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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 / 북스퀘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덮고, 한동안 상념에 잠겼다. 내 큰아이가 수험생인 이유이다. 그아이는 지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속에서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지독한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이제 100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에 대해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아이와의 대화를 그닥 잘 끝내지 못했다. 결국 학벌을 무시할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그애나 내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그저 이미 결정되어진 길에 대해 잠시 가벼운 논쟁을 벌였을 뿐이다.
세 얼간이는 인도 최고 공과대학인 IIT에 입학한 수재들 -하리, 알록, 라이언은 확실한 수재다.- 의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여정을 각기 상황이 다른 세명의 학생이 그네들이 다른사람들과 달리 겪었던 몇가지의 에피소드를 엮어가며 20대초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일들을 일기를 쓰듯이 가볍게 엮어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앞구절을 읽을때쯤엔 그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을 내 대학시절을 생각했고, 책을 덮고 나서는 앞으로 그런 대학생활을 하게될 내 큰아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행복, 행복을 위해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몇명이나 될까? 이책의 주인공 하리, 알록, 라이언의 행복은 과연 IIT에 입학하는것이 행복이었을까? 어째든간에 첫 페이지에 보면 2년동안 욕창을 닦아내며 공부를 해서 들어간곳이 IIT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 현실과 너무 비슷하다. 그렇게 입학해 놓고보니, 학점을 겨우 5점대를 유지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고, 그네들이 반란을 꾀할 이유는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른이었다면 시험지를 훔칠생각따위는 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에 대한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알록의 경우, 집안의 기대때문에 친구를 포기하고 그 결과 일년에 겨우 1포인트를 얻었을 뿐이다. 그가 하리와 라이언에게 돌아온것은 알록에게 지워진 짐에 대한 최소한의 거부이며, 스스로의 자유본능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라이언의 부모님께 편지를 썼던 하리, 편지를 쓰게 된것을 알면 라이언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편지를 부치는 하리를 보면서, 라이언이 진정한 친구를 얻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라이언은 늘 친구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고, 제일 반항적이고, 창의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그의 정체는 역시 애정결핍이었다. 라이언의 애정은 친구에게 쏠리게 되었을거고, 전염처럼 하리와 알록도 결국 변화되었지 싶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네들은 4학년, 정상으로 졸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하리와 알록은 소프트업계에서 라이언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대학연구소에 남게 된다. 아~ 베라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세 얼간이들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바로 보아준 베라교수, 만약 그네들에게 베라교수가 없었더라면 마지막 글에 "나는 가끔 IIT를 그리워한다."라고 쓸수 있었을까? 아니 이 소설 자체가 완성되지 않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베라교수와 같아져야 한다. 어느 누구라도 IIT에 들어온 만큼 그들은 분명 수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재능을 보아주지 않고 단지 학점만으로 평가하는 IIT속에서 유일하게 그네들을 이해해준 사람, 결국 그네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해결책이 되어, 세명의 인생을 바꾸어준 사람이었다. 난 내 아이들에게 진정한 울타리가 되어지고 있는지, 바르게 이끌고 있는지, 그아이를 진정 이해하고 있는지.. ...
이 책은 우리 사회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난, 20대의 내 아이가 열정을 갖고 자유의지로서 살며, 평생의 재산인 좋은 친구를 만들기에 노력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그애의 행복이 될테니 말이다. 그러나, 수능을 끝낸 후에~ 어쩔수 없었다라는 핑게와 함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자신을 지나치게 몰아가지 마십시오. 이 문제에 관한한 우리 교수들이 훨씬더 비난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인생은 너무나도 짧습니다. 최대한 즐기십시오.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바로 여러분이 사귄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평생토록 친구를 사귀는데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저는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왔습니다. 때때로 저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낮은 평점을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한밤중에 강의동 옥상에 올라가 보드카를 마시는것도 좋을것입니다. " -하리의 꿈속에서 체리안교수의 졸업연설문의 일부~
2011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