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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김현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80년대 초반에 그려진 아다치 미츠루의 초기(말하자면 그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초기) 작품인 동시에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아다치는 70년대 중반부터 중단편 위주의 소년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당시 이미 유명작가이자 대작가였던 치바 테쓰야(내일의 죠/ 1, 2, 3과 4, 5, 로꾸)의 소년만화에서 영향을 받은 이 초기작들은 그다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 당시의 작품들 중에서는 '하트의 에이스'라는 중단편 정도가 이후의 아다치 작품의 색채를 옅보게 할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최근 일본 코다마사에서 이 당시의 작품들을 모아 3권짜리 '아다치초기걸작집'을 출간하였다.)
아다치 미츠루가 만화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말에 그린 최초의 장편야구만화인 '나인'부터이나, 이 역시 치바 테쓰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초기의 경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그가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게 된 것은 '나인' 이후 2번째 장편인 '햇살이 좋아'(陽あたり良好!)부터로, 이 작품에서부터 그는 그의 독특한 화풍과 코믹로맨스의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되고 이후 '미유끼', '터치' 등을 잇다라 발표하며 80년대 최고의 작가의 하나로 꼽히게 된다.
이 '미유끼'는 말하자면 그가 본격적인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초기의 작품이며, 동시에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 구성이나 캐릭터 면에서 가장 완벽하게 균형이 잡힌 작품이며, 단지 화풍 면에서 아직 완전히 완성되기 이전이라 초반부에서 결말부로 넘어가면서 그림체가 다소 변하게 되는 것이 눈에 거슬리는 정도다.
이 작품이 아다치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꼽히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직후이면서 아직 본격적인 유명작가로서의 유명세를 치루기 전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만화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산업의 하나다. 일년에도 수십개의 만화잡지가 나타났다 사라지며, 1회발행에 수십만부 이상을 찍는 초대형만화잡지도 마진율이 불과 2-3% 이하라는 살인적인 경쟁을 견대내야 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은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와 소재를 발굴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기작가에게는 시장의 요구에 묶여 자유로운 창작을 제한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즉 치열한 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출판사에게 스타작가의 확보는 채산성을 맞추기위한 제1의 조건이나, 이런 스타작가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는, 새로운 시도나 모험을 하기 보다는 시장의 요구(출판사의 요구)에 우선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는 내용면에서는 이미 독자의 지지가 확고한 기존의 소재와 스타일을 고수하게 되는 경향으로, 형식면에서는 일단 인기를 얻고있는 연재물은 가급적 이야기를 늘려서 장기연재로 나아가는 모양을 띄게된다. 즉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보다는 '팔리고 있는 것을 계속 팔자'는 쪽으로 가게 된다. (70년대 이후 일본만화의 특색인 30, 40권 이상의 초장편물들은 이런 치열한 시장경쟁의 결과이다.)
따라서 작가로서는 스토리전개의 구조상 이미 종결시켰어야 마땅할 작품을 출판사의 요구에 따라 계속 늘려나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미 써먹은 소재를 형태만 바꾸어 반복하거나, 아니면 1,2회로 끝낼 소재를 수회로 늘리는 등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80년대이후 아다치의 작품은 이런 시장경쟁의 논리에 의해 작가가 어떻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서, 작품의 과도한 초장편화(H2, 터치 등), 이미 사용한 소재의 반복와 스타일의 고착화, 무리한 작품활동으로 인한 창작력의 감퇴(미소라 등)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유끼'는 아직까지 시장의 요구에 본격적으로 얽매이기 전의, 작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스토리에 충실한 '가장 아다치다운 아다치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