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 낭만적인 바리스타 K씨가 들려주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스민 커피 이야기
김용범 지음, 김윤아 그림 / 채륜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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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나는 2년 전 커피를 공부한 적이 있다. 카페에 가서 메뉴판을 뒤지면 나오는 무수히 많은 커피이름들 - 카페라떼, 카푸치노, 까페오레, 카페모카, 샤케라또, 아보가또, 마끼아또, 꼬레또, 꼰파냐, 카페비엔나, 프레도... 등등..- 을 보면서 커피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겨, 몇 주간의 커피수업을 받았다. 공부를 함으로서 커피용어들과 익숙해 지고 - 실버스킨, 커피체리, 아라비카, 로부스타, 로스팅, 블렌딩, 도피오등과 같은. - 더 관심을 갖게 되어 라떼아트까지 도전해 보았었다. 커피위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보면서 흐뭇하고 즐거웠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 이유를 이 책 - 커피 치명적은 검은유혹-을 읽으면서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때 난 그저 지식만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커피에 대한 지식만을 습득했기에, 커피가 주는 감성적은 맛과 향기는 잊어버린채 말이다.

 

이 책의 21잔의 커피 이름이 좋았다. 에스프레소나, 터키커피가 아닌 랭보커피, 뭉크커피, 이효석커피, 헤세커피와 같은 제목 말이다. 한잔 한잔을 마실 때 마다 난 랭보를 좀더 이해할수 있게 되었고 헤세와 친해졌고, 헤밍웨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책은 그렇게 구성되어있었다. 처음은 아티스트의 삶이,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과, 작품, 그리고 아트레시피로 각 잔들은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한잔의 마지막은 삽화와 아티스트에 대한 작가적 시나 느낌으로 마무리 지어지고 있다.

 

관점에 따라 사람들은 바뀐다. 특히 이효석에 대한 바리스타 K씨의 해석은 정말 맘에 든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운 메밀꽃필무렵의 이효석만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내게 이효석은 이제 농촌소설가가 아닌 모던뽀이(K씨는 보이란 말보다 뽀이란 말을 더 좋아하는듯 하다. ), 딜레당트 이효석으로 내게 남을 듯하다. 커피 알을 찧어 가방속에 넣어 전차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왔던 이효석의 개암나무열매의 헤이즐넛 커피.. 헤이즐넛 향을 맡을때마다 난 이효석을 떠올리게 될 것같다. 또한 토탈이클립스를 다시 보며 생각할 랭보, 카페모카를 마실때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초콜릿공장과 뭉크의 그림을 떠올릴것이다.

 

헤르만 헤세에 빠지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을까? 그를 생각하며 마실 나무연기의 쓴맛이 나는 -아프락사스란 야릇한 이름의 헤세향이라고 표현한- 검은커피,-작가가 추천한 헤세의 봄날이란 시를 읽을때 나 엮시 그묘하고 신비한 쓸쓸한 쓴맛을 느꼈다. - 난 헤밍웨이의 경험적 소설이 참 좋다. 그 세세함과 관찰력을 사랑하며 그의 열정을 사랑한다. 그가 좋아했던 쿠바산 담배며 모히또까지도 좋아한다. 체게바라가 인쇄된 쿠바커피 .. 그리곤 다시 생각하게될 헤밍웨이.. 가난했음에도 포기할수 없었던 한잔의 커피, 그리고 죽음, 밤의 카페, 빈센트 반 고호의 허기지고 고독한 커피,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포경선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스. 그리고 스타벅스에 새겨진 세이렌과 스타벅스커피, 이상의 MJB와 제비다방, 그리고 오감도에서 느껴지는 이상의 혼과 예술, 문학과 음악이 담겨진 커피, 토지측량사였던 카프카의 모호한 城과 같은 커피.

 

야간비행에서 만났던 생택쥐베리의 수직상승, 그리고 산화를 생각하며 시린손을 비비며 마실 생텍스의 카페크렘,카페오레를 마실때 마다 생각날 맨발의 이사도라 던컨의 극적인 죽음. 서너시간의 잠을 잔후 조반으로 마시는 커피로 생각날 불꽃같은 여자 전혜린,늘 비오는 날에 가끔씩 찾게 되는 맥심커피에 각설탕 하나. 앞으론 홍연택씨도 생각날 듯. 블랙앤 스위트 블랙,김현승의 사발커피와 커피 셋, 프림 둘, 설탕 둘의 암죽처럼 진한 박목월풍 커피 터키식 커피 투르크 카흐베의 원두커피 가루의 불편하지 않은 이질감을 느낄 커피, 커피의 눈물 더치커피에서 배울 인내심과 원두 60알을 세어 커피를 끓였다는 베에토벤의 커피... 이 모든 이연연상을 이 책을 통해서 난 얻는다.

 

카페인 음료, 소통의 음료, 영혼과 예술의 음료.. 기타등등의 수많은 수식어구를 갖고 있는 커피지만 작가로 인해 삶이 녹아든 커피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Dankon, Dankon.... Barista K...

 

20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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