너무 잘 살고 있을 삼촌이 아직도 두려운 걸까?

하지만 그냥 이해 보다 느끼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모든 소설이 그러하듯 어짜피 주관적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난 떨고 있는 어린 여자 아이가 보였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을 몇십년간 자신의 가슴에 묻어 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채 어른이 되어야만 했을 그 가엾은 아이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앞에 왜 전쟁이라는 일이 닥치고, 남과 북이 갈라선 것 처럼, 자신이 좋아 하고 아끼던 아버지와 삼촌이 갈라서 갈등하고 끝내 비극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아이에겐 그것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이해 되지 않고, 벗어 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되는 것같다. 마치 떼어 낼 수 없는 감기 바이러스 처럼...

그리고 누구나 비밀에서 해방되어 잠시나마 자유로워 질 수 있지만, 해방 될 수 없는 어떤 것을 가진 주인공은 끝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가야할 하루가 많음을 나는 느꼈고, 가슴 아팠다.

6개의 단편들...쉽게 읽혀 내려가는 글들이었다. 하지만, 다시 앞으로 넘기고 넘기고 또 넘길 수 밖에 없었던 건 쉽게 읽히지만 쉽게 읽어서는 안될것 같은 힘주어 쓴 한글자 한글자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글은 보면 와 이렇게도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구나 하며 보게 되지만 이 글들은 이따금 가슴에 손을 얹어 가며 읽게 되었다. 왜 그랬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이라는 말이 맘에 걸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진작에 그녀의 책들을 많이 읽어 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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