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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평점 :
흔히들 SF라고하면 우리의 일상과 먼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 기발한 상상력을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SF도 결국엔 사람을 다루는 작품인만큼 우리와 가장 가깝고 친근한 감정이 문장 곳곳에 녹아있을수밖에 없고 이 작품 "좋아하길 잘했어" 역시 그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이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에는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모든 SF의 고전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은 기존에 많이 봐았던 타임머신들과는 달리 내 몸을 과거의 그 순간으로 옮긴다던지 미래로 잠시 여행갔다 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 몸은 현재 이 이순간에 그대로 있지만 미래의 의식만 조금 가져온다는 다소 특이하면서도 복잡한 설정. 하지만 그 복잡한 설정 덕에 실험에 참여했던 주인공에게 일종의 시차가 생기는 치명적인 계산 오류가 발생하고 말았고 주인공은 자신만이 느낄수있는 그 시차를 이용해 최근 부고 소식을 접한 친구를 구할수있는 유일한 기회를 포착하게 되죠. 두번째는 역시나 고전적인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초능력을 사용할수 있다는 것이 발각되어 국가에의해 연구소에 갇혀버린 소녀. 그리고 그런 소녀를 걱정하며 그녀를 연구소 밖으로 빼내기위해 계략을 꾸미는 우리의 주인공. 전체적인 그림만 보면 감동적인 드라마지만 그 소녀를 구하는 사명을 지닌 주인공의 정체가 외계인과 인간의 혼혈인데다 초심리학이라는 알수없는 학문의 전공자이면서 사기 전과자라는 것이 조금 찜찜할 뿐이다. 세번째는 그야말로 전 우주적 스케일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양자택일의 이야기이다. 네가 소중히 생각하는 무언가를 포기하면 세계가 살수 있어. 어떤 원리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개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우주의 소멸을 막을수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며 대뜸 자신의 반려견을 안전한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겠다 선언하는 수현. 누가봐도 전문성이 부족해보이는 황당한 헛소리이기에 그런 수현을 남몰래 좋아하던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굳이 자신이 반려견과 가슴아픈 이별을 준비하려하는 그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우주를 구하기위한 그 위대한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어 반려견 복실이는 1년 뒤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이 확정되었고 혹시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위해 복실이를 경호하는 늑대인간까지 합류하게 됩니다. 과연 복실이는 1년뒤 무사히 다른 행성에 도착해 우리 모두가 살고있는 이 우주를 구해낼수 있을까요? 세 이야기 모두 어찌보면 일상과는 동떨어진 무언가 비현실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모두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사랑! 보통 사랑이라고하면 남녀간의 무언가 애틋한 감정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랑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서 우리의 수많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화려하게 색칠해나가죠. 만일 과거의 이루지 못했던 꿈에대한 사랑의 감정이 없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이 바뀔지도 모르는 타임머신 실험에 그렇게 자신있게 참여할수 있었을까? 또한 자신이 가져보지 무언가 신비한 능력에대한 호기심과 탐구에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무려 국가를 적으로 돌리는 무모한 싸움에 나설수 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사 이별이 예정되어 있고 어찌보면 세상을 위해 한발 물러선다고해도 그간 나의 힘들고 괴롭지만 어쩌면 행복하기도했던 그 함께했던 시간이 없었다면 소중한 존재와의 작별을 그렇게 신중하게 준비할수 있었을까? 아마 사랑하거나 애정한 시간없이 자신에게 얼떨결에 주어진 존재였다면 자신의 이익에따라 간단하게 버리거나 욕심이 생겨 자신의 품안에서 절대로 꺼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사랑의 무게가 있기에 마침내 받아들일수있는 작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어쩌면 처음엔 모든게 불평불만이던 주인공도 복실이에대한 사랑에 진심인 수현의 자세를 보고서 자신과의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또한 진심일 그와의 행복한 미래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사랑은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면서 동시에 사건 해결의 열쇠이자 또다른 찬란한 미래로 향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 지금 당장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않는것 같지만 어쩌면 그속에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있을 그 사랑스러운 사건의 지평선을 우리 모두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