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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지음(2010년작)
파비오 제다 : 이탈리아 성장소설가, 아동상담전문가
출판사 : 마시멜로 2012/4/1 발행
"어쩌면 난 소년병이 됐거나 소년병한테 죽을수도 있었어요. 사실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붙잡히거나 죽었지요. 학교를 다닌 적도 잠깐 있었는데, 텔레반이 선생님을 총으로 쏴 죽이는 모습을 그때 봤어요. 국경을 넘을때 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요. 트럭 밑에 숨어 있을 때도, 산에 오를때도,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널 때도... "
아프가니스탄 소년 에나이아트와 작가 파비오의 토크쇼에서 말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읊어낸 에나이아트의 이야기다. 두 종족 하자라인가 파슈튼간의 종교적 대립, 그리고 파슈툰이 기득권을 갖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자라인은 노예처럼 살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나이아트의 아버지 역시 그 상황의 희생물이 되었고 아들을 종으로 보내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결정으로 에나이아트는 긴 여행길에 오르게된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전한 마약하지 말것, 무기를 쓰지 말것, 도둑질하지 말것의 3가지 약속과, 소망, 이마보다 한뼘 더 높은곳에 소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늘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야. 라는 말은 그 긴 역경의 시간들을 바르게 이겨낼 수있도록 한 지침이 되어진 하다. 그리고 에나이아트는 그런 어머니의 결정을 "미래를 향한 여행을 하며 늘 위험에 처하는 쪽이 당신 곁에 있지만 진흙탕에서 매일 두려움에 떨며 위험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고 이해하고 있다.
10살의 소년은 파키스탄으로 이란으로 다른 아프가니스탄인들과 섞여 불법체류속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인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아프가니스탄으로 추방당할 위험을 무릅쓴 채 이용도 당하고 실제 추방도 당해 헤라트로 옮겨 가지만 다시금 탈출하고 점점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멀어져 27일간의 산행을 거쳐 터키로, 작은 보트로 그리스로 그리고 정말 행운을 얻어 이탈리아까지 6,7년간의 여정을 통해 현재는 이탈리아 토리노에 정착해 살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에나이아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난 탈북자들을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에나이아트의 모습은 또 다른 탈북자의 모습일지 모른다. 탈북자나 동남아쪽 이주자들을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더 인간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이란 바다에 사악함의 대변하는 악어는 에나이아트의 여정속에서 실제로 존재했었다. 지금 우리 주변도 그러하듯이. 그리고 작은 행운의 그리스 할머니와 이탈리아의 청년은 좌절을 희망으로 바꿀수 있는 오아시스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당부와 결정은 소년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했고 악어가 들끓는 유혹적인 세상속에서 그 당부를 꿋꿋이 지켜내어준 작은 소년 에나이아트가 감동스럽다.
우리는 혹시 누구에겐가 악어인 적은 없었을까?
2010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