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구속사의 차원에서 종교개혁의 중요성과 그 정치적·사회적 의의를 설파한다. 이슬람 옹호 활동과 동성애 정치 투쟁이 동맹을 맺고 주한미군 철수와 이에 따른 체제 붕괴를 노리는 혁명을 획책할 때 우리는 깨어나 이것을 제2의 종교개혁으로 맞서야만 한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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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빠져 있으면서도 자꾸 물을 찾게 되는 일,
중1부터 고3까지 수많은 텍스트를 배우게 하면서(일주일에 하나씩 학생 모두에게 일 년 내내 외우게 한다) 그들을 거대한 언어의 물결 속에 생생하게 휩쓸리게 하는 것이다. 여러 세기를 거슬러오른 그 물결은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우리의 집안을 가로지른다. 물론 학생들은 처음에는 반발한다. 물이 너무 차다고,
너무 깊다고, 물결이 너무 거세다고, 자기들은 체력이 너무 약하다고. 타당하다! 그들은 침수의 두려움을 드러내곤 했다. - P188

"저는 앵무새가 아니에요!"
그들은 마지막까지 항의했고, 그건 정당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건 그런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부모들, 아! 그들은 어찌나 변했는지 부모들 스스로 때로 이렇게 말한다. "페나키오니선생님, 아이들에게 텍스트를 외우게 한다면서요? 세상에, 제 아들은 이제 어린애가 아니랍니다!" 어머님, 언어에 있어서만큼은아드님은 영원히 어린애일 것이고, 어머님 자신도 아주 어린 아기이며, 저는 우스꽝스러운 어린애입니다. 우리 모두가 문학의구어적인 원천이 넘쳐흐르는 거대한 강에 실려가는 잔챙이 물고기인 한은 말입니다. 아드님은 언어 안에서 헤엄치는 걸 좋아하게 될 테고, 언어에 실려 목을 축이고 젖을 취하며, 아름다움을전해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자랑스럽게 말입니다. 아이를 믿으세요. 아이는 자기 입속의 말맛, 머릿속 생각의 빛나는 불꽃을 아주 좋아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대단한 기억력, 그 무한한 유연성, 그 울림통,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노래하게 하고 가장 분명한 생각을 울려퍼지게 하는 놀라운 음량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기억 속의 그 끝없는 동굴을 발견할 때는 언어 속에 잠겨 헤엄치며 깊숙이 잠수해 텍스트들을 건져올리는 일을 좋아할 것입니다. 평생 그것들이 그곳에서 자기 존재의 일부를이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즉흥적으로 그것들을 외울 수도 있고, 말들의 묘미를 위해 입 밖으로 소리내볼 수도 있다는 걸 좋아하게 될 겁니다. - P189

그 덕분에 아이는 다시 입말이 된 문학의 전통을 아마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게 될 것입니다. 공유하기 위해서든 유혹의 유희를 위해서든 잘난 척하기 위해서는 그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는 문자 이전의 시간, 생각의 존속이 오직 우리의 목소리에만 의존하던그 시간과 다시 연결될 겁니다. 어머님은 그것을 퇴행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재회라고 말하겠습니다! 앎이란 무엇보다 육체적인 것입니다. 앎을 포착하는 것은 우리의 귀와 눈이고, 그것을 옮기는 것은 우리의 입입니다. 물론 얇은 책으로부터 우리에게 오지만, 책은 우리를 벗어납니다. 생각이란 소란스러우며, 읽고자 하는 의욕은 말하려는 욕구의 유산입니다. - P190

그들은 내 학생이었다. (이 소유 형용사는 그 어떤 소유도 의미하지 않으며, 우리가 교직에 있는 동안의 시간, 어느 학생들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는 시간을 지칭한다.) 내 직업의 일부는 스스로를 가장 많이 포기해버린 내 학생들을 설득해, 따귀보다는 정중한 대우가 더 영향력 있는 반성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믿게 하는 것이었다. 공동생활에는 구속이 따른다는것, 숙제 검사의 시간과 날짜는 협상할 수 없다는 것, 날림으로한 숙제는 다음날 다시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든 저것이든 뭐라도 해야지 결코 아무것도‘라는 말은 결코 없다는 것, 나와 내동료들은 절대 그들을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이를 수 있게 하려면 노력이라는 말의 개념을 다시 가르쳐주고, 결과적으로 고독과 침묵의 맛을 되찾아주고, 무엇보다 시간을, 즉 권태를 제어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때로는 아이들을 지속되는 시간 속에 앉혀놓기 위해 권태를 연습하라고 충고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것이다. 놀지도 말고, 먹지도 말고, 대화도 하지 말고, 공부도 하지 말고, 요컨대 진짜로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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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첫 수업부터 학생들과 나는 ‘거기‘ ‘그것‘ ‘모든 것‘ 이것을 공략했다. 이것들을 통해 문법 보루에 습격을 개시했던 것이다. 우리가 수업이라는 현재시제에 견고히 자리잡고자 한다면, 현실을 벗어나버리는 이 불가사의한 대리자들을 해결해야만했다. 절대적으로 먼저 해치워야 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불분명한 대명사들을 사냥했다. 이 수수께끼 같은 말들은 마치 짜내버려야 할 고름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 P140

부사적 대명사라는, 처음 들으면 뭔 소린지 모를 딴 나라 말 같은 그 호칭은 건너뛰고, 그것의 배를 갈라 가능한 의미를 죄다 끌어내고, 정식으로 목록에 작성된 내장들을 제자리에 다시 들여놓은 다음 다시 꿰매어 그 문법적인 명칭을 붙여줄 것이다. 문법학자들은 이 단어에 불분명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자세하고 분명하게 설명해보자!
그해, 어깨를 으쓱하며 욕설을 퍼붓듯 그 말을 내뱉던 아이의 경우, ‘거기‘라는 말이 좀 전에 아이가 이를 갈며 풀었던 수학 문제에 대한 쓰디쓴 기억을 되살려놓았다. 수학 문제가 아이를 뒤집어지게 한 것이다. 연필을 집어던지고 공책을 탁 덮어버리고(아무튼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무시해버릴래요, 지긋지긋해요등등) 문밖으로 내쫓긴 그 학생은 다음 수업인 내 국어 시간에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또 다른 난관인 문법적 어려움에 부딪혔고, 그리하여 전 시간의 괴로운 기억이 급작스레 되살아났다. - P141

그리하여 그해 우리는 ‘거기‘ ‘그것‘ ‘모든 것‘ ‘이것‘ ‘아무것’의 배를 갈랐다. 수업 시간에 튀어나올 때마다 그토록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이 말들이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섰다. 우리는 조난당한 아이들의 작은 배를 무겁게 만드는 무한히 늘어나는 그 가죽부대들을 비워내고, 침몰하려는 배에서 물을 퍼내듯 그것들을 덜어내어, 우리가 뱃전 너머로 던져버린 그것들의 내용물을 가까이서 조사해보았다.
‘거기‘ : 우선은 수학 연습문제, 이것이 재앙의 불씨였다.
‘거기‘ : 다음으로는 문법 연습문제, 이것은 꺼져가는 불씨를되살렸다. (선생님, 문법은 수학보다 더 지겨워요!) - P143

그로부터 교사인 나의 단호한 결심이 비롯되었다. 문법적인 분석을 이용해 아이들을 지금, 여기로 데려와 부사적 대명사, 즉 하루에도 수천 번씩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그 중요한 말이 무엇에쓰이는지를 이해하는 아주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다. 이 성난 아이 앞에서 도덕적이고 심리학적인 궤변을 늘어놓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완벽하게 쓸모없다. 지금은 토론할 때가 아니라, 아주 시급한 일을 해결해야 할 때다.
일단 ‘거기‘와 ‘그것‘이 비워지고 깨끗이 청소되면, 그것들에 합당하게 꼬리표를 붙였다. 까다로운 대화에서 상대를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데 아주 실용적인 두 개의 부사적 대명사. 우리는 그 대명사들을 언어의 지하 창고, 범접할 수 없는 헛간, 절대 열어보지 않는 가방, 열쇠를 잃어버린 물품 보관함 속 잠꾸러기에 비유했다. - P145

문법으로 생긴 병은 문법으로 치유하고, 철자법의 오류는 철자법 연습으로, 책 읽기의 두려움은 책 읽기로, 모자란 이해 능력에 대한 두려움은 텍스트의 몰입을 통해 치유하고,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습관은 몰두하는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성의 차분한 강화를 통해 치유한다. 우리가 여기 있는 한, 지금 그리고 여기서, 수업 시간 동안, 이 반에서 해야 한다. - P147

수없이 거듭된 이러한 실패로부터 학생들에게는 내가 가르치는 과목의 언어로만 이야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문법이 두렵다고? 그럼 같이 문법을 공부해보자! 문학에 관심이 없다고? 같이 읽어보자고! 왜냐하면 학생 여러분에게는 꽤나 이상하게 들릴 테지만, 여러분은 우리가 가르치는 과목들로 빚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러분은 우리의 모든 과목의 재료이다. - P149

애송이 심리학자를 믿었다간 언제나 일이 더 복잡해진다. - P152

하지만 아니다. 학생에게 선생 입장이 되어보라고 절대 요구하지 말 것. 그건 냉소의 유혹이 너무 강하다. 그리고 학생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을 재보라고 절대 제안하지도 말 것. 우리의 시간은 정말이지 학생의 시간과 다르다. 우리는 같은 시간의 흐름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우리나 학생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일로 말하자면, 그건 말도 안 된다. 피해야 할 주제다. 우리가 결정한 것으로 만족할 것. 이 문법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균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하니까. 결국 나의 일이란 내 학생들이 그 오십오 분 동안 문법적으로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는 데있다. - P155

모범생과 문제아를 구별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구현 속도다. 문제아는 선생들이 흔히 꾸짖듯 생각이 딴 데 가 있기 일쑤다. 그들은 앞 시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추억 속에서 질척거리거나 또다른 어떤 욕구에 몸을 던진다. 그들의 의자는 그들을 고1 교실 밖으로 튀어나가게 하는 도약대 같다. 그렇지 않으면 거기서 졸고 있든지. 그들의 정신이 온전히 여기 있게 하려면 내 수업에 안착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안착시키는 방법? 그것은 결국 절대적으로 현장에서 습득된다. 내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건, 내 학생들의 현존이나의 현존에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급 전체와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나의 현존에, 또한 내 과목에 대한나의 현존에, 그리고 내 수업이 진행되는 오십오 분 동안 육체적이고 지적이고 정신적인 나의 현존에 의존하고 있다. - P156

나는 선생이 아니라 박물관 안내원이었고, 기계적으로 의무적인 관람을 안내하고 있었다.
망쳐버린 시간이 나를 기진맥진하게 했다. 나는 지치고 화가난 채로 교실에서 나왔다. 그 화는 하루종일 학생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위험이 있다. 자기불만에 휩싸인 선생은 누구보다 재빨리 학생을 야단치기 때문이다. 얘들아, 조심해라, 바짝 기어라, 선생이 자기비하에 빠져버렸으니 맨 처음 걸려든 사람한테 불똥이 튈 거다! 그날 저녁은 집에 가서 숙제 검사 같은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피로와 불쾌한 의식은 좋은 충고자가 될 수 없다! 아니, 그날 저녁은 숙제 검사도, 텔레비전도, 외출도 그만두고 잠자리로 직행! 선생의 첫째 자질은 수면이다. 일찍 자야 착한 선생이 된다. - P158

수업에 완전하게 몰두하는 선생님의 현존은 단번에 감지된다.
아이들은 학기 첫 순간부터 그것을 느끼며, 우리 모두가 그것을경험했다. 선생님이 막 들어선다. 그는 절대적으로 여기 있다.
그것은 그가 바라보는 방식,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방식, 자리에앉아 자기 책상을 차지하는 방식에서 나타난다. 그는 아이들의반응을 걱정하며 두리번거리지 않으며, 자기 안으로 움츠러들지도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바로 자기 일에 빨려들어가 그 자리에 현존하고, 아이들 각자의 얼굴을 구별해내며, 학급은 즉시 그의 눈앞에 존재하게 된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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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한국사1급을 땄지만 이제야 비로소 한국사를 공부하는 분명한 아유를 알게 된 것 같다. ‘역사는 참으로 지혜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쓸모 있는 학문이다.˝

짧은 인생을 역사의 긴 잣대를 생각하며 산 여유당 정약용,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쟁사를 시대의 과제라는 이름으로 해석한 점,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미투운동을 해석한 부분은 참으로 놀랍고 가슴 뛰는 시각이었다. 명사로서의 꿈-직업을 꿈으로 착각하며 사는 다음 세대를 향해 동사로서의 꿈을 역사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세대와 공감하는 인문학적 소통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졸린 눈을 부비며 딸 아이와 30분 가까이 책에서 받은 감동을 수다떨며 통화를 했다.
역사 속에서 가까이는 나의 아들, 딸에게
멀리는 우리 후손들이 누릴 시대 가운데에서 해석되어질
나의 발자취를 생각하며 그저 아무개로의 삶일지언정
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생‘으로 답할 수 있기를!
이회영선생님, 큰 별 선생님처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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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이 판사를 꿈꾼 사람이라면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거예요. 판사라는 꿈을 드디어 이룬 셈인데 그걸 내던지기가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하지만 박상진의 꿈은 판사가 아니었어요. 그의 꿈은 명사가 아니었습니다. 법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늘 당하고만 사는 평범한 이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사람이 되려고 판사가 된 것입니다. 이게 그의 꿈이었어요.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판사라는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진짜 꿈이었으니까요. 그 꿈을 향해 나아간 것뿐입니다. - P207

학생들도 그랬을 거예요. 어릴 적부터 이렇게 학습이 된 거죠. 누구도 그다음은 질문하지 않아요. 대법원장이 되어서 뭘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사의 꿈을 물어봐야 하는데 명사의 꿈만 듣고나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거기까지만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자라면서 꿈을 잃어버립니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에 자신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원하는 삶의 윤곽이 잡히는 법인데 모두 대학 입시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니까 그럴 틈이 없는 거죠. - P211

살아가는 데 직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고민하는 만큼 무엇을 위해서 그 직업을 원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해요. 도전도, 용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용기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최종 종착지는 동사의 꿈이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돈 많으면 행복하지요. 좋은 직업을 가져도 행복해요. 재주가 많은 것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내 꿈을 이룰 때가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행복도 있어요.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입니다. 아,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구나. 내 존재가 가치 있다고 느낄 때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얻습니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존재하기때문이죠.
꿈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꾸는 것입니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 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그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든요. 동사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입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와 있든 동사의꿈이 없다면 이제 진짜 꿈에 대해 생각해볼 때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입니까? - P213

너무 많다 보니 외우기가 힘들죠. "선생님 저 안 할래요. 왜 이렇게 비슷한 단체가 많아요?" 하고 묻는 학생도 있습니다. 누가 뭘 결성하고, 어느 단체가 생겼다가 없어지고, 또 다른 단체랑 합치고…… 학생들에게는 정말 고난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만약 일제강점기에 외울 게 없다면 그 역사는 어떤역사입니까? 고작 몇 개의 단체와 몇몇 사람의 이름만 존재한다면 말이죠. 그런 역사는 비겁의 역사입니다. 우리 후손에게 보여주기도 민망한 굴욕의 역사인 것이죠. 외우기 힘들 만큼 수많은 단체와 수많은 독립투사가 있기에 우리 근현대사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독립투쟁단체들의 이동 경로를 외우려고 하지 말고 한번 머릿속에 그려봅시다. 그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움직였습니다.
낮에 다녔을까요? 아닙니다. 일본군을 피하기 위해서 밤에 다녔을 거예요. 평지로 편하게 다녔을까요? 아닐 겁니다. 역시일본군을 피하기 위해 험한 산을 행군했을 겁니다. 만주가 얼마나 추운 곳입니까? 그 추운 땅에서 칼바람을 맞으면서 다닌 그 길이 화살표로 그려져 있는 거예요. 우리는 그 화살표를 그냥 화살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그들의 발자국을 봐야 합니다.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건 그들의 꿈입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꿈이에요. 다음 세대에게는 식민지 조국을 남겨주지 않겠다는 꿈을 가지고 가보지 않은 길을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 P221

시대의 과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면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개항기에는 신분 해방을, 일제강점기에는 조국 해방을, 현대에는 빈곤 해방을 위해 노력했다고요.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꿈을 꾸고 시대의 과제를 해결했던 그들 덕분에 우리는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100년이 흘러 이제 우리나라에는 신분제가 없습니다. 식민지도 아닙니다. 절대 빈곤에서도 벗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결해야할까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요?
이제 우리 시대의 과제와 꿈을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일 것입니다. - P223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저는 늘 사람들에게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은 만큼 뒤이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고 싶어요. 그리하여 훗날 눈을 감는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P226

역사가 증명한 사람들을 만나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쫓아가다 보면 그들이 굉장히 단단한 중심을 갖고 삶을 살아냈다는 걸 느낄 겁니다.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갔기 때문이죠.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보낸 시간을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그 시간을 들여다보면서 내 앞에 놓인 시간을 어떻게 쓸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내 존재를 긍정하고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이 생겨요. 그렇게 생겨난 자긍심은 물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긍심과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상처받지 않을 힘이자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 P242

우리가 예송을 싸늘하게 바라보듯 우리의 쟁점도 쓴웃음 짓게 만드는 문제는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송이 그랬던 것처럼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뜨거움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뜨거움이 혹시 빗나간 열정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는 일입니다. 제각기 다른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할 과정인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나의 이익, 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세요. 문제를 제기하세요. 다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과연 옳은지, 역사나 인류의 발전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합니다.
역사를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도 해야 하고요.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내가 속한 집단의 편에 서는 대신에 말입니다.
도처에 갈등 요인이 널려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서인과 남인의 이념 싸움처럼 허무한싸움에 나의 열정을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 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여 뛰어야 하죠. 필요에 따라 더 차가워질 수도 반대로 더 뜨거워질 수도 있도록 의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저는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 P268

그런데 저는 다른 무엇보다 역사야말로 오늘 내가 잘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나 자신을 공부하고, 나아가 타인을 공부하고, 그보다 더 나아가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죠. 이 책에서 계속 얘기하는 것들도 결국은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세상의 관계를 잘 정립하는것이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관계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미겠어요. 좋은 관계가 주변에 많을수록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인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타인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역사를배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 P284

내가 노력한 만큼 지금 당장 바뀌지 않는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삶에 계속해서 좋은 자극을 주는 것, 그리고 그 자극이 5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라도 그 아이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제가 변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열심히 땀 흘리며 돗자리를 팔고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단정 짓지 말자,
교만해지지 말자고 깊이 반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며 크게 감명받은 문구가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관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사람과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거예요. 그게 무슨 말인지 그날 깨달았습니다. 역사를 공부할수록 그때의 경험이 더 생생해집니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의일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더라고요. 그의 인생 전체를 봐야 하는 거죠. - P286

초임 교사 시절에 가졌던 그 뜨거웠던 열정, 저는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열정의 모양이 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군가를 바꾸려는 태도는 없어졌고, 그저 제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구원받은 것처럼,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의 중심을 잡는 것만큼 주변 관계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관계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눌 수 있는 도움을 주자고 매일 다짐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만큼 나를 아껴주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나와 우리가 행복한 사회가 가까워질 거라 믿습니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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