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혼 - 거상 조병택을 만나다
진광근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일제치하 시대에 전쟁을 눈앞에 둔 일본이 소가죽을 사드리고자 조병택을 찾는 일화로 시작한다. 그의 선견지명과 배포를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일듯, 그 일화 하나로 나 역시 조병택에게 빠져들었다. 작가의 이력이 색다로웠다. 검찰수사관이었고 법무사일을 하던 작가가 토지관련일을 하다가 조병택을 만나 그에게 매료되어 그의 발자취를 찾아 책을 내게 되었다는, 한권의 책, 한편의 시 또는 한 인물이 인생을 그리 바꿀수 있다는 것을 또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난 확신한다.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많이 행복했으리라는 것을..

 

거상 조병택은 양주 농민으로 시작하여 외숙부인 최상기에 의해 민영익의 호종으로 일하게 된다.  돈만이 세상을 사내답게 인간답게 살수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었던 조병택은 기회를 잡기 위해 책읽기에 매달렸다.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민영익의 눈에 들고 행수자리를 배우게 되고 삼만원을 민영이게 꾸어 그만의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삼만원은 그당시 덕수궁 중건을 했을 때 들었던 돈이고, 민영익이 행수하나를 독립시킬때 꾸어준돈 3천원의 열배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그리고 민영익의 오른팔격인 사람들도 함께 데리고 독립한다. 여기서 조병택의 배포뿐만아니라 민영익의 사람보는 눈 또한 알수 있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인가 보다.

 

기생집에서 시작한 장사는 그당시 조선의 상권을 많이 보고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두고보자, 내 목표는 우리 상인들의 상권을 잡아먹는데 있지 않는다. 네놈들, 일본놈들, 중국놈들, 조선상인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해주마. "

조병택, 그가 상인이 되고자 했던 이유는 외숙부인 최상기와의 대화에서 나타난다.

"시류를 따를 뿐입니다. 세상을 상인이 움직이는 때가 되었으니 상인이 되고 싶었을 뿐 재물에 눈이 팔린것은 아닙니다. "

 

조병택은 근대 조선의 역사를 함께 했다. 조선무역회사를 세운 후 그의 지혜로 인해 고종을 배알하게 되고 한일은행을 세우게 된다. 그가 맡은 직책은 경성상업회의소 두취, 한일은행두취, 조선무역회사 두취 그리고 중추원 참의까지 지내게 된다. 그런 그가 "이왕이면 세상사람이 다 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라고 말하며 조선상권을 위해 애썼던 그가 결국은 대한 제국 황후를 무참히 살육하고 시신을 소각했던 그 일본인의 농간에 의해 결국은 독살당한다. 1924년, 조병택은 36만원 부채로 인해 자살이라는 기사와 함께 조선을 떠난다. 그가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 아들 창희,그의 수족 춘재, 은수, 상은은 광복을 맞이하고, 다시 6.25를 겪은후 어느날 아들 창희는 아버지 조병택과 어머니 선우영의 산소를 찾는다. 그곳은 갑신정변으로 은퇴한 민대감의 별장이 있던 곳인 면목리였다. 십여년전 민대감을 호종해 사냥을 왔던 그곳이 병택의 안신처였다. 그곳에서 시작했던 그의 치열했던 삶을 그곳에서 다시 끝을 맺은셈이다. 작가는 말한다. 조병택이란 이름이 대한민국 금융사의 첫 시작에 희미하게 실려있을 뿐이라고, 그리나 그가 얼마나 거대한 상대를 맞아 싸우며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나역시,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조병택이란 인물을 만났을 뿐이니..

 

책을 덮고 긴 여운이 남는다. 속상하고 안타까움,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조병택은 영웅이었다. 시련많은 세상에서 그의 높은 기개가 얼마나 조선사람들의 후련함이었을까.. 희망이었을게다. 책을 통해서나마 지금이라도 그런 사람을 만날수 있어서 감사하다. 우리가 알아야 할 또 한명의 위인이며, 숭고함이다.

 

201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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