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1
Oh! Great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9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포르노만화 작가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작가 大暮維人(오오구레 이토)가 일반성인만화 작가로서 전업하며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자 아직까지 연재가 계속되고 있는 장편 성인물이다.

오오구레 이토(Oh! Great는 작가의 포르노만화가 영미권에 수출되면서 사용한 필명으로, 일본이름 오오구레 이토를 패러디한 것이다)는 90년대 중반 포르노만화작가로서 작품활동을 시작, 섬세하고 정교하면서도 관능적인 그림체로 인하여 3류작가 일색인 일본 포르노만화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작품들은 영미권에까지 수출되어 일본 포르노만화의 대명사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당시나 지금이나 일본의 포르노만화 시장은 대충 그려서 대충 팔아먹는, 작품성이나 수준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인데(한국의 에로비디오 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오오구레 이토는 그런 포르노만화 시장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공을 들인 정교하고도 관능적인 그림체를 고수하여, 현재까지도 일본의 에로만화계에서는 그의 작품을 능가하는 작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리하여 그런 뛰어난 그림수준을 인정받아 마침내 메이저성인만화잡지인 영점프에 스카웃 된 그가 98년에 최초로 그린 작품이 이 '천상천하'이다.

말하자면 실력을 바탕으로 3류마이너작가에서 메이저작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드문 케이스라 하겠는데, 원래 포르노작가로서 명성을 떨친 작가답게, 이 작품을 비롯한 그의 다른 성인만화작품들(마인, 히미코전 등) 역시 여성의 육체에 대한 관능적이고 섬세한 묘사를 그 장기로 하고있다.

그러나 그 그림체를 비교해보면, 90년대중후반 포르노만화작가로서 절대적인 명성(이래봐야 결국 3류포르노작가로서의 명성이지만)을 얻으며 활약하던 때에 비하면 이미 조금씩 필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포르노작가로서 중단편만을 전문적으로 그려오던 그가 장편작업을 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스토리와 콘티는 다른 작가의 도움을 받았겠으나)

大暮維人의 전성기는 역시 95-98년에 걸친 포르노전문작가로서의 시기로, 포르노라는 점을 제외하고 본다면 이 때의 그의 작품수준(주로 그림체의 면에서)은 단연코 메이저만화시장의 톱클라스 작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뛰어난 재질을 가진 작가가 마이너포르노만화시장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것은 반길 일이겠으나, 그 시기가 이미 작가로서의 전성기를 지난 한발 늦은 일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 만화는 형식은 학원물로 되어있으나, 실제는 엄연한 성인물이다. (일본에서 현재 이 작품의 계재지인 강담사의 울트라점프는 영점프의 자매지로, 20세이상 성인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만화지다.)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18세이하 구독불가로 나오지 않은 것은 좀 문제가 있다 하겠다. 아마도 수익성을 고려한 출판사 측의 농간이겠지만, 엄연한 성인물을 '18세이하 구독가'로 만들기 위해 적지않은 분량을 삭제함으로서, 결국 작품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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