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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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바쁠 예정이라 서둘러 쓴다. 약간의 TMI이지만 이번 [소설 Y 클럽]에서는 가상 캐스팅이 사라져서 한결 수월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서평 미션 2 시작하도록 하죠. -!

'네가 있는 요일'은 매우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로맨스 SF 소설이다.

전작 '스노볼' 시리즈로 유명한 박소영 작가님의 신작이다. 역시 엄청나게 신기하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드시는데, 정말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세계관과 줄거리를 살짝 소개해 보겠다.

인간 7부제 사전 동의서

주요 내용: 일곱 명이 신체 하나를 하루씩 돌아가며 사용한다. 공유되는 신체 외의 나머지 신체는 (뇌를 제외하고) 폐기한다.

시행 목적: 인간 개체 수를 적정하게 유지해 환경 파괴와 식량난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인류의 공멸을 막는다.

동의사항:

(1) 신청자 본인은 17세부터 7부제에 종속된다.

(2) 신청자는 자신의 지정 요일에만 신체를 사용할 수 있다.

(3) 신청자의 신체는 평가 기준에 따라 폐기되거나 타인의 공유 신체로 양도된다.

본인은 위 내용을 모두 이해했으며 이에 동의합니다.

(본문 중)

위 동의서 내용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주제이자 세계관 설정이다. 놀랍지 않은가?

즉, 7명이 한 몸을 쓰되, 월요일 인간, 화요일 인간, 이런 식으로 요일 하루를 지정해 놓고 1명 1요일로 몸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머지 6일 동안은 어떻게 사는 걸까?

누구나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치고 토성 고리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가상 현실 낙원은 정신의 세계였다. 정신, 생각, 믿음, 상상력이 감각을 지배했다.

···

별도의 감각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낙원에서 라면 맛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사용자의 뇌가 라면이라는 시각 정보와 관련된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기억 정보를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라면을 자주 먹는 사람은 낙원에서 가상의 라면을 먹을 때도 후루룩 면발을 삼키는 소리와 따뜻한 라면 그릇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반면 라면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와 비슷한 다른 음식의 맛을 느끼거나 아예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한다.

41p

바로 가상 현실 세계 '낙원'에서 살게 된다. 위 내용들처럼 '모르는 느낌'은 느끼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상 현실인 만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름처럼 '낙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 7부제에 종속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다.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임신부,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그리고 '환경 부담금'을 내면서 살아갈 정도의 재력을 가진 자." (부자)

(↑ 19p)

이들은 '365'로 불리며 온전히 자신의 몸을 7부제에 구속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현울림'은, 수요일에 몸을 사용하는 인간, 일명 '수인'이다.

그리고 울림과 엉킨 실타래처럼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꼬여있는 보디 메이트, 즉 한 몸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자 앙숙 ( 정도가 아니라 원수)인 '화인' 강지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술을 잔뜩 마신 채로 술집에 누워서 몸을 바꿔준다든지, 밤새 굽이 엄청나게 높은 부츠를 신고 춤을 춰서 온몸이 쑤시게 만든 다음 몸을 바꿔주는 강지나로 인해 울림은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울림은 복수로 강지나가 입은 채로 넘겨준 온갖 명품들을 죄다 버린다. 이처럼 그들의 관계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다.

어느 날, 생일선물을 주겠다는 강지나의 쪽지에 의아한 현울림은

생일날 평소보다 강지나가 훨씬 일찍 몸을 바꿨다는 사실에 놀라고,

몸이 바뀌자마자 물속으로 빠지게 된다.

사실 울림은 심각한 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던 강지나는 전날 필리핀 스쿠버 다이빙을 예약한 후 물에 입수하기 직전, 몸을 현울림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밀쳐지며 강제로 물에 입수하게 된 현울림의 몸은 그만 사망하게 되고, 현울림은 낙원에서 영혼으로 남아있길 거부하고 강지나를 고소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공유 신체를 사망시킨 혐의로 현울림이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 그때, 울림은 강지나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게 되는데...

'하루의 시간'을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며 조연과 주인공, 악역이라는 역할의 틀에 매이지 않고 그들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 엮이는 것이 신기했다. 또, 자신의 불행을 현울림 탓으로 돌리는 강지나의 입장과 동시에 강지나의 복수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현울림의 입장, 둘 다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 과거로 엮인 그들의 현재, 그리고 조연인 줄만 알았던 인물들도 마치 주인공처럼 이야기의 일부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반전이다.

반전이 너무 많아!! 통째로 반전이야 전부!!!

숲에 있는 캠핑카에서 총 들고 싸우다가 흑곰이 와서 캠핑카를 강에 던져버리질 않나,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몸을 사용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 사람이었지를 않나,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초능력자(...)이고 마침내 죽을 고생을 하며 찾아낸 강지나는 강지나가 아니었던!!

정말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에 한번 책장을 넘기면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게 된 현울림이 행복할 수 있어 기뻤다.

사실 로맨스 소설을 아직(?)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는 소설이 너무 많다. 사실 로맨스는 약간 지루하다.)

'로맨스' SF 소설 서평을 쓸 기회가 생길 때에는 약간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로맨스' 소설이 아닌 '사랑받게 된' 현울림의 이야기, 즉 로맨스도 하나의 장치 (특히 반전...)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좋았다. 이런 로맨스라면 한번 읽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와 나는 틀림없이 서로를 알아보고 어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야.

430p

이상 박소영 작가의 '네가 있는 요일' 책 서평이었다.

끝 ^^

이 책 리뷰는 창비 [소설 Y 클럽] 이벤트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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