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로움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 시선 시인선 95
임창연 지음 / 시선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참 오랫만에 시를 읽는다.

 

조지훈님의 승무, 한용운님의 복종, 조병화님의 남남... 수많은 시들을 외웠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 고등학생시절이었던 듯하다.

그 이후로 시를 읽어본지가 언제였던지.. 아마 그만큼 감성을 잃어버리고 살지 않았나 싶다. 시는 웬지 여유를 가지고 한줄 아니 한글자 한글자마다 느껴가며 압축된 시가 주는  숨은뜻을 찾아 가며 그렇게 읽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때문이었을게다. 어느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면 간단한 소설을 찾았던거 같다. 시를 읽는 것은 웬지 시간의 사치같은 느낌이 들었던것은 왜일까? 이번 내가 선택한 시는 그런 나의 생각을 바꿔볼 요량이었다. 그저 한 시를 읽고 그 순간에 다가오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좀 시와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한 외로움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

나이가 먹어갈수록 외롭다. 아이들도 크고 내 할 일도 딱 정해져있다. 도전을 꿈꾸던 시절도 지나고 이젠 있는 그대로 평탄한 길을 걷고 싶은 생각에 무모한 도전도 꿈도 꾸지 않는다. 가끔씩은 이런 자신이 한심하지만 이정도면 잘살고 있는데 하면서 애써 외면한다. 그러면서 스물스물 다가오는 어떤 감정이 있었다. 그 감정을 떨쳐버리고자 미친듯이 몸을 혹사시켰다. 그리곤 피곤으로 몸을 뉘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정.. 외로움이 었구나 싶다. 시는 제목으로 그렇게 내게 왔다.

 

첫장.. 시인의 자서에 빠진다.

문장도 요리처럼 사람들은 어느새 중독되어있다.

하지만 늘 배고프고 허기가 진다.

 

삶도 그랬다. 내 일상에 중독되어 열심히 살아간다지만 늘 배고프고 허기가 지는 느낌이 있었다. 이 첫 자서로 난 단숨에 시를 읽었다. 그저 허기지는 느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러면서 시 구절에서 재미를 느낀다. 묘한 설레임도 있었다.

 

하얀 꽃송이는

아프리카 전사들의 이빨 목걸이

가지마다 달렸다

몸이 노획한 전리품이다. -매화, 봄을 먹다중....

참 재미있었다. 매화의 하얀 꽃송이가 이빨목거리의 전리품과 비교될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재미있고 놀라웠다. 시는 경험, 시인은 어쩌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어느 전사를 보며 창밖에 피어있는 매화꽃을 실제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하며 웃었다.

 

보이는 것과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이 사는 일이라면

어둠이란 이 모든것을 삭제하는 연습 - 삼계 숲속마을 중...

섬뜩하리만큼 공감갔다. 어둠에 대한 느낌, 밤은 내 모든 육체적 활동을 정지 시킨다. 정신마져도 삭제 하고자 노력한다. 눈을 감기전 난 항상 컴퓨터 딜리트키를 상상한다. 오늘하루 눈뜬 시작부터 눈감기 바로전까지 블럭설정 그리고 딜리트 내일은 새문서에서 다시 시작..

 

눈으로 보는 것 외에는

허용치 않는다.

소리도 냄새도 지나지 못한다

저리 얇은 벽 하나가

안팎의 세상을 갈라놓았다.

때로는 느낌조차도

넘나들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거린다. - 유리빛 중에서..

난 어쩜 내가 허용한 것만큼 외의 것에 대해선 이렇듯 유리벽을 쌓아놓지는 않았을까? 아니 그런거 같다. 유리벽 바깥에서 보여지는 내 모습에 난 전혀 동요하지 않는 독불장군 그래서 어쩌면 세상과 동화되기를 귀찮아하는 개인주의적인 삶. 이 시는 그런 나를 비웃는듯한 느낌마져 들었다. 그런데 혹시 유리벽 바리게이트에 의해 넘어오지 못한 너의 감정을, 나의 감정을.. 후회하진 않을까?

 

기다리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달아나기로 했다.

잠들지 못하는

내 손은

이미 시집 한 권이 끝났다.

...

철커덕 거리는  레일 틈새로

아픔이 눌린다. - 마산발 늦은 10시 15분 서울행. 중에서.

참 많은 기회로부터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혹은 귀찮아서 혹은 두려워서 혹은 능력이 부족으로 .. 그러면서도 난 현실에 충실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하고 애써 외면했었다. 결국 후회로 남았던 기억들은 아픔으로 다가왔었다. 어쩌면 지금도 달아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전두엽 끄트머리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짓누르며, 또다른 아픔으로 다가올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다 그런거야 어쩔수 없잖아 애써 위로하며... 삶은, 그런거 원래 그런거 아니야?  후회하지 않는 그네들은 특별한 DNA를 갖고 태어난 존재들이야 난 평범하잖아.... 결국 난 막차를 타면서도 아파하겠지...

 

비가 왔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잠시 그친사이에 하늘을 채운것은 잠자리떼였다.

간혹 짝지은 쌍잠자리도 보인다. 잠자리떼의 이동은 태풍이 올 징조라 했다.

결국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수재민이 났다. 또 아픈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래도 또 일어나 살아갈 것이다.

임창연님의 시는 그랬다. 같이 공감했고 -그것이 시인이 원했던 메시지이든 아니든 말이다.- 또 아파했다. 

오랫만에 읽은 시집이 기대이상이라 좋았다. 이 시집보다 조금 더 빠르게 또 다른 시집을 만나게 될 것 같다.

 

2013. 7. 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