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강준만교수는 정말 부지런하다. 보통 사람들이 책 읽는 양보다 더 많이 책을 펴내는 것 같다. 평소 자료 정리를 꼼꼼히 잘 해 놓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양이다. 존경스럽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너무 많이 따옴표로 옮겨놓았다. 출처를 다 밝혔다지만 저자가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것을 독자에게 내미는 것 같아 생각만큼 빨리 읽어지지 않았다.


이 책의 부제는 한국 실업의 역사이다. 해방무렵부터 2010년까지 취업이 쉬웠던 기간은 별로 없었다. 특히 IMF 경제위기는 장래에도 두고두고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들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고 해석하며 책을 내 놓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당시 한국 땅을 떠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날 중요한 사회적 이슈인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양극화, 귀족노조 등이 거의 20년 이전부터 중요한 이슈였으며 정치권에서도 논쟁과 논의가 계속 되어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오랜 기간 사회적 이슈로 남아있었지만 더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갓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기대가 크지만 짧은 기간 내에 확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최근 연일 새 대통령의 행보가 즐거운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데, 참여정부때처럼 점점 사방에서 공격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견디고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기적처럼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만, 정치적 상황에 별 관계없이 여전히 취업에 목을 매단 제자들을 보면 뭐라 해줄 말이 딱히 없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지금으로써는 문재인정부의 개혁동력이 임기 내내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내가 밑줄 그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부분이 2009년 신승철 당시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한 부분인데, 실업문제를 보도하는 신문기사들을 보면 곧 사회가 뒤집어질 것 같지만 겉보기엔 평온했던 이유를 제시한 부분이다. 신승철씨는 첫째 군대가 실업군을 일정부분 흡수하는 완충역할을 하고, 둘째 한국의 독특한 가족문화로 부모가 자식을 오랜 기간 양육하는 누에고치 문화가 있으며, 셋째는 노동자들의 가부장적 의식을 꼽았다. 즉 나라 경제가 어렵고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노동자들이 정부나 경영진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잘못이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맺음말에서 강준만교수는 이 중에서 가족의 영향이 압도적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가족의 영향은 각개약진 문화로 나타나고 각개약진 문화는 늘어난 실업률이 진보세력의 확장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부분 보수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개약진이 승자독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며, 사교육과 같은 교육문제를 풀기 어려운 것도 승자독식 체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 영역에서 정치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에 대한 보상으로 나타나는 낙하산 인사등이 정권 사유화이며 승자독신문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정권 사유화부터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맺음말을 읽으며 두 가지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첫째는, 이 책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 집필되었으므로 이명박정부에서 이어지는 박근혜정부를 모두 겪었다면 강준만교수가 이 부문을 얼마나 더 강하게 강조했을까 이고 둘째는 최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공적인 부문에서만 사용함으로써 축소하기로 하여 정권 사유화근절을 향한 멋진 수를 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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