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캉타우 1
이정문 지음 / 바다출판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70년대 중반에 새소년에 연재되었던 이정문 선생의 철인 캉타우는 그 독특한 그림체와 로봇 디자인으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마징가, 게터로봇 등 일본로봇만화의 무단복제물이 판을 치던 시기에, 이정문 선생의 철인 캉타우는 거의 유일한 순수국내창작 로봇물로서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정문 선생은 심술첨지, 심술1,000단 심똘이 등 명랑만화로 오히려 더 알려져있던 분인데, SF 만화인 캉타우에서도 명랑만화 특유의 간결하고 해학적인 그림체를 그대로 살려 이것이 오히려 다른 로봇물이나 SF만화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또한 마징가 류의 미끈한 로봇들과는 달리, 울퉁불퉁 거칠고 언뜻 생각하기에는 조악해보일 것 같기도 한 로봇 캐릭터들이 오히려 독특하고도 강력한 매력을 주었던 작품이다. 철퇴 주먹에 전신에는 로켓표창이 고슴도치 모냥 돋아있는 캉타우를 위시하여, 여기에 도전해 오는 스펠타 제국의 로봇들(티아고론, 철갑네시, 쌍뿔철인, 쟝카, 바킹, 리아콘 등등) 또한 다른 로봇물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정문 선생만의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북극탐험선에 타고 있던 소년 현이는 븍극근처에서 탐험선이 돌연 나타난 거대한 철갑괴수에게 침몰하고 조난당하여 이상한 빙산을 발견하고 올가가게 되는데, 실은 그것은 빙산이 아니라 100만년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던 오크타 혜성인의 비밀기지였다. 현이는 이 빙산기지에서 냉동상태로 동면하고 있던 오크타혜성의 소년 카우카를 100만년이라는 오랜 잠에서 깨워주고 둘은 함께 북극으로 향하는데, 뜻밖에도 100만년전 오크타 혜성인에 맞서 지구의 지배권을 다투던 또다른 외계인 집단 스펠타 제국이 역시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지구 내부에 자기들의 왕국을 세우고 지상정복을 노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이리하여 카우카는 현이와 함께 지구 내부로 들어가 스펠타 제국의 포로가 되어있던 탐사선의 현이의 동료들을 구출한 다음, 이들과 함께 스펠타의 지상정복을 막기 위해 피나는 싸움을 벌인다....는 줄거리이다.

지구 내부가 공동이며 이 안에 또 하나의 태양이 있다는 지구공동설은 20세기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유사과학론의 하나이며, 타잔의 원작자인 에드가 버로즈의 지저세계 팰루시다 시리즈 등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데, 여기서는 그 지구공동의 내부에 외계인인 스펠타 제국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에 흥미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네스호의 괴수 네시, UFO, 버뮤다 삼각지대 등 다양한 이상현상 소재들을 스토리에 적절하게 결합하여 당시로서는 상당히 수준높은 SF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 만화를 그릴 당시 이정문 선생의 나이가 60세를 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용을 떠나 일본만화 복제물이 판을 치던 시대에 몇 안되는 창작작가로서, 당시 한국만화의 수준의 한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또한 다른 어느 로봇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카닉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갖게 해준다. 작가의 개성, 그 하나만으로 성공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뚜렷한 실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정문 선생은 이외에도 알파칸, 녹색별을 찾아라 등의 SF 작품들과, 심똘이를 주인공으로 한 다수의 명랑만화들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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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합 2005-06-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문 선생은 1941년생, 당시 30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