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가상 현실 세계 '낙원'에서 살게 된다. 위 내용들처럼 '모르는 느낌'은 느끼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상 현실인 만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름처럼 '낙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 7부제에 종속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다.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임신부,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그리고 '환경 부담금'을 내면서 살아갈 정도의 재력을 가진 자." (부자)
(↑ 19p)
이들은 '365'로 불리며 온전히 자신의 몸을 7부제에 구속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현울림'은, 수요일에 몸을 사용하는 인간, 일명 '수인'이다.
그리고 울림과 엉킨 실타래처럼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꼬여있는 보디 메이트, 즉 한 몸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자 앙숙 ( 정도가 아니라 원수)인 '화인' 강지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술을 잔뜩 마신 채로 술집에 누워서 몸을 바꿔준다든지, 밤새 굽이 엄청나게 높은 부츠를 신고 춤을 춰서 온몸이 쑤시게 만든 다음 몸을 바꿔주는 강지나로 인해 울림은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울림은 복수로 강지나가 입은 채로 넘겨준 온갖 명품들을 죄다 버린다. 이처럼 그들의 관계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다.
어느 날, 생일선물을 주겠다는 강지나의 쪽지에 의아한 현울림은
생일날 평소보다 강지나가 훨씬 일찍 몸을 바꿨다는 사실에 놀라고,
몸이 바뀌자마자 물속으로 빠지게 된다.
사실 울림은 심각한 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던 강지나는 전날 필리핀 스쿠버 다이빙을 예약한 후 물에 입수하기 직전, 몸을 현울림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밀쳐지며 강제로 물에 입수하게 된 현울림의 몸은 그만 사망하게 되고, 현울림은 낙원에서 영혼으로 남아있길 거부하고 강지나를 고소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공유 신체를 사망시킨 혐의로 현울림이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 그때, 울림은 강지나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게 되는데...
'하루의 시간'을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며 조연과 주인공, 악역이라는 역할의 틀에 매이지 않고 그들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 엮이는 것이 신기했다. 또, 자신의 불행을 현울림 탓으로 돌리는 강지나의 입장과 동시에 강지나의 복수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현울림의 입장, 둘 다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 과거로 엮인 그들의 현재, 그리고 조연인 줄만 알았던 인물들도 마치 주인공처럼 이야기의 일부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반전이다.
반전이 너무 많아!! 통째로 반전이야 전부!!!
숲에 있는 캠핑카에서 총 들고 싸우다가 흑곰이 와서 캠핑카를 강에 던져버리질 않나,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몸을 사용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 사람이었지를 않나,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초능력자(...)이고 마침내 죽을 고생을 하며 찾아낸 강지나는 강지나가 아니었던!!
정말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에 한번 책장을 넘기면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게 된 현울림이 행복할 수 있어 기뻤다.
사실 로맨스 소설을 아직(?)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는 소설이 너무 많다. 사실 로맨스는 약간 지루하다.)
'로맨스' SF 소설 서평을 쓸 기회가 생길 때에는 약간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로맨스' 소설이 아닌 '사랑받게 된' 현울림의 이야기, 즉 로맨스도 하나의 장치 (특히 반전...)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좋았다. 이런 로맨스라면 한번 읽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