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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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을 겪은 36살 성인 다자키

 

 현대인에게 '단절'이라는 말 만큼 무서운 말이 있을까. 더구나 예민한 10대에게 있어 절친한 친구와의 단절이란. 근래에도 잊을 만하면 친구와의 관계 문제로 가출이나 자살시도 등을 하는 청소년들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그만큼 그 시기의 친구관계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삶의 척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이러한 소재가 다루어졌다. 친구들에게 단절 당했던 주인공이 이미 16년 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에게 '아오, 아키, 시로, 구로' 네 친구는 찬란한 감성의 10대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보다 더 큰, 가족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였다. 그러나 이들의 일방적인 절교 통보로 그는 죽음과도 가까운 위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트라우마가 되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결국은 모든 관계를 깊이 있게 맺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그에게 어느날 나타난 여자 '사라'는 그의 심리적인 문제를 캐치한다. 사라는 그가 적극적으로 과거로 돌아가서 그것을 직면하고 극복할 것을 원한다. 다자키 역시 자신이 문제가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로서 그의 순례여행이 시작된다.

 

관계에 목마른 현대인

 

 작품을 보면 두 명의 인상깊은 등장인물이 있다. 바로 다자키가 현재 사랑하는 여자 사라와 다자키가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 시로이다. 과거의 여자인 시로는 다자키의 짝사랑이었으며, 또한 다자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원인이다. 반면에 현재의 여자인 사라는 다자키에게 희망을 주는 여자이며, 상처를 마주하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바쁘고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은 부족하다. 또한 어린 시기에는 의도하지 않은 관계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쩌면 누구에게나 시로와 사라는 존재할 것이다.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또 치유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두 여자를 통해 다자키는 세상을 깨달았고 아픔을 견뎌내었다. 

 

왜 10대였을까?

 

 10대라는 나이는 누구에게나 따끈따끈하고 아릿하다. 똑같은 일도 더 크게 보이고 생생하게 느낀다. 단절이라는 것이 모두가 겪게 된다면, 대부분 10대에 겪을 것이고 그 느낌도 더 크고 아플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같은 경험이라도 더 크고 극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마치 색상 중의 삼원색처럼 순수한 상태에서의 명확한 경험을 그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루키가 10대를 택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독자는 그 속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하루키 문학의 매력과 하루키 바람

 

 이 책은 발간되기 전부터 매스컴에서 빈번하게 회자되었다. 하루키 문학의 매력을 보자면, 섬세하면서도 지적인 감성적인 문체, 절제된 표현이다. 독자가 내용에 금세 빠져들게 하였다. 또한 배경이 우리와 동일한 동아시아권인 이웃나라 일본이다. 장유유서의 관습, 조금은 조심스러운 남녀 관계와 연애 문화, 부모님과의 갈등 등 우리나라와 매우 닮은 모습과 고민이 담겨 있다. 인물 이름만 아니면 국내 소설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분위기와 정서가 비슷하다.

 또 그의 작품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담았다. 클래식, 사색, 재즈, 운동 등 소위 엘리트적인 장치에 기반한다. 뜨거운 청춘의 고민이나 현실을 꿈처럼 그리는 장면은 유미주의적이고 우아하다. 현실을 잊고 푹 빠져들기에 더없이 좋으며 누구나 꿈꾸던 청춘의 모습이기도 하다. 더불어 인간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능력까지 더해진다. 누군가 내 마음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마음은 그렇게 해소되었다. 그래서 대중이 공감했고, 열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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